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와 신문사 사이의 갈등이 다시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KBS는 지난 1일 정연주 사장이 월례조회를 통해 발표한 경영쇄신 방안과 관련해 조선일보가 3일자 사설에서 ‘수신료 3배 인상’ 등을 기정사실화하자 이날 저녁 조선일보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을 진행키로 결정했다.
***조선일보 “시청세, 현 정권에서 받아가라”**
조선일보는 3일자 사설 <KBS 정 사장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나>에서 KBS의 경영쇄신안과 관련해 예전에 보기 힘들 정도의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조선일보는 수신료를 ‘시청세’로 표현했는가 하면, 정연주 사장의 2년 재임 기간을 “친정부적이었다”고 평가하기까지 했다.
조선일보는 “국민들은 전기요금과 통합해 강제로 거두는 지금의 수신료를 ‘시청세’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 사장은 그런 ‘세금’을 2천5백원에서 7천3백원으로 3배 올려 받겠다고 한다”며 “지금의 KBS는 MBC나 SBS와 무엇이 달라서 자기들만 ‘세금’을 거두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힐난했다.
조선일보는 또“정 사장은 혹시 자신이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정치·경제·사회·국제관계에 대한 사실 보도와 특집 제작을 통해 우리 사회에 반미·좌파 이념을 확산하고 정권의 지지기반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점을 KBS의 업적으로 믿고 있을지 모르겠다”며 “그렇다면 그 대금은 정권에 청구할 일이지 ‘시청세’라는 이름으로 국민에게 걷어갈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방송 공정성의 대명사인)BBC도 ‘수신료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공영방송을 만들겠다’며 직원의 19%, 3천7백80명을 감원하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파업의 회오리에 말려 있다”며 “공정성과 공익성에서 BBC에 비교하기도 우스운 KBS의 처지에 정 사장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KBS “비판의 도 넘어 구성원 전체 명예훼손”**
이러한 조선일보의 사설에 대해 KBS는 “주요 사실에 대한 왜곡보도로 국민의 정서를 자극함은 물론 고의적으로 정치적 파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며 강력한 법적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KBS는 3일 저녁 발표한 <경영쇄신안 관련 일부 언론의 왜곡 보도에 대한 KBS 입장> 제하의 글에서 “KBS는 수신료를 7천3백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하지도, 또 인상할 계획도 갖고 있지 않음에도 일부 신문(조선일보)은 이에 앞서 경영쇄신안을 발표한 KBS 임직원의 충정과 각오는 모두 무시한 채 자의적·악의적으로 왜곡 보도를 했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여과 없이 수용해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따라서 KBS는 악의적인 허위 왜곡 보도와 정치적인 악용 사례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사장은 이날 월례조회에서 수신료에 물가 연동률이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81년 2천5백원으로 책정된 수신료는 물가 상승으로 실질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4년의 2천5백원은 81년 기준으로 8백48원에 불과하다”며 “만일 81년의 수신료에 물가 상승률이 반영됐을 경우 현재 수신료는 7천3백62원으로, 2004년 수신료 수입은 1조5천억원이 돼 광고재원 없이도 회사 경영이 가능한 수준이 됐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KBS 홍보팀 한 관계자는 “정 사장의 이날 발언내용을 ‘수신료 7천3백원 인상’으로 해석한 것은 억지를 넘어 심각한 왜곡에 가까운 것”이라며 “더군다나 언론기관 KBS 빗대 ‘반미·좌파이념을 확산하고, 정권의 지지기반을 넓히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매도한 부분은 KBS 전체 구성원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지난 월례조회에서 △수신료 인상 불가피 △방송광고단가 인상·광고총량제 도입·PPL허용 등의 재원 확대방안을 발표함과 동시에 △예산 8백19억원(비용예산 3백20억원, 자본예산 4백99억원) 삭감 △제작비 삭감 이상의 큰 폭 임금삭감 △인력 재배치와 조직 구조 재편 △6~7월 특별명예퇴직 실시 △근무평가 불량자 퇴출 엄격 시행 등의 내부혁신 구상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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