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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와 차베스의 포커게임…에이스는 차베스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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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와 차베스의 포커게임…에이스는 차베스 손에?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158>

'석유 없는 미국은 종이 호랑이'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 정부를 향해 대테러활동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무기 수출금지조치를 취하자 차베스는 원유와 석유공급 중단 카드로 맞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양국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남미 현지의 정치평론가들은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대립관계를, 무기와 원유를 놓고 차베스와 부시가 벌이는 한판의 포커게임에 비유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게임에서 에이스는 차베스가 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조치에 자국산 무기뿐만 아니라 미국산 부품을 활용해서 군 장비를 생산하고 있는 브라질과 스페인 등의 국가들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력 증강을 노리는 차베스를 사면에서 압박해 묶어두려는 조치인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의 이번 조치에 별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미국이 아니라도 자국방위에 필요한 무기를 구입할 곳은 얼마든지 있다는 투다.
▲ 세계최대의 원유매장국가 된 베네수엘라 현지의 한 유전에서 석유를 뽑아 올리고 있는 모습. ⓒPDVSA.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 국방부는 미국으로부터 지난해 3400만 달러 상당의 군 장비 및 부품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 군수물자의 미국의존도가 아주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인 것이다.

반면 미국은 석유를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도 없는 나라라는 것이 이번 사태를 지켜 보는 남미 현지전문가들의 견해다. 석유가 없는 미국은 그야말로 '종이호랑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극적인 표현을 쓰기도 했다.

세계경찰을 자처하며 전세계의 공중과 해상을 주름잡는 막강한 군사력도 석유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자동차산업을 비롯해 건설, 농업 등 미국이 내세우는 모든 산업활동도 석유가 없으면 '올 스톱'된다는 것이다. 또한 겨울 내내 영하의 기온을 유지하는 미 북부지방 역시 석유공급이 중단된다면 원시시대로 돌아가 초강대국이라는 자부심은 한낱 구호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외치고 있지만 그 속사정은 석유확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이들 남미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견해다. 대테러전이 공교롭게도 중동과 카스피 연안, 걸프만, 중남미 등 원유생산지와 겹친다는 설명이다.

'베네수엘라, 세계 최대의 산유국으로 부상'

그렇다면 미국의 베네수엘라 석유의존도는 어느 정도일까?

산유국인 미국의 해외 석유 수입의존도는 53%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국내 원유생산량에 비해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곧 수입의존도가 62%를 넘어설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안정적인 석유공급선 확보와 대체 에너지개발이 '발등의 불'인 셈이다.

베네수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멕시코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양의 원유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나라다. 그만큼 베네수엘라 석유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가 크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미국 내에서 하루 100만 배럴의 원유 처리능력을 가진 베네수엘라 국영석유(PDVSA)의 미국 내 현지법인 씨트고(CITGO) 가 운영하고 있는 1만4000여 개에 달하는 주유소는 차베스가 미국을 향해 큰소리 칠 수 있는 또 다른 무기 역할을 하고 있다.

차베스는 지난해부터 이 씨트고를 매각하겠다고 큰소리 치면서 쿠바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중국 등지에 원유처리 시설을 늘리고 주유소를 대량으로 구입하는 등 본격적으로 미국 철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무기와 힘으로 베네수엘라를 압박한다면 차베스는 석유공급 중지를 무기 삼아 미국에 대항하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석유의 안정적인 공급선 확보를 노리는 미국의 의도를 알아챈 차베스는 지난 4월 전격적으로 자국 내 이탈리아계ENI석유와 프랑스국적 TOTAL 소유의 2군데 유정까지 계약 종료를 선언, 사실상 베네수엘라 석유자원 전체를 완전 장악했다.

차베스가 자국 내 석유자원 장악을 서두른 데에는 최근 베네수엘라가 추정 원유 매장량 3772억 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최대 원유매장국가라는 평가가 나온 것과도 무관치 않다.

얼마 전까지 베네수엘라의 원유매장량은 772억 배럴 정도로 평가 받아 왔었다. 그러나 최근 오리노코 유전 벨트의 중질유가 원유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원유매장국가로 올라선 것이다.

이렇게 세계 최대의 원유보유국이 된 베네수엘라의 차베스가 석유라는 에이스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최대의 석유 소비시장인 미국이 무기금수조치 이후 내놓을 대항카드가 무엇인지에 베네수엘라는 물론 아메리카 전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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