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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빈곤, 해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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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중남미 빈곤, 해결될까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 <96> '미주정상회담 현장취재 1신'

중남미 지역에서 날로 심화되어가는 빈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미주 정상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낼 제4차 미주정상회담이 아르헨티나 최대의 휴양도시 마르 델 쁠라따에서 34개국 외무장관회의를 시작으로 2일(현지시간)공식 개막됐다.

중남미 빈민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고 부의 공평한 분배를 이룰 묘안을 짜낼 이번 회담은 단일시장으로는 세계최대가 될 미주대륙자유무역협정(FTAA)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미국과 이에 맞서'빈곤추방을 위한 경제원조부터 먼저 하라'는 중남미 정상들의 요구가 팽팽하게 각을 세우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미주정상회담을 반대하고 반미와 반부시를 외치는 미주대륙 좌파 단체들이 주축이 된 제3회 중남미대륙 사회주의 민중대표자회의가 같은 장소인 마르 델 쁠라따 월드컵 스타디움에서 열리고 있다. 아르헨티나 노총과 실업자단체, 민간인권단체, 브라질의 토지갖기운동분부(MST) 등으로 이루어진 이 회의에서는 반미와 반제국주의가 주 의제로 등장, 정상회담에 참석할 부시 미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제4차 미주정상회담이 열리는 마르 델 쁠라따 현지의 기자단 전용 호텔 주변에서 만난 현지주민들은"지금 마르 델 쁠라따는 테러와 전쟁 중이며 반부시 시위대와 전쟁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정상회담 조직위는 반미 시위대가 밤 새워 부착해놓은 벽보를 제거를 위해 이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2일 오전 현장에 도착한 필자의 눈에도 외국기자단과 각국 대표들이 활보하는 회담장 주변의 거리에 '부시여 꺼져라','부시는 살인자' 등의 자극적인 구호가 적힌 벽보를 수시로 제거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필자의 눈에 들어온 반미 구호 중에서는 우리 식으로'부시 너나 잘 하세요'라는 구호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번 뉴올리언스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처리를 놓고 미지근한 대응을 했던 부시 행정부를 향해 이라크전쟁 등 미국 문제나 제대로 처리하라는 소리다. 괜히 아르헨티나까지 와서 중남미 문제에 간섭하지 말라는 뜻도 포함됐다고 동행중인 현지기자들은 설명했다.

***'왜 반미인가'**

중남미 민중대표회담을 주관하는 이들 단체들은 남미의 군정통치는 미국의 사주와 지원으로 시작되었다고 주장하며 반미와 반부시를 외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인권단체라 할 수 있는 '5월의 광장 어머니회' 마르따 바스께스 회장은 필자와의 대화에서 "아르헨티나 군부독재의 시작은 전적으로 미국의 책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후 "지난 70년 냉전시대 때 미국은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을 아르헨티나에 급파, 남미 국가들이 사회주의화 하는 것을 막으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남미 국가지도자들은 미국의 내정간섭에 반기를 들었고 이에 미 정부는 남미 전역이 친미파들인 군부에 의해 통치되도록 그때부터 지원했다. 그 결과로 혹독한 인권유린 사태가 남미 전역에서 자행됐다"고 주장했다.

바스께스 회장은 이어 "당시 미국은 쿠바에 이어 구 소련의 영향력이 중남미에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했으며 이를 막기 위해 친미파 군인들의 쿠데타와 집권을 지원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어머니회의 베바 뻬뜨리니 부회장은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아르헨 군정 당시 대규모 수용소 건축과 차량지원 등 군부정권을 도와 3만 명 이상의 실종자를 낸 '더러운 전쟁'에 직ㆍ간접으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군정의 아픈 과거에는 미국의 남미정책과 기업들의 군정지원이 결정적인 역할로 자리잡고 있다는 이야기다.

미르따 바라발리에 사무총장은 "서방언론들과 미국은 자원대국인 아르헨티나가 못 사는 건 뻬론주의와 '포퓰리즘'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지난 76년부터 시작된 군정기간 동안 집권세력인 군부지도자들이 국내산업을 말살시키고 미국계 다국적기업들에게 특혜를 주어 경제적인 착취를 했기 때문"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마르 델 쁠라따 현지에서 반미와 반부시 시위를 이끌고 있는 민중대표회의 조직위는 미주기구(OAS)와 유엔의 경제위원회 자료를 인용, "5억3300만 명의 라틴 아메리카 인구 가운데 2억2200만 이상이 극빈자로 분류되며 그 중에서 9600만 명은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결론적으로 이들 시민단체들은 이와 같은 중남미의 빈곤은 상당부분 미국 책임이며 중남미 군사독재 역시 미국이 부추겼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또 이번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미주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자유무역협정보다는 지역 내 빈민 퇴치를 위해 대규모 경제원조를 먼저 하라고 반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4차 미주정상회담장 최대의 화두로 등장한 중남미 국가들의 빈곤실태에 대해 알아본다.

중남미 국가들 가운데 빈곤과의 전쟁에서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는 칠레가 꼽힌다. 칠레는 지난 1990년 독재자 피노체가 실각할 당시 45%에 이르던 극빈자 비율을 최근 19%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칠레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느린 경제성장과 경기둔화로 실업자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극빈자 수치 역시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는 게 관계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치권의 뇌물사태로 정권 자체가 흔들거리는 브라질은 2200만 명 이상이 굶주림과 싸우고 있는 극빈자들로 나타났다. 브라질내의 빈민가에 '굶주림 제로'를 정착시키겠다던 룰라 대통령의 야심 찬 계획도 정치권의 뇌물파동으로 빈부의 격차만 부추겼다는 비난의 소리가 높다.

브라질 극빈청소년들의 생활은 늘 서방언론들의 화재거리로 등장할 만큼 그 실상이 널리 알려졌다. 남미 최대의 빈민가 '리우 데 자네이로의 로신하' 지역에 살고 있는 청소년들은 마약판매 조직에 이용 당하며 학업이나 다른 일자리는 꿈도 꾸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한 구걸로 연명하는 브라질 거리의 청소년들 수효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인 것으로 알려진다.

아르헨티나 역시 빈곤은 청소년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아르헨티나의 한 조사기관은 아르헨티나의 청소년들 가운데 50% 정도가 빈곤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으며 그 수효가 560만 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더욱더 심각한 문제는 수만 명에 이르는 어린아이들이 거리에 내몰려 생활하는 비극이 연출되고 있는 점이다. 이들 '거리의 청소년들'은 거리에서 잠을 자면서 폐지를 모으거나 구걸, 혹은 통행하는 차 유리청소를 하면서 학업을 계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르헨티나의 문맹률은 4%로 남미에서는 가장 낮지만 이들이 사회보장 제도의 혜택이나 장학금 등을 받아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미주대륙에서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3번째로 케이블방송 보급률이 높은 나라다. 그런데도 대다수의 실업자 가정이나 극빈자 가정의 아이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들 빈민 가장들은 정부가 주는 생활보조비로는 아이들을 거둘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항변한다. 따라서 거리로 내몰린 상당수의 어린 아이들은 한국식으로 말하면 범죄조직들에 의해 '앵벌이' 등으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거리로 내몰린 이들 어린이들을 위해 아르헨 정부와 민간단체, 종교계는 지역별로 무료 급식소와 학교, 기술학원 등을 운영하여 최근 그 수효가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실업자를 줄이기 위한 국경통제나 근본적인 실업퇴치 프로그램 등의 획기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거리의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 보내기 어려울 거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또한 정부의 보조만을 바라고 일을 하려고 하지 않은 일부 아르헨티노들과 주변 국가 이민자들의 안이한 정신상태부터 개조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받고 있다. 이를 위해 언론과 정부, 사회단체 등이 앞장서서 홍보를 해야 한다고 관련 NGO 지도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그 외에 중남미의 대표적인 빈국들인 파라과이, 볼리비아, 페루, 멕시코 등 국가들의 빈민자들의 생활은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보다 더 비참하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빈곤추방을 위한 경제지원과 미주대륙 자유시장을 놓고 미국과 중남미 정상들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제4차 미주정상회담이 어떤 결과를 도출해낼지 관심사다. 또한 좌익계 민중지도자들이 이끄는 시위대의 움직임도 이번 정상회담의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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