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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사태는 '1982년의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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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사태는 '1982년의 재판'

[해외시각] "이스라엘은 완벽한 승리를 원하지만…"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상대로 벌이는 최근의 무차별 공격은 '야심'과 '오산'에서 비롯된 것으로 3개월을 넘게 지속된 1982년 레바논 사태를 닮아가는 불길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등에 중동문제 관련 글을 자주 기고해 온 그레이엄 어셔는 이같은 시각에서 최근 레바논 사태를 분석했다.

다음은 이집트의 영자지 <알-아흐람 위클리> 최신호(21일자)에 실린 '다가오는 분노'의 전문이다.(
원문보기) <편집자>

최근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은 역대 최악 수준

2000년 10월 헤즈볼라 게릴라들이 이스라엘과 인접한 레바논 국경에서 3병의 병사를 붙잡았다. 이스라엘의 당시 총리 에후드 바락은 '무대응'을 선택했다. 불과 한 달 전에 이스라엘이 이슬람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을 모욕해 인티파다(반 이스라엘 민중봉기)가 일어났기 때문에 '제2의 전선'이 형성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2002년 4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를 재점령하는 작전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헤즈볼라는 7명의 이스라엘 병사를 살해했다. 바락의 후계자 아리엘 샤론 역시 대응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시리아에 경고하면서도 레바논 저항세력과 간접적인 협상을 계속했다. 이 협상에서 헤즈볼라는 결국 410명의 아랍 포로들을 이스라엘 병사 3명의 시신 및 이스라엘 '사업가(사실은 스파이)' 엘하난 테넨바움과 교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샤론조차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도시들을 겨냥한 1만~1만2000기의 미사일을 보유하고 버티는 레바논-이스라엘 국경의 현상 유지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였다.
▲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 포격ⓒ연합뉴스

2006년 7월12일 헤즈볼라 게릴라들은 이스라엘 병사 2명을 납치하고 또다른 8명을 살해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이스라엘은 철수 1년만에 또다시 가자지구를 점령했으며 육·해·공군을 총동원해 레바논에 혹독한 공격을 가했다.

1996년 '분노의 포도 작전' 이후 또는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1982년 '갈릴리의 평화 작전' 이후 최대의 공세다. 이에 대해 헤즈볼라는 하이파와 티베리아스 등 이스라엘의 도시에 로켓을 쏘아대며 맞섰다.

"이스라엘의 최우선 목표는 '공포의 균형' 파괴"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두 개의 전선에서 전투를 벌이는 데 아무런 지장을 느끼지 못하는 게 분명하다. 삼손처럼 그는 기꺼이 지난 6년간 이스라엘 북쪽 국경(즉 레바논 남부)의 평화를 지탱해준 '공포의 균형'을 깨뜨렸다.

아즈미 비샤라가 레바논의 일간 <아스-사피르>에 썼듯,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게 대담한 도전을 해온 게 아니라,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상대로 전쟁을 벌인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스라엘측은 더 이상 '납치된' 병사의 석방을 위해 협상할 뜻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것처럼 반박하기 쉬운 명분이 없다. 이스라엘 TV와의 인터뷰에서 치피 리브니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협상 이외에 납치된 2명의 병사를 구출하는 방법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베이루트 공항을 폭격할 것"이라고 답했다.

리브니 장관은 그 효과를 묻는 질문에 "공항으로 이어지는 도로들을 폭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바논이 됐든, 가자지구가 됐든, 포로를 구출하는 것은 이스라엘 정책의 우선 순위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다.

레바논의 한 논객은 "이스라엘의 최우선 목표는 레바논 일대에서 헤즈볼라의 군사력을 제거해 균형을 깨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번째는 도로, 항만, 발전소 등 레바논의 국가 기반시설을 파괴해 레바논 정부가 이스라엘 국경에 군대를 출동시켜 헤즈볼라를 무장해제시키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즉,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요구한) 유엔 결의안 1559호를 무력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면, 두 번째 목표는 헤즈볼라를 무장해제시키기 위한 소모전을 벌이는 것이다. 무고한 주민들이 희생되더라도 무기 창고와 로켓 발사대, 헤즈볼라 본부 등을 목표로 타격을 주는 방식이다.

두 번째 목표는 섬뜩한 느낌을 준다.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같은 목표는 달성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한 논객은 이번 군사공격이 '1주일 내'로 끝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이같은 오만은 1982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했을 때 초기 몇 주 동안 보여준 것과 무서울 정도로 유사하다. 당시에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1주일 내'로 패퇴할 것이라는 예측했었다.

그러나 PLO는 당시 100일 넘게 싸웠다. 헤즈볼라는 (레바논의) 자생적인 저항운동 세력으로 시아파 주민들로부터 그들을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서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헤즈볼라를 레바논에서 제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이스라엘의 환상이다. 헤즈볼라 지도부 인사인 압둘라 카시르는 "헤즈볼라는 레바논이 초토화되더라도 결코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은 진심이다.

이스라엘의 야심은 '지역 균형'에서 출발한다. 2002년 이후 이스라엘은 미국의 지원과 유럽의 동조, 아랍연맹의 용인 속에 팔레스타인 점령지역에 일방적인 지배경로를 만들었다.

(중동지역에서 미국, 이스라엘의 군사패권주의에) 끊임없이 저항하는 유일한 세력은 하마스와 헤즈볼라, 그리고 지역 동맹국인 시리아와 이란이다. 헤즈볼라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함으로써 이스라엘은 지역 전쟁까지 가지 않고서도 이란과 시리아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스라엘은 또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하마스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한 마지막 장벽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스라엘은 타협이 아니라 승리를 원한다"

올메르트 총리에게 이는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이스라엘 우익과 많은 군부 인사들은 이스라엘의 2000년 레바논 철수가 인티파다의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또 가자 지구 철수로 카삼 로켓(하마스의 알 카삼 여단이 만든 일종의 사제 로켓으로 사거리는 10km를 넘지 못하지만 요격이 힘들어 이스라엘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개발과 지난 1월 하마스의 팔레스타인 총선 승리라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보고 있다.

올메르트 총리의 정치적 구상의 핵심은 점령지인 서안지구의 지형을 재구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러한 일이 저절로 일어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마스와 또다른 팔레스타인 저항세력이 가자지구에서 전투를 벌이고 헤즈볼라가 무장한 채로 레바논 국경에 머물러 있는 한 그의 구상이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안보 담당 각료 이삭 헤르조그는 "정부 일부를 구성하는 테러조직 때문에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이 지역에서 그들이 더 이상 날뛰지 못하도록 하고 게임의 규칙을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가 가리키는 테러 조직은 헤즈볼라를 의미한다. 그는 하마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말을 했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독선과 오산의 위험한 조합은 최근 레바논에 대한 공격이 꽤 오래 갈 가능성을 시사한다. 포로교환에 이어 국제사회가 중재하는 휴전이 가능하다고 믿는 이란과 시리아 등 일부 국가들이 현재의 상황을 정치와 협상의 장으로 끌고 갈 수도 있을 것이다 .

그러나 이스라엘은 정치적인 타결은커녕 휴전에 대해 관심이 없다. '분노의 포도 작전'이 이스라엘, 헤즈볼라, 미국과 당시 시리아의 대통령 하페즈 알-아사드 사이에 '상호이해'가 이뤄져 결국 종료된 1996년의 상황과 같지 않다.

이번 사태는 1982년에 더 가깝다. 당시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정권을 교체하고, 이 지역을 자신들의 야욕에 맞춰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이스라엘의 분석가 구이 베처는 지난 16일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와 타협하길 원하지 않는다"면서 "이스라엘은 승리를 원하다"고 말했다.

(번역:이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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