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아난 "이라크 국민투표, 국가통합에 미흡"

"어떤 일 일어날지 모르겠다"...헌법안 통과는 확실시

국민투표 통과가 확실시되는 이라크 헌법안에 대해 부시 미국 행정부가 환영의 뜻을 표시한 가운데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17일(현지시간) 이번 이라크의 국민투표가 국가통합이나 폭력감소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통합일지, 분열의 확대일지는 두고봐야"**

아난 총장은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헌법제정 과정이 이라크 국민들의 통합과 화해을 위한 연습과정이 되길 기대했다"면서 "그러나 분명 그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투표가 끝난 후에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아난 총장은 또 지난 15일 실시된 이번 국민투표에서 심각한 폭력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이라크의 안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번 투표가 폭력적인 상황에 즉각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국민투표가 이라크의 국가통합으로 갈지, 아니면 수니파와 시아파, 쿠르드족 간 분열을 확대시키는 쪽으로 갈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난 총장의 이같은 평가는 헌법안 국민투표가 이라크 내 민주주의 지지자들을 고무시키고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야기된 사회정치적 혼란을 줄일 것이라는 미국의 '희망'과는 다른 것이다. 부시 미 대통령은 이날 "이번 국민투표는 이라크 민주주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이라크의 앞날은 밝다. 헌법이 통과하면 총선이 실시되는 등 헌법에 따른 정치과정이 계속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아난 총장의 발언은 미국 주도의 헌법안 투표가 부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별다른 폭력행사 없이 두고봤던 수니파 저항세력이 헌법 통과 후 진행될 정치과정에서 공격적인 저항에 나설 것이라는 일각의 예측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부정선거 의혹, 저항 세력 공격 신호탄?…선관위 "결과 발표 지연될 듯"**

한편 연일 불거지는 국민투표 조작의혹은 저항세력의 활동 재개에 빌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의 보도에 따르면 국민투표 개표 과정에서 등록된 유권자 숫자보다 투표자 숫자가 더 많은 지역이 나오거나, 헌법안에 반대할 것이 분명한 수니파 지역에서까지 찬성률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오는 등 부정선거 의혹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AP> 통신은 수니파 정치인인 살레 알 무트라크의 말을 인용해 "디얄리야 주의 한 쿠르드 족 지역에서는 등록된 유권자가 3만6천 명인데 투표집계 결과 3만9천 표가 나왔다는 말을 들었다"며 투표결과 조작 의혹을 강력히 제기했다.

또 국민투표에 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아파 지역이라 하더라도 90% 이상의 비정상적인 찬성률이 나온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인구비율로 볼 때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런 부정투표 의혹들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지만 니네베 주 부지사로 선거관리에 참여한 케스로 고란은 "그런 주장들은 근거가 없으며 그같은 불만을 접수받은 적이 없다"며 "전체 투표과정이 유엔의 감독 하에 진행되고 있어 부정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대부분의 주에서 투표율이 선거나 투표의 국제적인 평균치에 비해 높게 나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재검표와 비교 및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개표작업 완료에 며칠 더 시간이 걸릴 것임을 밝혀, 투개표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됐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