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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랄레스 '미국 경제원조보다 주권회복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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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랄레스 '미국 경제원조보다 주권회복이 우선'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114〉

토착인디오 출신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연일 서방과 중남미 언론들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당선자의 국정운영 밑그림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모랄레스가 미국 등 서방세계에 내세우고 있는 건 과거의 지배구도에서 벗어나 동등한 주권국가로의 관계개선이다.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경제 원조를 앞세운 지배구도가 아닌 상호협력 관계와 주권국가로서의 동등한 지위를 인정해 달라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그는 최근 "미국정부의 마약밀매 소탕작전에 협조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핑계로 미군의 볼리비아 영내에서의 활동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해 9000만 달러에 달하는 미국 경제원조에 대한 거절의사를 분명히 했다. 독립국가로서의 주권을 인정치 않는 식민지식 경제원조는 과감히 거절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모랄레스는 현재 대통령당선자 신분으로 쿠바와 브라질, 유럽 4개국, 중국 등의 순방길에 나섰다.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 우선적으로 미국을 대신해서 허약한 재무구조를 지탱해줄 경제원조를 얻기 위해서다. 또한 자신에게 우호적인 좌파 지도자들로부터 통치에 대한 훈수와 확실한 지지기반을 확보하자는 계산도 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쿠바를 방문한 모랄레스 당선자는 국빈 예우를 받았고 카스트로는 볼리비아 교육정책과 의료부분의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모랄레스는 현재 볼리비아의 빈곤추방과 경제 살리기를 위해 목소리와 몸을 바싹 낮추고 정치와 경제 배우기 수업에 몰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카 생산 노조 지도자시절 형성된 과격한 이미지의 변화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얘기다.

모랄레스는 최근 자신과 첨예한 대립의 각을 세웠던 산타크루스 경제인들과의 회동에서 "나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나는 경제를 모른다"고 몸을 낮추고 "볼리비아 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도움과 협력이 절대적"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또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에는 최우선 지원정책을 펼 것"이라는 약속도 했다.

이 자리에서 볼리비아 경제주도세력인 백인계 회사들은 모랄레스에게 신규투자 약속을 하기도 해 선거유세 기간 동안 가졌던 불안감을 해소했다고 현지언론들은 전했다.

물론 이 회동에 에너지관련 다국적기업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은 모랄레스 정부에 대한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의혹에 찬 눈초리로 모랄레스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현지언론들은 모랄레스가 서방세계의 다국적기업들과 미국과의 관계에서 있어서 차베스 스타일의 극한대립구도보다는 브라질 룰라식의 중도좌파 노선을 선택한 게 아니냐는 논평을 내놓고 있다.

***모랄레스 '외신들 왜 이러나'**

미국의 경제원조를 무시하고 주권확립을 천명한 모랄레스 당선자는 그렇지만 부시 행정부와 대립의 각을 세우기를 원치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랄레스 정권인수 팀은 정권 초기부터 부시 행정부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서방언론들이 자신들을 과격한 좌파로 몰아 미국과의 관계를 의도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서방세계의 유수언론들은 지난달 19일 모랄레스가 아랍계 방송인 〈알자지라〉와 인터뷰를 하면서 "부시는 지구상에서 유일한 테러리스트이며 (이라크를 침공한 것은) 국가적인 테러" 라고 말했다고 타전했다. 그러면서 "나의 당선은 미국으로서는 악몽이 될 것"이라는 후보 시절의 연설내용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모랄레스 측근들은 "이 인터뷰는 알자지라가 스페인어를 아랍어로 잘못 번역한 것이며 서방언론들이 다시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그 의미가 엉뚱하게 변질되었다"고 해명했다.

볼리비아 집권당이 된 '사회주의를 향한 운동당' 대변인 알렉스 콘드레라는 최근 "우리는 공식적으로 〈알자지라〉 방송이 부시는 (지구상의) 유일한 테러리스트라고 말한 모랄레스와의 인터뷰 내용이 스페인어를 아랍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온 오해라는 성명을 발표했으나 서방 언론들은 아직도 〈알자지라〉 방송 내용을 인용하여 마치 모랄레스가 부시 미 대통령을 향해 테러리스트라고 말한 것처럼 지속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이에 대해 볼리비아 현지 일간 〈라 뿌랜사〉는 "서방언론들이 모랄레스 당선자를 강력한 반미와 반부시 인사로 의도적으로 몰고 가는 것은 혹시 다른 뜻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스페인 방송의 장난전화에 이어 서방언론들로부터 반미적인 과격한 이미지만 부각되고 있는 모랄레스가 자신을 지지하고 있는 중남미와 서방세계 좌파정부 지도자들의 지원만으로 60%에 가까운 극빈 토착민들의 주린 배를 채워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한 모랄레스가 강성 노조지도자와 반자유주의, 반미 시위대 선동자라는 이미지를 벗고 국내 에너지산업을 독점하고 있는 다국적기업들과의 갈등 및 경제권을 쥐고 있는 백인계 특권층의 반발 등 '산 넘어 산'인 볼리비아 문제의 해결에 어떤 역량을 보여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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