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곽성문-김낙순-박계동 의원으로 이어지는 잇따른 술자리 구설수로 국회의원들의 품위가 여간 말이 아니다. 17대 국회가 출범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시점에 벌써 네 번째다. 정치권에선 "쉽게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유권자의 눈치를 안본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물의 일으킨 의원들은 쉽게 당선된 사람들"**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경북 구미을)은 골프장에서 60대 경비원을 발과 주먹으로 폭행했고, 같은 당 곽성문 의원(대구 중남)은 대구지역 상공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술병을 던지며 난동을 부렸다. 그런가 하면 최근 같은 당 박계동 의원(서울 송파을)은 민주평통 행사장에서 이재정 수석부의장에게 맥주를 끼얹었다.
열린우리당 김낙순 의원(서울 양천을)은 최근 한 식당에서 술자리 도중 동석자 한 명을 주먹으로 때렸다는 보도가 나와 구설에 올랐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사건을 보도한 <일요신문>은 물러서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3명이나 포함된 것과 관련, 당의 관계자마저도 "17대 국회의원들의 수준이 굉장히 낮아졌다"는 자조가 나왔다. 그는 "물의를 일으킨 의원들을 보면 쉽게 당선된 사람들이라 유권자의 눈치를 안본다"며 "한나라당은 탄핵 때문에 선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영남권 의원들과 강남 의원은 쉽게 당선된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카리스마가 있는 '보스'가 없어졌다는 점도 한 몫 한다"며 "예전엔 지도부의 집권 전략에 누가 될까봐 그들의 눈치를 많이 봤는데, 지금은 전혀 눈치를 볼 사람이 없지 않냐"고 말했다. 그는 "이는 굉장히 역설적인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즉 제왕적 총재의 폐해가 없어지는 과정에서 그에 따른 반작용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5선 의원들 "너무 부끄러워 민망할 따름"**
정치권에 오래 몸담은 중진 의원들은 후배 의원들의 경박한 처신에 따끔한 충고를 했다. 5선의 우리당 김덕규 국회부의장은 "너무 부끄러워 민망할 뿐"이라면서도 "과거에 고대 막걸리 행사에서 총장이 '술은 먹되 얼은 잃지 말아야 한다'고 했던 것이 생각난다"고 꼬집었다.
같은 5선의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도 "술자리 난동은 일반사람도 해선 안 되는 일이다. 명색이 국회의원이라면 더 잘 지켜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예전에도 있었던 일들인데, 감시하는 언론매체가 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나는 일이 많아진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치권과 언론의 비판 수위가 아무리 높아도 유사 사건이 계속 재발되는 데에는 이 같은 동료의원에 대한 '온정주의'와 '감싸기'도 한몫 하고 있는 듯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