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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ㆍ이라크ㆍ사우디간 시아파 에너지동맹 형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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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ㆍ이라크ㆍ사우디간 시아파 에너지동맹 형성중"

〈해외시각〉 촘스키 "중·러 가세하면 美 에너지전략 중대 차질"

이라크전쟁으로 이전의 집권세력인 수니파가 몰락하고 시아파가 이라크 정국을 장악한 가운데 같은 시아파 정권인 이란과 이라크는 물론 사우디 최대의 석유매장지역인 사우디 남부의 시아파간에 '느슨한 동맹'이 형성돼 미국의 세계에너지 통제 전략에 도전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시대의 지성' 노엄 촘스키 미 MIT대 교수는 아랍에미리트연합 최대의 영자신문인 〈칼리지 타임스(Khaleej Times)〉6일자 기고문을 통해 이란, 이라크의 시아파들이 이미 경제적·군사적 관계를 형성해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촘스키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의 대부분이 매장된 사우디 남부의 시아파들도 그같은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며 이란 주도로 중국과 러시아까지 끌어들인 에너지 안보동맹이 형성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동맹이 구체화한다면 중동을 장악해 세계의 에너지를 통제하겠다는 미국의 근본 구상이 위협받게 돼 국제사회가 에너지를 둘러싼 패권 경쟁에 본격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이라크 전쟁은 결국 수니파보다 더 반미적인 시아파들의 성장을 가져와 미국의 에너지 전략 전체를 흔들어놓고 있는 것이다.

촘스키 교수는 또 미군의 이라크 주둔을 반대하는 이라크인들의 여론을 따라 미군을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최근 성장하고 있는 이라크 노동운동이 미국이 이식하는 민주주의와는 다른 의미의 민주주의를 성숙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촘스키 교수의 기고문 전문이다.원문은 http://www.commondreams.org/views06/0106-34.htm에 실려 있다. 편집자

***'투표를 넘어(Beyond the Ballot)'**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이라크에서 있었던 총선을 두고 "민주주의를 향한 행진의 중대한 이정표"라고 말했다. 총선이 이정표였던 것은 맞는데, 부시 행정부가 환영하는 그런 종류는 아니었다. 정치 지도자들의 판에 박힌 말은 일단 무시하고 역사를 보자. 부시와 영국 총리인 토니 블레어가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반복적으로 내놨던 구실은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할 것인가?'하는 "단 한가지의 물음"이었다.

이 "한가지 물음"에 '아니오'라는 답변이 나온 것은 전쟁이 시작된 지 몇 달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러자 부시는 침공의 진짜 이유는 이라크와 중동에 민주주의를 가져다 주겠다는 "메시아적 사명" 때문이었다며 너무나 재빨리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시점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미국이 그처럼 '민주화'라는 명분으로 바꾼 것은 이라크 점령 이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라크의 선거를 방해했다는 사실과 상충되는 것이다.

지난 해 1월 있었던 제헌의회 선거가 가능했던 것은 대중들의 비폭력 저항 때문이었다. 비폭력 저항의 상징이 된 것은 시아파 최고 지도자인 그랜드 아야툴라 알 시스타니였다. (폭력적인 저항공격은 전적으로 이 대중적인 운동에서 파생된 또하나의 저항 방식이다) "제헌의회 선거를 치른 것은 알 시스타니의 주장 때문이었는데, 그는 미국 주도의 점령 당국이 선거를 보류하거나 의미 없게 하기 위해 내놓은 세가지 계략에 반대했다"는 〈파이낸셜 타임스〉의 지난해 3월 칼럼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선거란 것은 대중들의 의사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데, 점령군들이 던진 핵심 질문은 "당신들, 우리가 여기 있는 걸 원해?"였다.

그 답변이 무언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사실은 적지 않다. 지난해 가을 영국 국방부의 의뢰로 이라크 대학 조사원들에 의해 실시되고 영국 언론에 공개된 여론조사는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그 조사에 따르면 이라크인의 82%는 다국적군의 존재에 "강하게 반대"했고 동맹군에 의해 안보가 향상됐다고 믿는 이들은 1%도 안 됐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1월 이라크인 80%가 "미군의 조기 철군"에 지지했다. 다른 여론조사도 대략 일치한다. 따라서 다국적군은 철수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다국적군이 통제하는 군대를 보유한 종속적인 정권(client regime)이 들어서는 것을 열망하고 있지 않고 철수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시와 블레어는 여전히 철군 시간표의 제출을 거부하고 있고 그들의 목표가 달성됨에 따라 상징적인 수준의 철군만을 얘기하고 있다.

미국이 민주적인 이라크 정권은 물론 자주적 정권조차 허용할 수 없는 이유는 많다. 이 문제는 (미국에 의해) 잘 확립된 독트린과 충돌하기 때문에 거의 제기될 수 없다. 이라크가 인도양의 섬나라이고 주요 수출물이 석유가 아니라 피클이더라도 우리는 미국이 (민주주의를 위해) 이라크를 침공했을 것이라고 믿도록 되어 있다.

***이라크 노동운동의 성장도 주목돼**

이라크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은 국제 에너지 자원이라는 세계 지배의 핵심 요소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는 사실은 편향적이지 않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명백한 사실이다. 이라크가 주권을 가진 민주국가가 됐다고 가정해 보라. 그런 이라크가 추구할 정책이 무엇인지를 상상해보라. 이라크 석유의 대부분이 매장된 남부의 시아파들은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그들은 시아파가 지배하는 이란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선호할 것이다.

양국 시아파들의 관계는 이미 가깝다. 주로 남부 지역을 장악한 민병대인 바드르 여단은 이란에서 훈련을 받았다. 막강한 영향력의 성직자들도 이란과 오랜 관계를 맺어 왔고 그 중 하나인 알 시스타니는 이란에서 자랐다. 시아파 중심의 이라크 과도정부는 이미 이란과 경제적 관계를 구축하기 시작했고 군사적 관계 역시 가능한 선에서 맺어왔다.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 국경을 넘자마자 엄청난 수의 열혈 시아파들이 살고 있다. 이라크에서의 독립을 향한 움직임은 상당 수준의 자치권과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고양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사우디의 석유 대부분이 매장된 그 지역에서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결과 이란과 이라크 그리고 사우디의 핵심 유전지대에 살고 있는 시아파들의 느슨한 동맹이 형성될 수 있다. 미국의 영향력을 벗어난 그 동맹은 세계의 석유 비축고 대부분을 장악할 것이다. 이 블록은 중국·인도와 연계된 에너지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데 있어 이란의 지도를 따를 것이다.

이란은 서유럽이 미국과 독립적으로 행동할 생각이 없다면 서유럽을 포기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인데 그것이 바로 미국이 중국을 그토록 무서워하는 이유다.

중국은 이미 이란·사우디와도 군사·경제적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아시아에는 중국·러시아를 중심으로 하고 인도와 한국 등을 끌어들이려 하는 에너지 안보 협력이 구성돼 있다. 이란이 그같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

주권을 갖게 된 이라크와 사우디의 주요 유전 지대가 관련되어 벌어지는 그같은 상황 전개는 미국에게는 끔찍한 악몽이 될 수 있다. 또 이라크의 노동운동이 형성되고 있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미국은 사담 후세인이 만들었던 가혹한 반(反)노동적 법률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이라크 노동운동은 조직화를 계속하고 있다.

노동운동가들은 살해되고 있다. 누구에 의한 것인지 아무도 모르지만 아마도 저항세력과 과거 바트당원들, 그리고 또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노동운동가들은 이라크 역사에 뿌리를 깊게 박은, 머잖아 부활을 예고하고 있는 거대한 민주화의 힘을 형성하고 있고 점령군들에게도 엄청난 위협이 되고 있다. 이에 서방 세계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주권을 방해하고 있는 점령군들의 편에 서 있을 것인가? 이라크 민중들의 편에 서 있을 것인가?

(번역 황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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