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의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 끌어안기가 숨가쁘다. 최근 영호남을 잇따라 교차방문한 그는 영남에선 새마을 운동을 회고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호남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한 계승 의지를 피력했다.
그가 내세운 노선이 '중도통합'인 만큼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을 통합하려는 취지라는 설명이지만, 정치적 줄타기가 아니냐는 의심도 받는다.
"DJ의 햇볕정책 계승, 발전시킬 것"
고 전 총리는 14일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와 전남지역을 방문길에 나섰다. 지난달 24일 광주를 찾은 지 한 달이 채 안된 시점에서 다시 호남행 일정을 택한 것. 정치적 기반인 호남에 대한 그의 각별한 애정이 역력히 읽혔다.
그는 15일 오전 광주에서 광주. 전남 경영자총협회 초청 조찬강연을 앞두고 미리 배포한 발제문에서 "DJ의 햇볕정책은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 간의 화해와 교류협력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정책노선으로 남북관계에 중요한 전환점을 만든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고 전 총리는 자신의 가을햇볕 전락에 대해선 "DJ의 햇볕정책을 오늘의 변화된 조건에서 발전시킨 것"이라며 DJ 대북정책과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고 전 총리는 특히 "6자회담에서 북핵 폐기와 체제보장(전쟁종료)을 맞바꾸는 포괄적 해결을 향한 논의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며 "터널의 출구가 가까이 오고 있다"는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고 전 총리는 이와 함께 "나는 5.17 비상계엄 확대에 반대해 사표를 냈던 유일한 공직자"라며 "5.18 광주민주항쟁이라는 중대한 역사의 고비와 나는 숙명적인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며 광주와의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구미에선 '새마을 정신' 강조하더니
고 전 총리의 호남발 메시지는 '박정희 대통령의 계승자'를 자처했던 지난 영남 방문과 뚜렷이 대조된다.
그는 일주일 전인 지난 8일 경북 구미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아 "경제개발 과정에서 새마을운동으로 국민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는 성과를 내신 분"이라며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국민 통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나는 젊어서 새마을운동에 열정을 쏟아부었다"며 60~70년대에 내무부 새마을 담당관을 역임했던 과거를 회상했다. 또한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즐겨 마셨다는 막걸리와 맥주를 섞은 '비탁(비루+탁주)'이라는 술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고 전 총리는 박정희-김대중 사이의 줄타기에 대한 세간의 시선을 인식한 듯 "지난번 광주 5.18 묘역에서는 민주화정신을, 오늘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는 새마을 정신을 가슴에 담고 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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