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KBS 사장이 지난 1일 월례조회를 통해 밝힌 이른바 '6.1 경영혁신안'에 대해 노조측의 저항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KBS노조는 13일 노보 특보를 통해 사장퇴진 문제를 재차 거론하고 나선 데 이어, 14일 오후에 열리게 되는 임시 대의원대회에서도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또다시 노사 마찰이 예상된다.
***KBS노조 "구성원들, 부실경영 책임전가에 분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진종철)는 13일자 노보 특보를 통해 "여론조사기관인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이틀 동안 조합원 4백16명을 표본 추출해 전화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68.1%가 정 사장이 밝힌 경영혁신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또 45.4%는 경영진에 대한 책임 추궁 차원에서 사장퇴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KBS본부는 구체적으로, '6.1 경영혁신안'에 대한 조합원 인식을 물은 결과 35.6%는 '적극반대'를, 32.5%는 '다소 반대'를 표명하는 등 모두 68.1%가 경영혁신안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며, 찬성하는 입장은 29.1%(적극찬성 2.8%, 다소찬성 24.3%)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경영혁신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조합원들은 그 이유로 '경영진의 책임지는 자세가 없어서'(45.9%)라는 답변을 가장 많이 내놨고, 33.4%는 '임시방편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13.9%는 '인력조정과 재배치, 명예퇴직, 삼진아웃 등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어서', 2.4%는 '간접광고와 중간광고 도입 등 상업방송의 길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어서'라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KBS본부는 "조합원들은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은커녕 사과 한마디 없이 일방적으로 조합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영진의 행태에 대해 크게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86% "임금 동결 또는 삭감 수용 용의"**
실제로 응답자의 절대다수인 85.9%는 동결 또는 삭감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내 경영진에 대한 KBS 구성원들의 반감 원인이 '일방성'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방증했다. 임금삭감과 관련해 41.6%는 '동결'을, 36.8%는 '5% 안팎 삭감', 7.5%는 '10% 이상 삭감'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응답했다.
또 KBS 위기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 수준에 대해서는 45.4%가 '사장퇴진'을 주장했고, 33.7%는 '경영진의 연봉 삭감'을, 13.9%는 '사장을 제외한 임원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KBS본부는 "노조는 정 사장이 팀제와 퇴출구조마련, 지역국 구조조정 등 신자유주의식 개혁의 성과에만 몰입해 공영방송으로서의 방향타를 잃고 상업방송의 길과 공영방송의 길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이에 정 사장에게 공영방송으로서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 제시를 요구하는 한편 정 사장 개혁에 대한 중간 평가를 병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안민석 의원 "대규모 인력감축 불가피" 주장 눈길**
한편 안민석 열린우리당 의원은 13일 오후에 열린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방송위원회 현안보고에 대한 질의에서 여당의원으로서는 이례적으로 KBS에 대규모 인원감축 등 구조조정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안 의원은 13일 오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줄일 수밖에 없는 처지라면 공영성을 위주로 한 전략적 선택과 집중이 필요함에도 이번 '6.1 경영혁신안'에는 그러한 고민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더 이상 시늉뿐인 구조조정안으로 KBS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지 말고 즉시 대규모 인원감축 등 구조조정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또 "KBS는 광고수입의 증대 등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헛갈리게 하는 방식의 재원 조달방안에 집착하기보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수신료 현실화라는 공영성을 강화할 수 있는 재정 조달방안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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