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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입'에서 '세계의 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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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입'에서 '세계의 창'으로

11월 1일 개국 10주년 맞는 <알 자지라>

"탄저균보다 더 치명적으로 방송을 오염시킬 힘이 있다. 미군은 이 방송을 먼저 중단해야 한다"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을 보도하던 <알-자지라> 방송을 보다 못한 미국의 한 일간지가 쏘아붙인 평가다. 그만큼 이 방송은 미국에 치명적이면서도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이런 정서의 배경엔 대외 정책에 관한 한 철저하게 미국 정부와 자국의 이익을 대변했던 미국 거대 미디어의 암묵적 카르텔에 대한 인정하기 싫은 심정이 깔려 있다.

11월 1일이면 <알-자지라> 방송이 개국한 지 꼭 10주년이 된다. 세계 유수 방송국들의 역사에 견준다면 일천한 경력이지만 이 방송국의 파괴력은 10년의 세월을 무색케 한다.

이제 <알-자지라> 방송은 1992년 걸프 전쟁시 바그다드 폭격을 '생중계'해 전 세계적으로 주가를 높인 미국의 CNN이나 보도 분야의 전통적인 강자인 영국의 BBC 등 서방의 거대 미디어 그룹이 이끄는 '정보 제국주의'에 맞설 만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갖게 됐다.
▲ ⓒ프레시안

<알-자지라> 방송이 1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렇게 성장한 것은 그동안 분쟁의 중심지였던 중동 정세에 대해 서방 언론의 일방적인 시각에만 익숙해져 있던 시청자들이 '입바른 소리'를 하는 <알-자지라> 방송을 바라보며 느끼는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배어 있기 때문이다.

9·11 테러가 터지자 <알-자지라> 방송은 오사마 빈 라덴 관련 단독 보도를 시작으로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등 서방 언론은 도저히 접근할 수 없지만 중동 정세의 핵심이 되는 인물을 인터뷰하는 특종을 잇따라 터뜨렸다.

좀처럼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알-카에다 등 테러 집단의 대외 성명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를 단독 입수, 종종 보도해 '테러리스트의 스피커'라는 빈축을 받기도 하지만, CNN 등 서방 언론은 자존심 상하지만 이런 <알-자지라> 방송의 보도를 어쩔 수 없이 '중계방송'하는 처지로 몰렸다.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보복공격에 이은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알-자지라> 방송은 테러집단으로 묘사됐던 중동의 저항세력을 '순교'로 표현하는가 하면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주민 공격 실태 등 기존 보도와 전혀 다른 시각으로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미디어 전쟁에서 약자였던 이슬람의 시각만을 대변하는 정도로만 인식됐던 카타르의 한 민영 방송사는 어느덧 서방 언론에 가려 있던 시야를 넓히는, 세계를 바라보는 열린 창으로 성장한 것이다.

2004년에는 고(故) 김선일씨 납치·살해 사건을 가장 먼저 보도해 한국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중동 지역 정보 수집에 한계가 있는 한국 언론 입장에선 CNN 등 서방 언론만을 받아쓰다 <알-자지라> 방송의 등장으로 그나마 '편향적'이라는 부끄러운 딱지를 뗄 수 있었던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알-자지리> 방송의 성공으로 중동 지역에선 유사한 방송이 여럿 설립됐지만 관제언론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경쟁상대가 되지 못했다.

<알-자지라> 방송의 보도 윤리의 첫 번째는 "어떤 상업적이거나 정치적인 고려없이 정직, 용기, 불편부당, 균형, 독립, 신뢰, 다양성이라는 저널리스트의 가치에 충실한다"라는 것.

하지만 이런 거침없는 보도 성향 탓에 2003년 9월과 2004년 8월 '테러를 부추기고 이라크를 부정적으로 묘사한다'는 이유로 일시적으로 바그다드 지국이 폐쇄되기도 했고 2002년 8월에는 요르단 암만 지국도 사업허가를 취소당했다.

바그다드 지국이 미군의 공습에 폭격을 당해 특파원이 폭사한 사건을 두고 미군의 의도적인 폭격인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인 적도 있었다.

후세인의 63세 생일 때는 화려한 생일 잔치와 이라크 국민의 비참한 생활상을 대조하는 보도로 이라크 정부와 불편한 관계가 됐지만 굴하지 않고 비판의 잣대를 더 엄격하게 들이댄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러나 본사가 있는 카타르에 대해선 비판의 칼날을 좀처럼 들이대지 않는다거나 지나치게 반미, 반서방적 보도 성향은 차별성과 다양성 측면에선 그 공이 크지만 이 역시 CNN과 다를 바 없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와다 칸파르 보도국장은 "현재 언론인은 전쟁 보도나 정치권력에 의해 억압받는 목소리를 전달할 때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언론인 보호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알-자지라> 방송은 개국 10주년을 맞아 카타르 도하의 본사에서 기념식을 열 예정이다. 이 때 16.5m 크기의 '자유의 벽' 조형물을 공개한다. 이 조형물엔 취재중 희생된 언론인 630명의 이름이 새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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