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 새 총재에 아베 신조 관방장관이 선출됐다. 20일 열린 당내 선거에서 아베 장관은 총 703표 중 464표를 얻어 136표를 얻은 아소 다로 외상과 102표를 얻은 다니가키 사타카즈 재무상을 따돌렸다.
중의원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의 총재가 총리가 되는 관행에 따라 26일로 예정된 의회의 총리 승인도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되어 아베 신임 총재는 사실상 후임 총리로 확정된 셈이다.
역대 최연소(51세) 총리이자 최초의 전후세대 총리로 꼽히는 아베 총재의 정권 구상은 한 마디로 "아름다운 나라, 강한 일본"으로 요약된다. 전범국가라는 오명을 벗고 일본을 경제 대국을 넘어 '세계에서 존경을 받는 강대국'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아베 총재가 '선장'이 되어 자신의 뜻대로 '일본호'를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고이즈미 극복'이 선행 과제로 꼽힌다.
고이즈미 총리가 막판까지 50%에 육박하는 국정 지지를 받으며 화려한 임기를 마감한 뒤에는 한국-중국과의 관계 악화, 고령화 사회에 따른 의료보험과 연금 문제, 과도한 정부 부채, 사회적 양극화 등 그늘도 적잖기 때문이다.
이는 고스란히 후임 아베 정권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겨졌다. 고이즈미 총리가 특유의 '괴짜 행동'과 직설적 화법으로 일본 정치사상 유례없는 대중적 인기를 리더십의 기반으로 삼았던 반면, 그만한 카리스마도, 당내의 공고한 지지 세력도 없는 아베 총재가 단시간 내에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내년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를 맞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특히 "고이즈미 정권이 남긴 가장 나쁜 유산은 그동안 비주류였던 일본 극우 정치인과 지식인들을 일본 정치의 중심으로 끌어들인 것"이라는 19일자 <뉴욕타임스>의 지적처럼, 주류에 편승한 극우 세력들의 비난을 최소화하면서도 아시아 외교를 정상화하는 것이 아베 총재의 정치력을 가늠할 수 있는 최대 난제로 꼽힌다.
이에 아베 총재가 '합리적 다수'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라도 한국,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역으로 당내 지지와 전통적 지지층의 결집을 노리고 강경 노선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도 2001년 취임 직후 취약한 당내 기반을 극복하기 위해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나선 바 있다.
아베 총재가 선거 전날인 19일 북한의 자산 동결을 선언하며 "새 내각에 북한 납치 담당 장관 자리를 신설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을 두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답답한 현실 정치를 '북한 때리기'로 타개해 보려는 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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