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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김계관 만나고 싶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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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김계관 만나고 싶었지만…

국무부 '상관들'의 불허로 도쿄서 못 만나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아협력대화(NEACD)에서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만나지 못한 것은 힐 스스로의 '거부'가 아니라 국무부의 '불허 방침'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의 2대 신문체인인 <나이트 리더(Knight Ridder)>는 5일 NEACD에서 힐 차관보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설득하기 위해 김 부상을 만나기를 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에 있는 그의 상관들이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허용치 않았다고 도쿄 대화에 참석했던 미국 측 인사 등 3명의 말을 빌려 보도했다.
  
  지난달 10일부터 3박4일간 열렸던 NEACD는 6자회담 수석대표 모두가 참석했던 비공식 회의로 힐 차관보와 김 부상의 양자접촉이 성사될 경우 교착에 빠진 6자회담 재개에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두 사람은 그러나 도쿄 대화에서 단 1분간의 '조우'만 있었을 뿐 제대로 된 접촉을 하지 못했고, 힐은 양자회담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자신의 '거부' 때문이라면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양자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나이트 리더>의 이같은 보도는 조지 부시 미 행정부 내에서 대표적인 대북 '협상파'로 알려진 힐 차관보의 입지가 축소됐다는 세간의 평가를 확인시켜 주는 동시에, 6자회담 테이블을 벗어난 북미간의 양자접촉을 반대하는 부시 행정부의 입장이 얼마나 확고한지를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힐 차관보는 그러나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서울-워싱턴 포럼'에서 김 부상을 만나지 않은 것은 자신의 의지 때문이었음을 거듭 강조해 행정부 내 강온파간 이견이 노출되는 것을 차단했다. 그는 지난 2일 이 포럼에서 "누군가가 양자 접촉을 방해했다고 묻는다면 그 답은 '그렇다'이고 그 '누군가'는 바로 북한이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 이란 등 주요 '적대국'과의 직접 대화를 꺼리는 이유는 양자 접촉을 통해 미국이 상대국에게 양보를 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주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갈등하는 상대국과의 직접 대화를 거부한 대표적인 예는 이란과의 경우다.
  
  부시 행정부는 2003년 봄 이라크에서 후세인 정권을 축출하고 난 뒤 이란으로부터 직접 협상을 벌이자는 1장의 비밀 서신을 접수했다. 그러나 이란의 요청은 부시 행정부에 의해 거절됐고, 서신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던 이란 주재 스위스 대사에게 돌아왔던 것은 '월권'을 하지 말라는 경고뿐이었다고 지난해까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중동 문제를 담당했던 플린트 레블렛은 말했다.
  
  부시 행정부는 또 지난달 개인적인 일로 미국을 방문하는 이란 국가안보위원회의 고위급 자문역의 입국 허가마저 취소하면서 직접 접촉을 거부했던 것으로 익명을 요구한 2명의 관리들에 의해 확인됐다.
  
  부시 1기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리처드 아미티지는 이와 관련해 "외교란 단지 우리 우방국들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들과도 하는 것"이라며 직접 대화를 거부하는 부시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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