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정운찬 총장은 7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대학입시는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고 이번 입시안은 교육부의 허용범위 내에서 최대한 공정한 기준을 만들었다고 본다"고 말해 기존 입장에서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당정, '실체 없는 논술고사'에 '본고사 주장' 유감"**
정 총장은 이날 이종섭 입학관리본부장 등 주요보직교수들과 대책회의를 가진 뒤 "서울대 입시정책이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아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에 책임감을 느끼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이렇게 밝혔다.
정 총장은 "현재 서울대는 '지식전수자'에서 '지식창출자'로 변신중"이라며 "이번 입시안도 다양한 능력과 배경을 가진 학생 선발을 위해 전형 유형을 다양화하고 특성화하는 과정 중에 나온 것"이라고 정당성을 주장했다.
정 총장은 특히 문제의 핵심인 '통합교과형 논술'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연구중"이라며 "향후 교육부와의 협의를 통해 국민들이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바람직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 총장이 회견장을 나간 뒤 이종학 입학관리본부장은 한층 높은 톤으로 정부 여당의 서울대에 대한 공세를 비판했다.
이 본부장은 "솔직히 이번 발표안에 대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정보 제공을 요청하지도, 설명을 부탁한 적도 없다. 과연 그분들이 우리 입학 전형의 기본 취지나 내용을 파악하고 말씀하시는지 의심스럽다"며 "특히 아직까지 논술고사의 실체가 없는 상태에서 일부 정치인들이 잘못된 정보로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며 서울대 입시안을 철회하라고 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술, '국영수식 지필고사' 아냐…구체적 계획 나오면 오해 풀릴 것"**
이 본부장은 "논술고사는 교과에 충실하며 독서를 통해 기본 소양을 갖춘 학생이면 어려움 없이 풀 수 있는 문제로 개발할 것이고, 분명히 국영수 위주의 지필고사가 아니다"면서 "학생부의 신뢰도가 올라갈 경우 독서이력철, 봉사활동, 출석 등 비교과 반영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이번 입시안은 '공교육 정상화'라는 교육부 대입 개선안의 취지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며 "모집정원의 60% 내외를 선발하는 지역균형선발 전형과 특기자 전형은 내신을 포함한 학생부 중심으로 선발하며, 선발 인원이 대폭 축소된 정시모집에서도 교과의 영향력은 현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특목고 우대와 본고사 부활 우려'에 대해서는 "정시 모집에서도 내신 반영 비중이 유지돼 특목고 학생에 대한 불이익은 여전하며, 논술고사는 특정 교과의 전문 지식이나 사교육을 통한 정형화된 준비 없이,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과 토론을 통해 충분히 준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보통 정확한 입시안은 입시안 시행 1년 반 전에 발표하는 게 관례로, 사실 내년 9월 정도가 정상적인 일정이었는데 교육부에서 '내신강화안'을 발표하니 학생들이 불안해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의 기본방향을 협의한 것"이라며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한다면 현재 오해는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창호, "서울대 비겁하다"**
한편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6일 저녁 "서울대의 2008년 입시안은 논술로 본고사를 부활하려는 것"이라며 "한마디로 비겁한 짓"이라고 맹공했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김 처장은 이날 취임 1백일을 기념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서울대, 연.고대 논술문제 유형을 처음 만들어 제시한 사람이라 누구보다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데 과거에 논술비중을 55%까지 높이라고 할 때는 변별력 문제를 들어 5%밖에 반영하지 않더니 지금 와서 본고사 부활을 위해 통합형 논술을 도입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언젠가 서울대 문제를 한번은 짚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처장은 또 "논술고사 실시로 혜택을 보는 사람은 결국 부동산투기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일부 계층일 것"이라며 "서울대가 강남권 등 일부 소수계층에 기대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김 처장은 이어 "국립대인 서울대가 국가지원을 받으면서도 정부정책에 부응하지 않는 것은 당위성이 없다"면서 "서울대가 연.고대처럼 사립대도 아닌데 사립대와 똑같이 하는 것은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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