포드 "레이건보다 차라리 클린턴이 낫다"

역대 대통령 9명에 대한 진솔한 의견

지난해 말 사망한 제럴드 포드 전 미국 대통령은 뜻밖에도 같은 공화당 소속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보다는 민주당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오히려 더 높게 평가하는 등 해리 트루먼(민주)에서부터 클린턴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경험한 9명의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진솔한 의견을 언론에 피력한 사실이 밝혀져 관심을 끌고 있다.
  
  포드는 자신의 고향인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에서 발행되는 일간 <그랜드 래피즈 프레스>와 사후 보도를 조건으로 지난 1979년 이후 그랜드 래피즈 자신의 기념관, 콜로라도주 자택 등지에서 짬짬이 인터뷰를 가졌다.
  
  이 신문에 따르면 포드는 9명의 대통령 중 외교를 가장 잘한 대통령으로는 리처드 닉슨(공화)을 꼽았으며, 북한의 남침에 맞서 유엔군 파병을 주도한 트루먼을 결단력 있는 지도자로 지적했다.
  
  또 자신의 후임인 지미 카터(민주) 대통령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재앙'이라고 혹평했다가 나중에는 "매우 훌륭하며 큰 실책이 없었다"고 말하는 등 세월이 흐르면서 평가가 달라졌다.
  
  ◇"레이건 보다는 클린턴이 낫다" = 포드는 특히 냉전에서 미국의 승리를 레이건의 공으로 돌리는 것을 못마땅해 했다. 사람들은 뛰어난 연설가인 레이건이 균형 예산이나 미국의 미덕, 공산주의의 나쁜 점들을 얘기하는 것을 듣기를 좋아했지만 그의 업적은 말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
  
  포드는 레이건을 "가장 인기있는 대통령일지 모르나 정부 운영에 관해서는 가장 잘 모르는 대통령", "서투른 관리자"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레이건 지지자들이 레이건이 군비를 증강했기 때문에 크렘린이 무너졌다고 자찬하는 것을 보면 화가 난다"면서 마셜 플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설립, 헬싱키 인권협약 등 세 가지를 공산주의 붕괴 요인으로 꼽고, 냉전에서의 승리는 대통령, 민주당, 공화당의 공이 아니라 미국민 덕분이라고 말했다.
  
  포드는 클린턴을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래 가장 화술이 좋은 정치인으로 꼽으면서, 레이건도 말을 잘하지만 클린턴처럼 여러 이슈를 한꺼번에 처리하거나, 이곳 저곳을 활동적으로 다니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클린턴을 더 낫게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클린턴이 업적도 많지만 르윈스키 스캔들과 같이 '멍청한' 실수도 저질렀다면서 자신이 보기엔 전반적으로 보통(average)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외교는 닉슨, 결단력은 트루먼" = 포드는 대중국 외교, 구소련과의 협상, 중동 평화프로세스 등을 들어 닉슨을 20세기 미국 대통령 중 외교를 가장 잘한 지도자로 꼽았다.
  
  그는 또 트루먼에 대해서는 일본의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것, 북한의 도전에 응전한 것,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을 해임한 것을 들며 결단력을 갖춘 지도자로 평했다.
  
  ◇"'카터, 최악의 대통령' 평가는 불공평" = 포드는 1981년 인터뷰에서는 카터를 국내 정책이나 경제 정책에 관한 한 '재앙과 같은 존재'이며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으나, 2년 뒤 인터뷰 때는 국내 정책과 외교정책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며 경제는 (10점 만점에) 2~3점밖에 줄 수 없으나 외교에서는 파나마운하 협약, 중국 문호개방, 캠프 데이비드 협약 등을 들어 7~8점으로 높게 평가했다.
  
  포드는 또 어느 책에서 역대 최악의 대통령 중 카터가 1위로 꼽힌 점을 거론하면서 "너무 불공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