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7일, 당 씽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여연) 소장에 당내 강경 보수파로 분류되는 3선 김기춘 의원(경남 거제)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16대 국회 법사위원장을 끝으로 17대 들어선 특별한 당직과 국회직을 맡지 않았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이날 오전 상임운영위회의와 운영위회의를 잇따라 열고 여연 소장 임명안을 통과시켰다.
***당 지도부, 김기춘 소장 전폭지지**
박 대표는 이날 오전 상임운영위회의에서 김 의원의 임명 배경에 대해 "3선의 중진 의원으로 그동안 당에서 필요한 정책조정을 합리적으로 해왔다"며 "훌륭한 균형감각과 경륜이 있는 분으로서 당과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 철저히 정책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3선 중진을 임명하면서 그동안 교수 출신이나 초선 의원들이 맡았던 여연의 무게감을 더한다는 것과, 열린우리당의 씽크탱크인 '열린정책연구원' 원장을 4선의 임채정 의원이 맡고 있는 것도 김 의원 인선 배경에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회의에선 당 지도부의 박 대표의 김기춘 소장 내정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 발언도 이어졌다.
"적재적소의 훌륭한 인사로 사심이 없는 분(이규택 최고위원)", "김 의원의 뛰어난 능력을 당에서 활용해야 된다(김무성 사무총장)", "그동안 여연과 같이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는데, 김 소장 내정자는 아주 잘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맹형규 정책위의장)" 등 극찬 일색이었다.
그러나 박 대표와의 관계에 따른 '코드인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딴 정수장학회 출신들의 모임인 '상청회' 소속인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코드' 같은 것은 전혀 관계도 없고 모른다"며 "어떤 분이 어떤 일을 잘해내나는 것만을 보고 결정한다"고 강하게 부인했지만, 당내에서 여연을 당 대표의 사조직화하려 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불평은 하겠지만 반발은 안할 것"**
인선 배경과는 별도로 김 의원 개인에 대한 수구-보수 이미지에 당안팎의 우경화에 대한 우려도 높다.
김 의원은 80년 4월 서울지검 공안부장에 임명된 이후 81년 법무부 검찰국장, 82년 법무연수원 연수부장, 85년 대구지검 검사장, 86년 대구고검 검사장 등 5공시절 검찰 요직을 두루 거치고, 88년 12월 노태우 정부 출범이후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을 지낸 5-6공 핵심인사다.
지난 92년 대선 때 부산 지역 기관장들과 음식점에서 회동해 "우리가 남이가"라는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선거개입 발언을 한 '초원복집' 사건의 장본이기도 하다.
이에 16대말 남경필, 원희룡 의원 등 소장파들이 김용갑, 정형근 의원과 함께 정풍운동의 대표적인 대상으로 꼽기도 했고, 김 의원의 여연 소장 내정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후엔 "왜 그렇게 이미지가 안좋은 사람을 쓰느냐"는 비판도 일었다.
하지만 당 관계자는 "일부 불평은 있겠지만 반발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만큼 한나라당 지지율이 올라가는 현 상황에서 입바른 소리를 하던 소장파, 비주류 의원들이 박근혜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회의에서도 원외인사인 이성헌 사무부총장이 "언론에 한나라당이 보수로 회귀하는 것이라는 보도가 있다"고 언급한 것이 전여옥 대변인이 전한 반대 의견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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