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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왜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서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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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북한은 왜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서야 했나

한반도 브리핑 <10> 남북관계의 '새로운 모멘텀' 절실

지난 5월초, 북에 대한 조건 없는 양보 및 제도적 물질적 지원을 피력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몽골발언을 전후해 남과 북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양방문, 남북철도 시험운행 등에 합의하며 남북관계의 새로운 활로를 뚫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한달 남짓 지난 6월 중순 현재, 철도 시험운행은 무산됐고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더욱이 1998년 이후 처음으로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준비하면서 한반도에는 또다시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불과 한달 남짓 사이에 벌어진 상황의 반전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최근 광주에서 있었던 6.15기념행사부터 짚어보도록 하자.

올해도 어김없이 6.15기념행사는 열렸지만...
▲ 올해도 어김없이 6.15가 찾아왔고 광주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민족통일대축전이 열렸다. 그러나 한반도의 기상도는 썩 맑아 보이지 않는다. ⓒ 연합뉴스

올해도 어김없이 6.15가 찾아왔다. 남북의 적대와 대결 대신 화해와 공존의 첫발을 내디뎠던 2000년 정상회담을 기념하고 그 결과로 도출된 6.15 공동선언의 실천 의지를 다짐하는 각종 행사가 다채롭게 열렸음은 물론이다. 남과 북이 함께 참여하는 '민족통일대축전'은 올해 민주와 평화의 성지, 광주에서 개최됐다. 해마다 남북의 민간이 주도해 정례적인 민족공동행사로 자리 잡은 6.15 대축전은 지난 해부터 정부 대표단이 공식 참가하면서 이제 남과 북, 정부와 민간이 함께하는 만남의 장(場)으로 성장했다.

6.15 6주년을 맞으면서 여전히 남북관계가 그런대로 진행되고 있음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난 달 남북 철도연결을 위한 시험운행이 갑작스럽게 취소된 이후 아직 남북관계가 크게 어긋나고 있지는 않다. 제주에서 열린 제12차 경추위가 나름의 합의를 도출하며 결말을 맺었고 6.15 남북공동행사 역시 무난하게 진행되었으며 6.15를 기념하는 제14차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금강산에서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고, 특히 납북자로 알려진 김영남 씨 모자의 상봉을 북이 전격적으로 수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6.15가 벌써 6돌을 맞고 있고, 지금 시기 남북관계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지금 한반도의 기상도는 썩 맑아 보이지 않는다. 어딘가 구멍이 뚫려 있고 무언가 부족해 보인다. 북미관계는 갈수록 악화되는 데에다 남북관계마저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어렵게 유지해 온 남북관계의 안정성마저 불안하게 느껴지는 이 찜찜함의 근거는 무엇일까? 외형적으로는 남북관계가 안정되어 있고 예정된 만남과 행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지금 남북관계는 수면 아래서 불안정한 물살이 요동치고 있음이 감지된다.

관성으로 굴러가는 남북관계

요즘 느끼는 불안감의 구조적 원인은 남북관계 자체의 내적 동력이 소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6년이 지난 지금도 남북관계는 2000년 정상회담이 이끄는 추동력에 의존하고 있고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수년 동안 진행된 남북관계의 진전은 이제 한번 더 새로운 발전을 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남북관계가 악화되지 않고 있고 당국간 대화도 중단되지 않고 있지만 요즘의 남북관계는 생동감 있는 발전의 느낌보다는 관성으로 지속되는 현상유지적 성격이 강해 보인다. 남북이 자주 만나면서도 여전히 남북간 쟁점은 잠복해 있고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남북관계 역시 활력 있는 발전의 모습이 아니라 왠지 풀이 죽은 정체된 모습이다.

이제 남과 북이 만나고 서로 오고가는 것만으로 기쁘고 즐거워하는 단계는 지났다. 북쪽 사람이 내려오고 남북이 행사를 같이하는 것이 더 이상 사람의 관심과 눈길을 끄는 중요 뉴스가 되지 못한다. 당장 광주에서 열린 6.16 축전만 봐도 그렇다. 매번 남과 북을 오가며 열리고 있는 민족공동행사도 새로운 내용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찾아보기 힘들고 일반인들의 참여가 확대되는 질적 성장을 이루기보다는 기존의 것을 반복하는 익숙한 모습과 내용에 머물러 있다. 그냥 해마다 치러야 하는 다소 힘들고 지치는 연례행사의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미 6년을 지나면서 남북관계의 의제 역시 새로운 진전을 필요로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기존의 3대 경협 추진과 민간차원의 교류 확대만으로 남북관계를 힘있게 끌고 가기엔 이제 힘이 벅차다. 남과 북 사이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새로운 아젠다가 이미 제출되어 있지만 아직 속 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북이 일관되게 요구하는 이른바 '근본문제'의 해결을 언제까지 뒤로 미룰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상호 참관지 제한 철폐, 한미연합 훈련 중지와 해상경계선 설정, 국가보안법 철폐, 지역 업종 규모를 가리지 않는 유무상통의 경협 추진 등이 지금 북이 줄기차게 요구하는 근본문제들이다.

6.15 이후 6년, '근본문제' 해결엔 조금의 진전도 없어
▲ 6.15 이후 6년이 지났지만 남북간의 근본문제 해결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어 보인다. ⓒ 연합뉴스

남과 북이 6.15 정신으로 6년을 지내오면서 아직까지 근본문제라는 것에 대해 조금의 합의도 진전도 이루지 못한다면 이는 분명 역설적이다. 남북의 '정치적' 신뢰와 '정치적' 화해협력은 사실상 근본문제에 대한 일정한 해결 없이 불가능하다. 경제협력과 사회문화교류와 달리 양측간에 탄탄한 정치적 신뢰가 쌓이지 않는 한 관계의 역행은 언제라도 가능하다. 그리고 지금 시기에 남북의 정치적 신뢰구축과 정치적 화해협력은 바로 근본문제의 해결에서 비롯될 수밖에 없다. 화해협력의 6년을 보냈으면서 아직도 상호 참관지 문제가 걸려 있고 군사분야의 해묵은 쟁점들이 답보상태라면 분명 상호관계는 더 진전되기 힘들다.

인도적 문제에서도 이제는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기존의 방식을 넘어 납북자, 국군포로라는 보다 진전된 의제가 이미 부상했고 이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고는 남북관계의 진전은 힘들어진다. 경제협력도 지금껏 해 오던 방식의 3대 경협만으로 남북관계의 동력을 재충전하기는 힘들다. 북이 보기에 남측은 말만 요란했지 정작 북에게 실질적 경제혜택을 주는 대규모 경협은 머뭇거리고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북이 요구하는 새로운 경협방식과 남이 추진 중인 신(新)경협사업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군사적 신뢰구축과 평화체제 문제 역시 지금처럼 답보상태를 지속한다면 남북관계의 부문별 불균형이 가속화될 뿐 아니라 안정적인 관계진전을 제약하는 장애요인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서해에서의 해상경계선 하나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처럼 6.15 6년을 맞으면서 새롭게 제기된 남북간 의제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남북관계는 질적 발전과 한 단계 업그레이드보다는 현상유지와 쟁점의 내재화에 머물고 말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준비되지 않은' 몽골 발언

동력의 소진으로 과거의 관성에만 익숙해 있는 남북관계가 2006년 6월 현재 더욱 불안해 보이는 것은 최근 들어 남북간 신뢰가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한 달 전인 5월 초만 해도 남과 북은 지금의 '미묘한' 한반도 정세를 주체적으로 전환하기 위해 의미 있는 노력을 기울이는 듯 했다. 5월 9일 노무현 대통령은 몽골 발언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함께 북에 대한 조건 없는 양보 및 제도적 물질적 지원을 피력했고 이는 곧 북미대결 구도로 불안정해보이는 한반도 정세를 남북이 주도해서 풀어보자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물론 그 이전에 제18차 장관급 회담을 통해 북이 김대중 전대통령의 방북을 수용하기로 한 것도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북한 역시 남북의 주체적 노력 시도에 화답이라도 하듯 철도연결 시험운행을 덥석 받았고 이제 남북은 끊겼던 민족의 혈맥을 잇고 DJ가 북으로 가서 제2차 정상회담을 요구하고 곧이어 남북 정상이 만나 한반도 정세를 호전시킬 수 있다는 희망적 그림이 부각됐다.

그러나 상황은 거기까지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몽골 발언은 대북정책 방향이 결정된 것에 따른 것이 아니라 '준비되지 않은 언급'(unprepared statement)이었고, 북이 5.9 발언을 믿고 의욕적으로 제기한 서해 해상경계선 설정문제에 대해서도 남측은 기존의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결국 남측 의지의 시험대였던 제4차 장성급 회담은 결렬되고 말았고 북은 남측 대통령의 발언이 정책적 의지가 실리지 않은 일과성 발언이었던 것으로 평가했다. 그 직후 북한의 열차 시험운행 취소 결정이 내려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더욱이 북한은 5.31 지방선거에서 완패한 남측 정부여당의 향후 정치적 기반과 정책추진력에 대해 근본적 회의를 갖게 된던 것도 사실이다. 남측의 대북 정책 의지를 불신하게 된 북으로서는 연이어 간접적인 섭섭함과 불신을 표출했다. 예정된 만남과 회담은 지속됐지만 5월초에 보였던 성의와는 확연한 온도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6.15 대축전 정부대표단장에 김기남 비서 대신 김영대 사민당위원장을 보낸 것은 분명 남북관계에 대한 무성의였다. 남측 민간 지도자들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김영대 위원장이 북측 정부대표단의 격에는 결코 맞지 않다는 것은 북이 더 잘 아는 일이었다. 안경호 민간대표단장이 연일 한나라당에 대해 정치적 비난공세를 퍼부은 것은 뒤집어 보면 남측 정부의 적극적 대북정책을 주문하는 것이었거나 혹은 현 정부 이후를 고려한 관심표현이었다. 정상회담 의지와 노력의 연장선에서 파악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북이 별 관심을 갖지 않게 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고 지금은 방북 자체마저 불투명한 상황이 되고 있다.

남측 정부의 '적극적 의지 결여'가 주요 원인

지금의 남북관계는 마지못해 과거의 관성대로 진행되고는 있지만 여기에서 남북 주도의 관계 진전이나 주체적 노력은 기대하기 힘들게 됐고 남북관계를 통해 북핵문제를 돌파하겠다는 생각은 더더욱 어렵게 되었다. 오히려 북측 내부에 지금의 남북관계를 비판하는 불만의 목소리와 강경한 입장이 더 커질 것이 우려스럽고 마찬가지로 남측 내부에서도 북한의 행태를 비난하면서 대북정책에 대한 비난여론이 확대될까 우려스러운 지경이다.

이처럼 불과 한 달 사이에 희망적 분위기가 불안한 비관적 분위기로 바뀌고 있는 데에는 무엇보다 남측 정부의 적극적 의지 결여가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DJ 방북과 6.15 공동행사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낙관적 희망을 실현하는 것은 막연히 남측 대통령의 발언 하나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상대방인 북이 남측을 믿고 신뢰할 수 있게 하는 구체적 조치와 전략 그리고 강력한 실행력이 뒤따라야 함에도 지금 돌이켜보면 이를 준비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북미간 갈등으로 미묘한 형국이 지속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대통령의 발언 하나만으로 남북정상회담 같은 역사적 반전을 이루려 했다면 이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최근 들어 남북관계 전반이 맥이 빠진 채 겉돌고 있는 점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북미갈등 고조 국면이 심화됨에 따라 이제 남북관계가 개입할 여지마저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남북관계가 어렵고 힘들어진 중요한 외부 요인으로는 분명 북핵문제의 교착과 북미 적대관계의 지속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남북관계 자체의 취약함도 있지만 사실상 남북관계의 취약함을 더욱 곤란하게 만든 핵심원인은 바로 북미갈등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9.19 공동성명 이후에도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여전히 요원해 보이고 최근에는 미국의 대북 압박과 북한의 대미 대결이 맞부딪치면서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이 확대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카드', 남북관계마저 경색시킬 수도
▲ 남북관계를 통해 문제해결에 나서보려 했던 남쪽과 북쪽의 시도가 힘들게 되면서 지금 북한은 상황반전을 위해 대미 벼랑끝 전술의 일환으로 미사일 카드를 최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남북관계를 통해 문제해결에 나서보려 했던 남쪽과 북쪽의 시도가 힘들게 되면서 지금 북한은 상황반전을 위해 대미 벼랑끝 전술의 일환으로 미사일 카드를 최대화하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위협하는 것은 중동에 쏠린 미국의 관심을 유도함과 동시에 북미 양자 직접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협박 카드로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미 강경으로 일관했던 이란에게 부시 대통령이 협상 방침을 밝힌 것도 김정일 위원장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북이 소극적인 '3년 버티기'를 넘어 아예 미국을 협박하는 '적극적 강공'으로 나오고 이에 대해 미국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북 제제에 돌입한다면 한반도 위기는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 물론 북이 조성한 위기 상황에 대해 미국이 현실적 방도로서 협상을 택할 수도 있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북이 원하는 대로 진행될 만큼 녹록하지 않다. 북으로서는 답답한 지금의 국면보다는 오히려 상황을 극단으로 몰고 감으로써 미국을 압박하겠다는 것이지만 그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미사일 사태로 인해 남북관계가 더더욱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잖아도 수면 아래에서 불안함이 감지되고 있는 참에 북이 미사일 발사라는 극단적 행동을 감행하고 북미간 대결이 최고조에 달한다면 한국은 대북 제재에 동참할 수도,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수도 없는 난감한 입장일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 해 2.10 핵보유 선언으로 몹시 분노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에도 미사일 발사로 또 한번 분노할 경우 현 정부 하에서 남북관계는 신뢰회복의 기회를 더 이상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6.15 6주년을 맞으면서 아이러니칼하게도 우리는 이렇게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를 목도하고 있다. 민족의 화해와 한반도의 평화로 나아가려는 6.15 공동선언 정신과 정반대로 지금의 정세는 불안정한 국면이 확대되고 있다.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남북관계는 5월의 낙관적 분위기와 전혀 다르게 상호 신뢰가 무너지는 형국이다.

한국 정부의 준비 미흡과 기회 상실이 결국은 북측의 긍정적 대응을 유도하지 못함으로써 남북주도의 적극적 노력을 힘들게 해버렸다. 구조적 대결을 지속하던 북미관계는 국면돌파를 위한 북한의 강경대응 방침으로 더더욱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은 이제 북미간 극단적 대결과 미국의 대북 제재 가능성마저 예상케 하고 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중첩적으로 불안한 국면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에 휘둘리고, 미국에 휘둘리고, 국내 여론에까지 휘둘려서야…

그러나 상황이 어렵고 불안하더라도 우리는 원칙과 기조를 놓쳐서는 안 된다. 한반도 정세는 어려울수록 원칙을 지키고 불안할수록 기조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화해와 협력의 남북관계를 지속하는 것과 대화와 협상에 의해 핵문제를 풀고 북미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결국 지금의 복잡한 정세에서 요구되는 것은 증대되고 있는 악순환의 요소들을 약화시키고 아직은 남아 있는 선순환의 긍정적 요인들을 강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의 강경대응 자제가 필수적이다. 문제해결을 위해 사태를 극단화시킨다는 것은 결코 북에게 이득이 되지 않음을 끈질기게 설명해야 한다. 특히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경제적 혜택을 바라고 관계진전에 적극적인 북측 내각의 입장을 강화하고 정치·안보적 차원에서 보수적 입장을 고수하는 군부 등의 입장을 약화시켜야 한다.

다음으로는 한국 정부 역시 대내적인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화해협력의 대북정책을 일관되게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북한에 휘둘리고, 미국에 휘둘리고, 국내 여론에도 휘둘려 대북정책이 갈팡질팡하는 것은 남북간 신뢰에 치명적일 뿐이다. 일관된 대북정책으로 남북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그나마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키고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 수 있는 대북설득의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된다.

북한과 미국의 협상파 입지 강화가 관건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국 내에 존재하는 대북 협상파의 입지가 보다 강화되도록 해야 한다. 최근의 대북 압박정책 전면화 기조에도 불구하고 미국에는 여전히 북한과의 협상을 통한 일괄타결이 유일한 현실적 방도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금년 초 짐 리치 하원 아태소위원장의 입장이 그러하고, 최근 보도된 필립 젤리코 국무부 자문관의 평화협정 협상론이 그러하며, 루가 상원 외교위원장의 북한관련 일괄타결의 법안 움직임, 머코스키 상원 동아태소위 위원장 등의 북한 방문 추진 움직임, 그리고 힐러리 의원의 대북 특사 파견 요구 등이 그러하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전환과 힐 차관보의 방북 필요성 그리고 북한과의 일괄타결 협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대북 압박과 무시 정책이 결국은 문제를 더욱 키우고 확대시켰다는 비판인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미국 내에 대북 강경입장을 더 확대시킬 수 있지만 이라크 사태와 이란 핵문제 등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미국의 정치적 환경을 고려하면 북한발 한반도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이 결국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현실론이 부상할 수도 있다.

북미간 대결이 심화되는 것을 걱정하면서도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위기를 완화시키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북미간 현실적 타협의 가능성이 아직은 남아 있고 이 가능성을 끝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갈수록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희망을 포기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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