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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 사회, 엄마들은 미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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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 사회, 엄마들은 미쳐간다"

[화제의 신간] 미국의 현주소 진단, <엄마는 미친짓이다>

"도시 전체의 부모들이 제대로 된 발레교습학원과 좋은 유치원에 보내려고 혈안이 돼 있다. 그들은 자신의 영혼을 팔아서라도 사립학교에 자리를 차지하려고 한다. 엄마들은 점점 '아이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 좋은 직장을 얻고 학자금 융자와 집 구입에도 무리가 없고, 궁극적으로 이 세상에서 패자의 삶을 살지 않게 하기 위한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 또한 훌륭한 보모이자, 미술선생님, 캠프생활의 지도원이자 아동 독서 전문가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나는 점점 미국에서 내 자신이 엄마라는 사실에 우울해졌다. 나 또한 주변의 모든 엄마들처럼 살짝 미쳐가기 시작했다..."

<뉴스위크>의 파리 특파원으로로서 첫딸을 프랑스에서 낳고 4년간 기른 경험을 가진 논픽션 작가 주디스 워너의 책 <엄마는 미친짓이다(Perfect Madness)>(프리즘하우스 간)는 미국에서 '슈퍼 엄마' 논쟁을 일으켰다.

<사진 1>

현재 워싱턴 디씨에 살고 있는 저자는 "죄책감과 불안감, 분노와 후회가 뒤범벅된 복잡다단한 감정 때문에 오늘날 미국 여성의 모성은 병들어 가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미국 엄마들이 스스로의 삶을 '난장판'이라고 부르게 된 것은 미국의 열악한 사회복지제도, 모든 일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무자비한 자유주의 문화, 승자 독식사회 체제 때문"이라고 신랄하게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중산층 1백50여명의 여성을 인터뷰해 생생한 보고서를 작성한 저자는 무엇이 이 지나침(too-muchness)을 만들어내는지 조목조목 지적한다.

***'엄마교(敎)'를 만드는 언론과 '자기 통제'를 신봉하는 미국 개인주의 문화**

저자는 "70년대 이후 우리는 점점 아이 마음속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과학 지식으로 무장하고 지적인 어른으로 키우는 방법을 학습받아야 했다. '부모 노릇하기'라는 육아서적 베스트셀러와 언론이 '창의적인 아이는 엄마와의 강력한 관계에서 받은 영감으로 만들어진다'고 설파할 때마다, 엄마들의 책임 영역은 건강과 복지 뿐만이 아닌 심리적 건강과 잠재력 개발에까지 확대됐다.

엄마들은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이 하나도 없이 자아정체성 혼란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하루종일 아이와 집에 묶여 소외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시간표를 제대로 짜주지 않으면 아이들이 실패해 뒤로 처질 것이라는 불안과 압박에 시달리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엄격한 개인주의 문화로 이뤄진 미국에서 크고 작은 체계적인 도움을 원한다는 사실은 곧 개인의 '자기 통제'와 '자기 조절' 실패를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고, 세상을 바꾸려는 태도는 탐탐치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미친듯이 '부여받은' 자기 책무를 완수하려다 나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카터, 레이건, 부시 때 '정치적 성년' 맞은 '통제광(狂) 세대**

저자는 "자기 통제란 미국에서만 볼 수 있는 거의 종교 현상에 가깝다"고 단언한다.

그는 "1960-70년대 태어나서 카터, 레이건, 부시 대통령 시대에 '정치적 성년'을 맞은 여성들은 그들이 어렸을 때 페미니즘 물결은 이미 끝나 남녀평등을 당연하게 여기며 자족을 누리는 특권을 갖춘 세대"라고 평하며 "그들은 혁명의 선구자가 되는 것을 눈아래로 보게 됐지만 대신 '통제광 세대'가 돼버렸다"고 설명한다.

주변의 환경과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습득한 자기 권력의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대신 자기 권력의 도구를 스스로의 내면을 통제하는데 사용한다는 것이다. 점점 심화되는 살벌한 경쟁, 911 테러 이후 미국사회에 전면화된 불안감 등을 보면서 자기 자신이 취해야 할 올바른 행동을 더욱 의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엄마가 된다는 것은 상당수의 여자들에게 일과 자기 신체에 대한 통제력 상실을 의미했기 때문에, 미국 여성들은 새로운 통제권을 되찾기 위한 새로운 행동양식 즉, '애착 관계 형성의 육아방식'의 열렬한 지지자들이 되었다.

그들은 절대 아이를 혼자 두지 않는다. 끊임없이 놀이 스케줄을 짜주고 수학여행을 보내고 지옥같은 교통을 뚫고 밴을 몰며 여기저기 과외 활동에 아이를 데려다 주는 '사커맘'과 '밴맘'이 된다. 저자는 "시스템이 좋든 나쁘든간에 제대로 안되는 일은 무조건 스스로가 원인이며,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도 모든 해결은 자신의 선택에 달린 일이라는 무자비한 자유주의 문화가 미국을 지배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과도한 자기 통제 집착은 무력감의 다른 표현"**

저자는 "왜 사람들이 가진 역량을 밖으로 돌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음에도, 그 역량을 몽땅 내부로 향해 내부로 숨어서 '자기 통제'에 집착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답은 미국인들의 내면에 깔린 '어떤 절망감'이다. "미국인들은 변화란 바깥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고, 근본적으로 미국의 정치 문화와 제도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갖고 있다. 무력하기만 한 자기 통제 집착증이란,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이 세상에서 우리 세대 여자들이 떠안은 일종의 '지성인의 무력감'의 한 형태"인 것이다.

저자는 미국의 무자비한 '승자독식 체제'도 "엄마들로 하여금 아이들을 '걸어다니는 이력서'로 만들지 않으면 실패자로 키우는 것같은 압력을 준다"고 지작한다.

"부유층이 좋은 교육과 의료서비스, 주택등 모두 다 가지고 있는 사회에서 그렇지 못한 이들이 점점 줄어들기만 하는 선택권과 자원으로 아이들을 패배자로 키우지 않으면 안되도록 만드는 살벌한 경쟁도 근본 원인중 하나이다.

부모 스스로가 우리 자신과 아이, 타인을 평가할때, 최고인 승리자이거나 아니면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나누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불행이다. 비즈니스 윤리가 가정생활 윤리에 침투하고 있으며 가정을 작은 기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처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주의 양육법속에서 정작 아이들은 그들이 평생 노력해도 부족하다는 느낌으로 살아간다"

***"혼자 할 수 없다는 것부터 인정하자"**

저자는 "최고수준의 보모 또는 탁아시설에 돈을 낼 수 있는 부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에게 아이를 맡길 때 느끼는 두려움과 불만을 없애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도록 미국 사회는 이들에게 탁아 정책을 통해 선택권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여자들의 개인적 문제도, 그들이 은밀히 감당해야할 심리적 고통도 아닌 사회전체의 문제다. 프랑스에서는 좋았던 것은 단순한 정부 운영 지원 서비스 뿐만이 아니었다. 물론 아이 엄마를 물질적으로 지원하면 그 지원은 불안감을 대폭 줄이고 정신적 자유를 높이며, 자기 존재가 안전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프랑스에는 그 외에도 엄마라는 새로운 세계를 항해할 때 나를 물심양면 지원하고 도와주는 사람들의 비공식적 네트워크가 있었다.

미국인에게도 필요한 것은 자신이 혼자 남겨진 존재가 아니라는 확신을 주는 사람들, 삶의 질에 대해 일정 수준이 보장된 탁아 시설과 조기 교육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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