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 인디오 출신 최초로 볼리비아 대통령에 당선된 에보 모랄레스 당선자가 남미 지역 반미의 선봉장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만나 "신자유주의와 제국주의에 맞서는 좌파 정권의 연대"를 선언했다.
***쿠바·베네수엘라, 정상에 준하는 예우로 맞아**
쿠바를 시작으로 베네수엘라, 스페인, 프랑스, 브라질, 중국, 남아공 순방길에 오른 모랄레스 당선자는 3일(현지시간) 두번째 방문국인 베네수엘라에서 차베스 대통령을 만나 농업, 의료, 교육,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정보와 자원을 공유하는 등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하기로 약속했다.
〈사진〉
오는 22일 대통령에 취임하는 모랄레스는 이날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국제공항에서 차베스 대통령의 직접 영접을 받았다. 또 붉은색 카펫 위를 걸으며 군 의장대 사열을 받는 등 직전 방문국이던 쿠바에서와 마찬가지로 국가 정상과 다름없는 예우를 받았다.
모랄레스 당선자는 차베스 대통령과의 회동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사회적 문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기 모였다"며 "이 운동은 볼리비아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쿠바의 카스트로 대통령,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 모두 사회 운동과 좌파 정책에 있어 승리를 구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도 미국에 대한 독설을 퍼부으며 좌파 정권의 연대는 일차적으로 미국에 대한 반대를 뜻함을 분명히 했다.
차베스는 "우리는 선(善)의 축을 구축했다"며 "악의 축은 누구인가? 협박과 침략과 저격을 일삼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선의 축, 새 시대의 축을 만들었다"고 다시 한번 선언했다.
***모랄레스, '차베스식' 보다는 '룰라식' 선호 가능**
차베스 대통령은 볼리비아에 대한 에너지 및 경제 협력을 약속했다. 특히 볼리비아의 농산물과 디젤 연료를 맞교환해 모랄레스가 추진할 사회 정책에 필요한 재정적 도움을 주고, 코카 재배에 대한 미국의 압력에 대항하는 데도 힘을 모으기로 약속했다.
차베스는 또 30개월 안에 문맹률을 현저히 낮추겠다는 모랄레스의 정책을 지원하고 가스· 석유 개발에서의 기술적인 지원도 하겠다고 약속했다.
차베스는 베네수엘라 독립의 영웅 시몬 볼리바르가 사용했던 것과 똑같은 검(劍)을 모랄레스에게 선물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모랄레스는 "이것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스스로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고 답변했다.
두 정상들은 또 페루의 대통령 후보 오얀타 후말라 전 페루군 사령관의 선거 승리를 기원했다. 후말라 후보는 친시장 정책을 재검토하겠다는 공약으로 지지세를 확보해 오는 4월 대선에서 당선 유력권에 들어 있다.
하지만 모랄레스 당선자가 차베스와 같이 공격적인 방법으로 미국에 대항하고 가스 산업의 국유화에 있어 급진적은 방식을 택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모랄레스 당선자는 지난 2일 데이비드 그린리 주 볼리비아 미국대사를 만나 민주주의, 마약과의 전쟁 등에 대해 대화한 후 "복종이나 굴복, 협박이나 전제조건 없는 접촉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모랄레스 당선자는 이번 세계 7개국 순방에서 코카 재배 농민단체의 지도자를 넘어서 국가 지도자로서의 수업을 쌓는 등 변신을 꾀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망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