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차베스 "부시를 쫓아내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차베스 "부시를 쫓아내자"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 <98> '미주정상회담 현장취재 3신'

제4차 미주정상회담 취재기자들의 관심을 불러모았던 부시 미 대통령과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대결구도에 불을 지핀 건 역시 차베스가 먼저였다.

4일 오전 9시 마르 델 쁠라따 공항에 도착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전날 부시 대통령이 일체의 공식 의전행사를 생략한 것과는 다르게 의장대를 사열하고 현장에서 기자회견까지 하는 여유를 보이며 부시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공항에서 진행된 내외신기자 회견에서 "우리는 미국이 제안한 미주공동시장(FTAA)을 장사 지내려 왔다"며 "FTAA는 이미 죽었으며 마르 델 쁠라따는 FTAA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이어 "민중연합체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말해 마르 델 쁠라따 현지에서 반부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중남미민중연합 지도자들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공항에서 공식 환영행사를 마친 차베스는 그 길로 마라도나와 중남미민중연합 지도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반미, 반부시 집회장으로 가서 "아르헨티나는 값진 땅이다. 이런 곳에서 부시를 쫓아내야 한다"고 외쳐 시위대들을 열광케 했다.

이에 반해 부시 대통령은 차베스의 독설에 아랑곳하지 않고 세계 최강국 대통령임을 과시하듯 아르헨티나의 키르츠네르 대통령에게 경제안정과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것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뼈있는 말을 던져 일부 회담장 기자들로부터 '역시 미국 대통령답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부시 미 대통령과 키르츠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33개국 정상회담시작에 앞서 4일 오전 10시 회담장인 에르미따헤 호텔에서 단독회담을 갖고 양국간의 공동 관심사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오전11시 공동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양국 정상은 그동안 불편했던 관계를 청산한 듯 시종일관 친목과 우의를 다지는 모습을 보이며 서로간 입장차이를 극복했다고 발표했다.

부시 미 대통령은"아르헨티나가 경제적인 안정을 구축하고 성공적인 외채조정을 마친 것을 축하한다"고 말하고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해외투자가들에게 이곳은 투자에 안전한 곳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계약실행의 중요성과 관계 법령이 확고하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며 아르헨 정부가 지난 2월 외채교환에 나서 일방적으로 70% 정도의 채무를 삭감한 것을 꼬집었다.

한편 부시 미 대통령이 현지에 도착함에 따라 정상회담장 경호경비는 준전시상황으로 돌변했으며 일체의 외부인사의 진입을 철저하게 봉쇄하고 있다. 심지어는 회담장 출입기자들까지 회담장에 들어가려면 4차례의 삼엄한 검문을 받아야 하며 정상회담 조직위가 발급한 정상회담 취재허가증과 언론인신분증, 개인여권이나 주민증을 제시해야 한다. 만일 이 3가지의 증명서 가운데 하나라도 철자나 번호 한 자만 틀려도 회담장 출입이 금지된다.

***부시 경호 위해 조기경보기 4대, 전투기 18대 동원**

미국은 자국 대통령의 경호를 위해 4대의 조기경보기와 18대의 전투기를 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으며 2천여 명에 이르는 경호특수부대를 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4차 미주정상회담장에서 차베스의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는 중남미 600여 개의 민중단체들과 함께한 시위대들은 오전 6시 왕년의 축구스타 마라도나가 기차를 전세 내어 이끌고 온 부에노스아이레스 좌파단체들과 노총지도자, 실업자연맹 시위대와 합류하고 쌀쌀한 날씨에다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문디알리스따(월드컵)' 경기장을 향해 반미와 반부시를 외치면서 행진했다.

이들은 중남미 좌파 지도자들인 카스트로, 차베스, 키르츠네르, 룰라의 대형 초상화를 앞세우고 중남미 정상들이 자신들의 반미행보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시위대는 이날 오후 정상회담장 진입을 시도하다 1차 저지선인 경찰들과의 충돌로 투석전과 최루탄, 고무탄이 난무하는 등 점점 폭력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이번 미주정상회담에서 특이한 점이라면 아르헨티나 북부 원주민인 인디오 부족 대표들이 초대됐다는 것이다. 미주 각국은 자국 내 원주민들인 이들에 대한 인권문제와 처우, 교육과 의료지원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멀게는 알래스카 에스키모, 미국 인디언, 아마존인디오, 가깝게는 남미 전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잉카제국 후예들의 권리와 생활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어떻게 달라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쿠바, 파나마를 제외한 미주대륙 34개국 정상들은 4일 오후 4시30분 마르 델 쁠라따 아우디또리오 극장에서 각국 정상들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