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파의 주장은 간명하다. 통합신당 논의는 정치적 이합집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당 내 어느 누구도 이들의 명분을 제대로 반박하지 못한다. 그러나 대선이 코앞에 닥친 시점에서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고 침몰하는 열린우리당을 지키자는 이들의 주장은 이상론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다. 정작 친노그룹이 내놓는 대안이 뚜렷하지 않아서인 듯 싶다.
"김근태, 비민주적인 비대위 깨고 나와야"
18일 <프레시안>과 만난 김형주 의원도 이러한 딜레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김의원은 지난 8월 말부터 친노그룹인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연)의 2기 대표를 맡고 있다.
김 의원은 최근의 통합신당 논의에 대해 "민주당-고건과의 선(先)연대는 호남 지역주의로의 회귀이며 보수대연합일 뿐"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대통합을 추진하려면 그 명제에 상응하도록 시민사회나 보다 나은 대상과의 연대가 먼저 이뤄지고 난 후 마지막으로 민주당-고건과의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언뜻 시민사회 인사들까지 포괄하는 민주개혁세력 대통합론과 궁극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애매하다.
그래서 일각에선 '영남 독자세력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긍정하면서 오히려 대선 전략으로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고건과의 통합을 먼저 추진하게 되면 영남이나 충청 세력을 잡을 수 없게 된다"면서 통합신당 논의를 비판했다. 그 대신 노무현 대통령의 영남 인맥 중용 등에 대해서는 "전국 정당을 만들기 위한 영남 지역에 대한 투자"라고 옹호했다.
현재 당 지도부인 비대위에 대해서는 비난의 강도를 한층 높였다. 17일 당 비대위가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통합수임기구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를 추진하기로 잠정 결정한 것이 비대위에 대한 불신의 벽을 더욱 높게 한 듯 했다.
김 의원은 작심한 듯 "비대위가 내는 카드 하나하나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며 "비대위의 의도는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에 신물 나게끔 해서 결국 당을 철저히 죽이려고 하는데 있는 듯하다"고 독설을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비대위의 결정을 거부하는 정면 돌파 대신 당내 각 계파가 참여하는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전준위)를 구성하고 이 틀 내에서 전당대회의 성격을 결정하자는 우회 전략을 택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비대위의 기간당원제 개편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만약 친노 세력의 주장대로 전당대회가 치러지더라도 당헌당규의 개편으로 친노 세력의 결집력이 완화된 상태에서 치러진다면 그 결과를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음을 내비쳤다.
한편 이날 김 의원은 김근태 의장에 대해 "과거에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오늘 민주주의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직격탄을 날려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지금 김 의원은 비대위 내에서 보수들에게 업혀가고 있는 처지"라며 "비민주적인 비대위를 깨고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
"아전인수식 비대위 결정, 받아들일 수 없다"
프레시안 : 당 비대위가 17일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2월 14일에 '통합수임기구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를 추진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이러한 결정에 대한 평가는?
김형주 : 나는 설문에는 응하지 않았으나 질문 내용 자체는 크게 특별한 내용도, 문제 삼을 만한 내용도 없었다고 본다. 그러나 국회의원만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로 당의 진로를 결정한 것이 문제다. 설문지 내용과 무관하게 40~50명의 의원이 자발적으로 불참한 것이 바로 그런 우려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당이 다른 당에 비해 나았던 유일한 자산은 정당개혁, 정치개혁인데 비대위가 한나라당보다 더 못한 것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 과정이 민주당과 통합하기 위한 문턱 낮추기, 즉 민주당의 퇴행적 제도에 맞춰 당원 중심 정당제도인 기간당원제를 기초당원제로 만든다든지 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다.
"다자적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구성해야"
프레시안 : 비대위의 결정에 대한 대응 방안은?
김형주 : 우선 여러 의원들의 생각을 참조해 내부 논의를 통해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내가 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앙위원회가 이번 주 중 소집될 예정이다.
프레시안 : 어제 비대위는 '통합 수임기구 구성에 대해 의원총회에서 결정해 전당대회에서 추인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형주 : 상당히 문제가 된다고 본다. 설령 우리가 8월에 중앙위원회의 권한을 대폭 비대위에 위임하기는 했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민주정당이라면 현 당헌당규에 있는 중앙위원회나 당의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하는 방식의 모임 테이블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중앙위원회가 권한을 다시 복원하는 것이 진정한 당의 정상화라는 것이다.
그리고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전준위)를 반드시 꾸려야 한다. 지금 비대위는 일방적으로 독주해나갈 것이 아니라 당의 다양한 의견을 그나마 수용할 수 있는 체제로의 전환을 해내야 한다. 전준위는 위원장부터 중립적인 인사로 뽑고 구성은 현 비대위와 사실상 2~3그룹으로 나뉘어 있는 당내 계파별, 혹은 기수별 대표를 뽑아 구성해야 한다.
프레시안 : 그러한 구조의 전대 준비위원회가 꾸려진다면 비대위 결정을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인가?
김형주 : 그렇게 흑백논리로 볼 것이 아니다. 당 내에서도 협상과 논의가 필요한 것이니만큼 사안별로 수용할 수 있는 것부터 논의하면 된다는 것이다. 비대위 지칭대로 '통합수임기구'라고 성격 지우는 순간 당 해체의 수순 외에는 남아 있는 것이 없다. 수임기구를 만든다는 건 집을 아예 부동산에 내놓겠다는 것이고, 지도부를 뽑자는 것은 전세도 내놓을 수 있고, 팔고 큰 집 이사도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비대위는 말로는 대통합을 주장하지만 당 깃발 내리겠다는 것 아니냐. 우리가 비판하는 것은 집을 구해놓지도 않고, 돈도 물주도 구해놓지 않고 팔겠다고 말만 하고 있는 현실이다. 단순히 이 집은 안 된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들은 과연 명분이 있느냐, 현실성이 있느냐를 문제삼는 것이다.
"비대위, 당을 철저히 죽이려고 하고 있다"
프레시안 : 비대위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있는 것 같다.
김형주 : 실제로 당 내에 지도부를 존중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많은 의원들이 '비대위 해체'를 강조하는 우리의 주장에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을 한다. 그러한 입장을 밖으로 표출한 것이 중도파 아닌가.
비대위는 그동안 계숙 무리수를 던져 왔다. 처음에 전당대회는 안한다고 했다가 밀려서 하기로 했고, 하기로 해놓고는 당을 없애는 방향으로 잠정 결정을 내렸다. 현재 비대위가 열린우리당 비대위인지 당 해체 비대위인지 모르겠다. 그런 것들이 당에 논쟁과 분열을 일으키고 당이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이다. 당을 철저히 죽이려고 하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 국민이 열린우리당에 대해 신물나게 만들어 놓고 '봐라, 안되지 않느냐. 새 당으로 가자'라고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전당대회에 각 계파 참여해야, 물리적 충돌은 없을 것"
프레시안 : 참정연에서 생각하는 전당대회 방식은?
김형주 : 정상적인 전당대회라면 당연히 당내의 노선을 다 국민에게 들고 나와서 설명하고 당원들이 참여하는 선거인단이 가장 좋은 안에 대해 손을 들어주는 형식이 되어야 한다. 합의 추대 방식은 모양은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이후의 비전이 불명확하고 모두가 불만을 가지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과거 노동당도 혁신할 때 그런 노선 투쟁을 통해 극복해 가지 않았나. 그걸 분열이라고 보는 것도 비정상이다.
당 중진들이 우려하는 물리적 충돌, 각목 전대 같은 건 없을 것이다. 과거 폭력사태가 불거졌던 건 당에 돈이 있기 때문이었다. 당사만 해도 50억씩 하던 시절이었다. 달세를 살고 있는 우리당과 다르다. 언론에서 국고보조금을 두고 손익계산이 분분하지만 이제 돈 갖고 싸울 일도, 싸울 돈도 없다. 물론 헤어지지 않고 갈 수 있는 길 찾는다면 돈 문제도 불거지지 않을 것이다.
"유시민 당 복귀설, 반노 결집하기 위한 것 아닐까"
프레시안 : 새로운 지도부의 의장으로 정세균 산자부 장관이 거론된다.
김형주 : 정세균 장관의 당 의장설이 나오는 까닭은 그나마 여러 지도부 중 대체로 생산적인 결과를 냈고 당 내에 적이 없다는 평가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우려스럽게도 당의 일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보낸 사람이라고 덧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말은 추대라고 하지만 추대하기 어려운 구조로 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어떤 인물이 나오냐 보다 어떤 성격의 지도부냐가 더 중요한 요건이 될 것이다. 당 의장이 대선에 출마할 것인가, 당 관리의 역할을 맡느냐부터 당 해산의 권한까지 가질 것이냐 까지. 또 당 의장 뿐 아니라 최고위원은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도 문제다. 당 지도부에 대한 명료한 입장을 갖고 여기에 맞는 인물이 누구인지 찾는 게 맞지, 어떤 인물이 나설 경우 설령 중립지대에서 거론되더라도 한 쪽에서 상대가 미는 것이라고 보는 순간 중립성은 훼손된다.
프레시안 : 정세균 장관과 더불어 유시민 장관의 당 복귀가 점쳐지고 있다.
김형주 : 유시민 장관이 당장 복귀해야할 이유를 모르겠다. 유 장관의 당 복귀를 흘리는 사람들의 의도는 결국 당 내에서 유 장관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결집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대통령의 복심이 돌아오는데 그와 함께 할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내가 유장관이라 하더라도 지금 복귀는 안할 것 같다.
또 복귀하더라도 도움이 될지 회의적이다. 현재 분위기로서는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유 장관 본인에게도 지금 대체로 장관직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데 그러한 기조를 이어가는 것이 더욱 좋지 않을까 싶다.
"민주당-고건과의 연대는 보수대연합"
프레시안 : 통합신당 논의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형주 : 우리도 대통합이라는 명제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민주당과의 선(先)통합은 내용적으로도 전제로도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소위 '통합신당파'는 먼저 우리의 지지자를 결집시켜야 한다며 '반 한나라당 전선' 등을 들어 고건-민주당-민주노동당 등 할 수 있으면 다 끌어당기자는 것 아닌가. 백보 양보해서 그렇게 하더라도 시기적으로 민주당, 고건과 연대는 제일 마지막 해야 한다. 본질적인 차이라기보다는 전술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프레시안 : 그러나 현재의 통합신당 논의는 내용적으로 민주당, 고건과의 연대를 주축으로 하고 있는데.
김형주 : 국민에게 그렇게만 보여지는 통합신당 논의는 대선을 위해서도 결코 유익하지 않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는커녕 자기가 해온 것조차 부정하는 집단을 국민들이 어떻게 신뢰하겠나.
사실상 민주당이 나빠서가 아니라 민주당과 먼저 결합하는 것은 호남 지역주의로의 후퇴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통합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시민사회 블록이나 보다 나은 대상과의 연대, 정책적 비전이 선결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비전 없는 민주당-고건과의 연대는 보수대연합이고 지역주의로의 후퇴다.
"김근태, 비대위를 깨고 나와야 한다"
프레시안 : 반 한나라당 전선에는 별다른 의의를 두지 않고 있는 것인가?
김형주 :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어떤 좋은 말을 내세워도 수사에 불과하다. 쉽게 말해 현 상황에선 '평화민주세력' 아무리 주장해도 국민들은 비웃을 수밖에 없다. 좋은 단어들을 계속 열거하는 것도 하나의 '독선'이다.
과거에 민주화 운동을 했던 운동가라고 해서 다 민주주의자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민주주의란 절차와 과정을 소중히 하는데서 구현되는 것이지 과거 투쟁했다는 것으로 정당회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얼마나 다양한 의견을 들으려고 노력했고 제도화 하고 결과에 승복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프레시안 : 김근태 당 의장을 겨냥한 비판 같다.
김형주 : 김근태 의장과 함께 하는 사람들은 실사구시, 희망21 등이다. 김 의장의 날개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민주주의를 했던 사람들인가? 그 날개로 보면 보수대연합이다. 김 의장이 보수대연합에 얹혀 민주개혁세력이라고 자처할 수 있을까. 김 의장에게는 매우 아픈 부분이 될 것이라고 본다.
김 의장은 대통령과 감정적인 각을 세울 때가 아니다. 비대위가 비민주적일 때 그 체제를 깨고 나와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당내 이견을 좁힐 수 있고 진정한 대통합을 선언할 수 있다. 지금처럼 중도에 있는 중진들과 따로 가는 것, 보수들에게 업혀가는 것은 김근태가 죽으러 가는 길이다.
"영남세력에 과잉투자 했을지 몰라도 역지역주의 아니다"
프레시안 : 당 사수파에 대해 '역(逆) 지역주의'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형주 : 그간 대통령이 지역주의를 극복해가는 방법이 그런 비판을 받을만큼 너무 편중되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영남인맥의 과도한 기용이랄지. 이런 부분은 대통령이 영남신당을 만들려 한다는 의혹과도 겹쳐 있다.
호남에서는 이를 두고 지나치다고 섭섭함을 토로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 때도 그런 방식으로 호남 인사 편중 논란이 있었다. '역(逆)지역주의'라고 볼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그걸 공식화해서 비판할 정도로 우려스런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말하자면 노 대통령의 영남 인맥 기용은 영남 세력의 '퀄리티(질)'를 높이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그간 당에서도 상당히 비판이 있었던 것 같은데.
김형주 : 사실 그런 과정을 통해 영남 후보를 키우고 인맥을 쌓아 영남에서의 득표율을 높이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것 아닌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진영에서 나온 노무현 후보도 마찬가지고 왜 대선 때마다 영남 후보론이 부각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결국 호남 인구가 적기 때문 아니었나? 호남에 똑똑한 사람 없는 것이 아니지만 마음 속으로 안타깝다고 생각하면서도 영남후보 지지할 수밖에 없는 호남인의 절박한 심정 있는 것이 아닌가. 대선의 승리는 영남 후보가 나와 영남을 반 가르고 충청의 지지도를 받는 데 달려 있기 때문이다. 지금 통합신당파가 말하는 대로 호남만 똘똘 뭉치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나. 죽었다 깨어나도 안된다.
민주당과 먼저 통합해 호남당으로 가면 이 당에 있는 영남이나 충청세력은 끌어당길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대선 승리는 못하는 것 아닌가? 대구-경북지역과 호남 지역은 어차피 굳어져 있다. 대선은 결국 50만 표 안의 박빙이고 결국 영남 일부와 충청을 누가 차지하느냐의 싸움이 된다. 이런 구도에서 호남과 먼저 할 경우 우리 스스로 고립, 전국 정당에서 멀어지는 싸움이 되는 것이다.
프레시안 : 최근 각종 언론에서 영남신당 움직임이 새어나오고 있다. 얼마전엔 최인호 청와대 국내언론비서관의 사퇴도 보도가 됐다.
김형주 : 노 대통령에 대해 과도한 덧칠을 하고 있다. 최인호 비서관은 내 고등학교 후배인데 이 시기에 돌아가지 않을 수 없다. 자기도 다음 총선 준비해야 할 것 아닌가. 전국정당의 길은 호남과 영남에서 함께 세를 불리는 데에 있는 것 아닌가? 다같이 균등하게 공동승리하기 위한 전술로 보면 된다. 반노 진영에서 지나치게 '사시'로 보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이 그동안 이야기해 온 것이 전국정당인데 어떻게 또 다른 지역당을 차리고 나서겠나. 안 해야 한다고 보고, 안 할 것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현실화 된다 해도 동참할 생각 없다.
"당 지도부가 제대로 못하니 盧 '정치개혁' 틀에 매달려"
프레시안 :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에 대한 당내 반발은 여전히 심하다.
김형주 : 당에서는 '한나라당과 야합하는 이야기냐'라는 의미로밖에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평화민주세력의 담지체로서 과연 우리당이 기능하고 있는가? 내용상 보면 한나라당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 영남지역주의와 호남 지역주의가 다르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다르다는 시각으로만 보는 것은 우리당의 선명성 확인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국민에게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비정규직 법안만 해도 우리당과 한나라당-민주당이 다 연합해서 통과시키지 않았나. 그러면서 연정에만 과잉 반응하는 것은 지나치다.
프레시안 :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주의 타파' 아젠다는 너무 틀이 좁지 않나.
김형주 : 노 대통령에 대해 너무 정치개혁에만 관심을 집중했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대통령도 일정정도 그런 부분은 인정하지 않겠나. 장기적으로 평가받기 위해 현실정치에서 불철저한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을 가지고 흔드는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있다. 원칙에 따라 운용했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을 문제로 만들고 있는 부분이 많다. 아직도 정치개혁과 정당개혁으로 싸우고 있다는 것은 창피한 노릇이 아닌가.
"소수세력 한계, 벗어나고 싶지만…"
프레시안 : 당 사수파에 대해 대선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높다.
김형주 : 대선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대선 포기는 당을 이완시킬 수밖에 없다. 다만 현재의 한국 정당정치가 지역-인적 네트워크에 불과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선진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00년 정당이 100년 집권정당이라는 뜻은 아니지 않나. 떨어질 각오를 하더라도 정상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가는 것이 '사즉생'의 길이라고 본다. 국민이 우리보다 한수 위인데 우리끼리 이합집산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정상적 정당 운영을 하는 것이 진정으로 재집권할 수 있는 길이다.
프레시안 : 통합신당을 주장하는 쪽은 '노 대통령과 함께 가면 필패한다'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김형주 : 솔직히 당이 이런 꼴이 아니라 정치개혁과 정당개혁의 기본 구조를 지키면서 실패의 원인을 고쳐 나가는 등 제대로 한다면 노 대통령은 당에 없어도 된다. 아마 자신도 떠난다고 말할 것이다. 노 대통령이 당에 있겠다고 하는 것은 당이 후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당 주역들부터 나서서 창당실패를 거론하는 판이다. 노 대통령은 당원으로서 묵과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는 것 아닌가. 대통합도 좋고 다 좋지만 정치, 정당 개혁 후퇴하고 민주당 연대만 고집하는 것 보기 싫어서 남겠다는 것 아닌가.
프레시안 : 그런 주장은 대통령의 정당개혁 원칙을 동의할 수 없는 이들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것 아닌가.
김형주 : 대통령의 정치 욕심을 과장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대통령 직을 끝내고도 우리당을 자기 당으로 만들어 계속 정치활동 할 것이라는 의혹이 그런 물음을 만든다고 본다. 노 대통령은 그럴 의도가 없다고 본다.
프레시안 : 그러나 얼마전에는 직접 '합리적 결별론'을 제기했는데.
김형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 자체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그룹도 여전히 존재한다. 비대위의 설문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분들 중에 '전당대회는 열린우리당의 수명을 합법적으로 연장시키는 과정'이라며 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이처럼 우리당의 당헌 당규 하나도 안지키겠다는 이들과 함께 갈 수는 없는 일이라고 본다. 실제로 한나라당으로 가는 게 이념적으로 맞는 분들도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도 해체 직전까지 갔다가 지금 50% 지지 받는데"
프레시안 : 한나라당과 내용상 차이도 없고 지지도 상으로도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은 열린우리당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형주 : '사수'라고 하지만 지금 있는 모습대로 갈 것은 아니고 우리당이 현재 실패하고 있는 지점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과 비전을 제시해 필요하다면 당명도 개정하고 새로운 세력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도 차떼기 당이라는 비난으로 당 해체 직전까지 갔다가 지금은 50% 가까운 지지 받고 있지 않나. 과연 합당이 더 시너지를 얻는 방법인지, 아니면 오히려 더 분열 자초할 수도 있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꼭 우리당이 국민들에게 잘못했다고 하고, 민생과 경제에서 혁신적인 모습 보여준다면 더 많이 얻을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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