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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이후 '대북 포괄적 접근'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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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미 정상회담 이후 '대북 포괄적 접근' 어떻게 할까?

[기고] 한미동맹 정치화의 종언과 '외교의 시대' 도래

14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한미간의 이견에 대한 봉합이라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어쨌건 6자회담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다음은 <프레시안> '한반도브리핑'의 필자인 김연철 고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가 한미정상회담의 성과와 '포괄적 접근방안'에 대해 15일 소장파 사회과학자들의 모임인 '새로운 코리아 구상을 위한 연구원'(www.knsi.org)에 기고한 글이다.
  
  김 교수는 이 글에서 한미 양국 정상이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가 한미간의 공동안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사회에서 일고 있는 퇴행적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이 담고 있는 긍정적인 면에 주목하면서 대북 제재 국면이 외교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시간을 벌게 된 한국 정부가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진정한 외교력을 발휘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프레시안>은 '코리아연구원'의 양해를 얻어 김 교수의 글을 전제하고 향후 전개될 한반도 상황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자 한다. <편집자>
  
  한미정상회담 이후 대북 포괄적 접근 어떻게 할 것인가?
  
  그동안 한미동맹의 신뢰 문제를 제기하는 한국내의 시각과 관련해서, 워싱턴의 외교 담당자들이 흔히 하는 비유가 있었다. 마크 트웨인이 바그너의 음악을 평가했을 때, 사용한 말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소문보다 (그 정도로) 시끄럽지 않다"는 것이다. 동맹의 신뢰에 대한 한국 내의 소란이 과장되어 있다는 시각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역시 '한미 관계'에 대한 과장된 우려를 불식시키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미동맹의 정치화, 이제 그만
  
  부시 대통령은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가 한미간의 공동안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이 문제가 한국 내에서 정치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작전통제권의 이양시기 역시 근본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실무 차원의 문제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러한 발언을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한국 내의 자칭 친미세력이 어느새 미국의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고 있다는 역설이다. 외교안보 이슈조차도 정략의 도구로 삼는 한국 내의 일그러진 정치 상황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나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에 대한 한미 양국의 공감대는 이미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다.
  
  부시 행정부가 한미동맹 재조정에 적극적인 것은 그럴 말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탈냉전 이후 비대칭적 위협의 증가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를 비롯한 전쟁개입의 확대로 미국은 해외주둔 미군의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다.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는 한국 내에서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지만, 용산기지 이전문제나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주한미군의 전통적인 목표인 대북억지의 부담을 조금 덜면서 보다 유연하게 세계적인 위협에 신속하게 대응하고자 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군사적 재편을 추구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에게 한국만의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자칭 친미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최소한 미국의 입장이나 생각을 알아보는 '수준'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생각들이 있을 수 있다. 유럽에서 네오나치즘이 등장하듯이, 한국에서도 냉전 반공주의적 시각들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생각들은 소수의 시대착오적인 세력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지만, 최소한의 상식을 지닌 다수의 지지를 받기는 어렵다. 보수는 극우와 다르다. 한국에서 합리적인 보수 세력의 정체성을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동시에 전시 작전 통제권 환수 문제를 둘러싼 논쟁의 방식에 대해서도 덧붙이고 싶다. 말 그대로 전시 작전에 관련된 개념이나 내용들은 '유사시 대응' 계획이다. 어느 나라에서 전시작전과 관련된 내용들이 공개적으로 유포되는가? 그것도 알 만큼 아는 전직 국방관계자들이 국가기밀에 해당되는 내용들을 공개적으로 언론에 나와서 떠드는 행위는 개탄스러운 일이다. 그것은 안보와 국방을 걱정한다는 사람들이 할 짓은 아니다.
  
  조만간 한미동맹의 재조정 과제들이 마무리될 것이다. 공론의 장에서 검토해야 할 것은 지금까지의 정략적이고 소모적인 방식이 아니라 진정으로 미래지향적인 방향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미래 비전이다.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북한의 미사일 추가 발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는 미래의 희망일 수 있다.
  
  그렇지만 언제나 미래의 비전은 현재의 정책을 결정하는 등대와 같다. 한반도 평화체제에서의 적정군사력 규모,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미 동맹의 지향성, 혹은 동북아의 패권 경쟁에서 '평화적인 한반도'의 역할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토론이 있어야 할 것이다.
  
  포괄적 공동접근의 과제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와 관련된 의미 있는 개념이 도출되었다. 한미 양국의 포괄적 공동접근이라는 개념이다. 정확한 발언의 내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몇 가지 정황으로 추측해 보자.
  
  우선적으로 9.19 공동성명 채택 이후 워싱턴에서 나온 말들 중에 '포괄적 대북전략'이라는 것이 있다.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와 같은 9.19 공동성명 합의사항에, 인권문제나 북한의 불법 행위까지도 포함해서 대북 전략을 보다 장기적이고 포괄적으로 정립해야 한다는 일종의 '개념 전략'이다. 국무부내 동유럽 담당자들이 강조했던 동북아에서 '헬싱키 프로세스'의 적용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전략적 개념은 9.19 공동성명 이행과 북미 양자 현안을 통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9.19 공동성명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북한인권 문제나 북한의 불법행위 문제는 명시적으로 표현되지 않았다. 북미 양자현안으로 분류되어 외교관계 정상화의 과정에 포함되는 것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포괄적 대북전략은 한 바구니에 모든 현안들을 넣어 일괄적으로 처리하자는 주장이다. 쉬운 문제부터 풀고, 어려운 문제는 뒤로 미루는 출구전략과는 다르다. 그래서 9.19 공동성명의 정신과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
  
  다른 한편 9.19 공동성명 이후의 오랜 교착국면이 포괄적 접근의 배경이 될 수 있다. BDA의 북한 계좌 동결로 시작된 미국의 금융제재는 결국 북한이 6자회담을 거부하는 근거가 되었다. 의제 외 현안이 6자회담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북한 역시 미사일 발사유예 조치를 무력화하면서, 의제 외 의제를 부각시켰다. 현재의 상황은 9.19 공동성명에 포함되지 않은 의제들 때문에 6자회담이 재개되지 않고 있다.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의제외 현안들까지도 포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최소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해법이 모색되어야 6자회담의 성과를 보장할 수 있다.
  
  훨씬 복잡해졌고, 앞으로 관계국들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 포괄적 접근의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의제의 확대가 9.19 공동성명과 상충되어서는 안 된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미국, 일본과 관계 정상화를 하는 과정은 그 자체가 북한이 국제사회에 편입되는 과정이고, 동시에 북한 정권의 성격이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9.19 공동성명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나 북한의 불법 행위 문제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핵문제의 해결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을 내포하고 있다.
  
  유럽 안보협력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헬싱키 프로세스는 주권 존중과 내정간섭금지, 그리고 경제·문화 교류의 성과를 바탕으로 인권문제를 거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역점이 있었다. 신뢰와 협력의 과정을 거쳐 결국 인권문제가 논의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핵문제의 입구에서 북미, 북일 간의 민감한 양자현안을 해결해야 한다면, 그것은 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둘째, 평화체제를 비롯한 중장기적인 환경 변화가 북한에 유인이 될 수 있지만, 당장 필요한 것은 금융제재에 대한 해법이다. 북한은 제재와 협상이 양립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제재를 하면, 협상장에 나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현안들을 포괄적으로 재정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금융제재 문제에 대한 해법의 도출이 우선적인 과제다.
  
  지난 3월 뉴욕접촉에서 북한은 위폐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북미간 비상설협의체 구성, 미국 내 은행의 북한 계좌 개설 허용, 위조지폐 감식을 위한 미국의 기술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양국 사이에서 위폐 문제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논의 대상은 제공되어 있다. 미국은 BDA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상적인 계좌는 풀어주고, 불법행위 의혹이 있는 계좌에 대해서는 북한의 제안을 기초로 제도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면 될 것이다.
  
  BDA 문제에 대한 북미 양국의 진전된 협상은 다시금 북한의 미사일 발사유예를 도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며, 9.19 공동성명 이행합의서 작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외교적 해법을 다시 시작하며
  
  한미 정상회담은 북핵문제와 관련, 제재국면에서 외교적 협상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 되겠지만, 최소한 한국이 다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은 마련되었다. 한미 정상회담으로 워싱턴에서 생긴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을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갈 수 있는 적극적 외교 행보가 필요하다.
  
  가장 우선적인 관심은 누가 어떻게 북한을 설득하는가의 문제다. 여기서 한중 양국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조만간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다면,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현재의 문제들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미, 한중간 금융제재 해법과 향후 6자회담의 운영 방향과 관련된 긴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물론 작년처럼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바탕으로 6월 17일 정동영-김정일 면담이 가능했던 상황을 재연할 수 있다. 대북특사를 파견하는 방안이다. 현재의 시점에서 북한과 미국의 입장차이가 있기 때문에, 완벽한 협상안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대신 북한과 미국을 번갈아 방문하여 입장 차이를 줄여 나가는 지속적인 특사외교가 필요하다.
  
  현재, 미국이나 중국, 한국 모두 시간이 중요하다. 모두의 입장에서 북핵문제 교착의 장기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입장에서 북핵문제 해결의 가시적 성과는 정치적으로도 중요하다. 중국 역시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입장에서 동북아의 불안정한 환경은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한국 역시 현재의 시점에서 평화적 해법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어렵게 만들어진 기회이고, 참으로 소중한 계기라고 할 수 있다. 국내적으로 외교안보 문제에 대한 소모적인 대립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이루기 위한 지혜와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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