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19일 자국내 북한 자금을 동결하는 내용의 대북 제재안을 발표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주재한 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이지만 20일 총리 선출이 확정적인 아베 관방장관이 빠른 결정을 촉구했다는 후문이다. 2002년 고이즈미 총리의 평양 방문에 동행해 일본인 납치에 대한 김정일의 사과를 압박하면서 스타덤에 오른 아베 장관답게 강경한 대북 제재로 '취임인사'를 한 셈이다.
北 미사일 개발 '의심 계좌' 동결
이날 각료회의에서 일본 정부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연계됐다고 의심되는 15개 기업과 개인 한 명의 자산을 동결하는 금융제재를 당일부터 발동키로 결정했다.
당초 미국이 제공한 제재 대상 리스트에는 '조선광업개발 무역회사'와 '단천상업은행' 등 12개 기업 또는 단체와 개인 한 명이 올라 있었으나 일본 당국의 자체 조사로 3개 기업이 추가됐다.
일본이 추가한 기업 중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북한 고위 간부들이 이용하는 '봉화병원'이 포함돼 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지난 2월 수색을 받은 무역회사 '명창양행'이 국외 수출이 규제된 동결건조기를 북한에 불법 수출할 때 수신자로 '봉화병원'이 기재되었기 때문에 이번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제재 대상 기업과 개인은 개정 외환법에 의해 일본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국외송금 등 자산 이동이 가능하다.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무기 개발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 내야 하는 까닭에 사실상 동결조치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아베 장관은 특히 이번 제재 조치를 발표하며 "중국도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지지했다. 적절한 대응을 기대한다"고 말해, 중국의 제재 동참을 압박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부터 시작되는 유엔 총회 일반토론 연설 등을 통해 다른 회원국들의 협력도 호소한다는 방침이다.
'북풍 수혜자' 아베, 납치문제에 올인?
아베 장관은 자신의 정치 생애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서도 "담당 장관 기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각별한 조치를 예고했다.
18일 <니혼TV>에 출연한 아베 장관은 "북한 납치 문제와 관련해 담당 장관을 둘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외교루트는 이원화해서는 안 되지만 피해자 가족을 돌볼 필요도 있다"며 "납치 문제를 담당하는 사람이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일본 언론들은 귀국한 납치 피해자의 지원을 담당해 온 나카야마 쿄고 전 내각 관방 참여(차관급)를 기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일본이 담당 장관까지 두며 납치 문제에 주력할 경우 가뜩이나 경색된 북-일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호주도 "대북제재 동참"
같은 날, 호주 정부도 북한 관련 기업과 개인에 대한 금융제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알렉산더 다우너 외무장관은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대한 국제적 제재 기류의 일환"이라며 이같이 밝혔으나, 제재 대상은 언급되지 않았다.
다우너 장관은 "비슷한 조치가 일본에서 발표됐고 미국에서도 북한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며 "이번 조치는 일본의 금융제재와 이에 앞서 미국이 취한 제재를 지지하고 보완하기 위한 것이며 북한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우너 장관은 또 "북한은 대량살상무기가 자신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일이라는 잘못된 판단을 포기해야 한다"며 "북한의 무기 계획이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해치고 있고 이는 국제 사회와 산업의 안정을 해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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