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의 고위 관료들이 이라크 정보 조작설과 철군을 주장하는 민주당에 대해 총반격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의 존 머서 하원의원이 17일(현지시간) 이라크 파병 미군을 즉각 철수시킬 것을 요구하는 법안을 제출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머서 의원의 이날 결의안은 부시 행정부에 좀 더 분명한 전망을 가진 이라크 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미 상원을 통과한 지 이틀만에 나온 것이다.
***'6개월 내 철수 가능' 주장**
존 머서 의원은 이날 "미군은 이미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으며 이라크에서 더 이상 군사적으로 완수할 것이 없다"면서 "지금 우리의 군은 고통받고 있으며 나라의 미래가 위험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군이 이라크 저항군의 주요 타깃이며 폭력의 촉매자"라며 "따라서 이라크의 미군 배치는 의회의 지도에 따라 중단돼야 하며 파병 부대들은 조기 재배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머서 의원은 국방 예산을 관장하는 하원 소위원회에서 민주당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군사 이슈에 관한 한 당내에서 최고 지도력을 가진 사람 중 하나다. 민주당 내 매파로 알려진 그는 이라크 침공에 찬성했으나 부시 행정부의 전쟁 수행 방식에 대해 비판해 왔다. 그는 결의안에서 이라크 주둔 미군이 6개월내 철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머서 의원의 철군 결의안에 맞춰 바락 오베머 등 민주당 상원의원 10명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민들은 백악관이 또다른 정치전에서 패배하고 있는지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과연 전쟁에서 이기고 병력을 집으로 데려올 수 있는지를 걱정하고 있다"면서 부시 행정부가 정파적 이익을 얻기 위해 이라크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중 있는 민주당 인사들도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존 케리 상원의원은 이날 저녁 <CNN>에 출연해 "부시 행정부가 9.11테러 이후 정보 조작을 통해 이라크를 그 배후로 교묘하게 몰아 미국민의 70%가 이를 곧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상원 대표인 해리 리드 의원은 반전론자에 대한 반격에 나서고 있는 백악관의 최근 행태에 대해 "나약하고 결단력 없는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에드워드 케네디 의원도 부시가 "오로지 두려움을 퍼뜨림으로써" 미국을 전쟁으로 몰아넣었다고 비난했다.
***공화당 "민주당이 적들에 협력하고 있다"**
상원의 '정기 보고서' 요구에 이어 철군 결의안까지 나오자 백악관도 가만 있지 않았다.
APEC 정상회의 참석차 부산을 방문중인 존 맥클레런 백악관 대변인은 철군안 제출에 즈음한 성명서에서 머서 의원은 존경받는 참전용사이자 정치인이라고 추켜세운 뒤 "그런 그가 마이클 무어 감독과 민주당의 극단적 자유주의 세력의 정책을 지지하다니 황당하다"고 조롱했다.
부시 행정부에 대한 적대적 비판자 중 하나인 마이클 무어 감독은 영화 '화씨 9.11'을 통해 이라크 전쟁을 강력 비난했었다.
맥클레런 대변인은 이어 "이라크에서 역사적인 총선이 치뤄지기 전에는 철수할 수 없다"며 "그의 성명서 어디에서도 어떻게 미군의 철수가 미국을 더 안전하게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부시 대통령은 17일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비판은 항상 따르기 마련이지만 민주당이 내가 의회와 미국민을 교묘하게 오도했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30여 년간 의회에 있으면서 대통령들에게 당을 초월한 국방 자문역을 맡아 온 머서 의원이 철군 결의안을 내자 공화당 의회 지도자들도 맹공을 퍼부었다.
하원 의장인 공화당 데니스 하스터트 의원은 머서와 반전론자들이 "테러리스트들에게 항복하길 바라고 있다"며 "미국은 자기네 땅에서나 테러리스트와 싸우고 있는 유럽 국가들같이 위축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오프 데이비스 공화당 의원는 민주당 지도부가 "적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고 협력하고 있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미국인 63% "부시 이라크 정책 반대"**
이같은 논란의 와중에서 전쟁을 반대하는 미국인들의 여론은 날로 높아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전쟁에 대한 미국인들의 분열로 이라크에서의 미국의 역할을 줄여가는, 보다 명확한 전략과 철군 요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17일 분석했다.
이번주 <CNN>과 <USA Today>가 공동으로 실시한 갤럽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의 63%는 부시의 이라크 전쟁 수행 방식에 대해 반대했고 52%는 즉시 혹은 1년 내 철군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같은 수치는 전쟁 직전인 2003년 3월 66%의 미국인들이 전쟁에 찬성해던 것과는 상반된 것이다.
특히 미국 언론들은 '분명한 이라크 정책'을 요구하는 15일의 상원 결의안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 결의안에서는 행정부가 이라크 상황에 대한 '정기 보고서'를 3개월에 한번씩 상원에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이라크 전쟁을 두고 합심해 왔던 미 의회와 행정부가 상호 견제 관계로 돌아서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의회가 이라크 문제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것인데 미국의 대외정책에 관한 한 '견제'보다는 '균형'에 중점을 두는 의회가 이라크 전쟁에 관해 이제는 '견제'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공화당 내에도 전쟁의 결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로이터>는 많은 공화당 의원들이 이라크에서의 전망에 점차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일부는 대통령에게 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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