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간 상임위 정수 조정 문제로 파행이 예상됐던 6월 국회가 2일부터 정상적으로 시작된다. 상임위 정수조정이 되지 않을 경우 등원을 거부하겠다던 한나라당이 "운영위와 법사위의 정수가 조정되지 않아도 2일부터 등원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상임위 조정이라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않고 6월 임시국회에서 각종 게이트의혹 및 경제실정을 집중공략한다는 전략이어서, 정부여당을 바짝 긴장케 하고 있다.
***강재섭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질 것. 등원하겠다"**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1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법사위와 운영위의 정수 조정이 되지 않았더라도 내일부터 임시국회를 정상화하기로 결심했다"고 발표했다.
강 대표는 "법사위도 우리가 양보하는데 운영위 하나 양보하라는 우리의 주장은 법에 정한 논리지만, 국민들에게는 또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으로 비쳐질 것"이라며 "국민에게 억지로 홍보하기보다 민생과 국정 난맥상을 챙기라는 것이 국민의 지엄한 분부라고 이해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4.30재보선 이후 여소야대 정국에서 상임위 정수조정을 밀어붙이지 않은 것은 최근 한나라당의 상승 분위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가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가면서 "우리가 국회에 들어가지 않으면 언론에서 또 비판할 것 아니냐"고 농반진반 말한 것도 최근의 상승기류를 유지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또 북핵 관련 외교정책, 경제실정, 오일게이트, 행담도 사건 등 최근 정부 여당의 실정에 대해 등원을 하는 것이 법안 처리에 유리한 상임위 정수조정보다 실익이 크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는 "정부의 국정운영 시스템이 총체적 엉망"이라며 "한나라당은 6월 국회를 비리를 척결하고 국정운영 시스템을 정상화시키는 국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2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원내대표단의 등원 결정을 추인받을 예정이다. 강 대표는 "왜 더 세게 주장하지 못했냐는 의원들의 비판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밝혔지만, 최근의 한나라당 상승분위기를 감안하면 추인에 무리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희상 "한나라당 그럴꺼면서 왜 버텼나"**
상임위 정수 조정에 따른 한나라당의 등원 거부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우리당 의원총회는 한나라당의 등원 소식에 다소 싱겁게 끝났다.
의총 직후 오영식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한나라당이 제안한 법사위와 운영위의 정수 동결, 일부 상임위에서 야당 숫자 증원 등에 대해 "의총에서 추인을 했다"고 밝혔다. 의총 장소에 들어서던 문희상 의장은 기자들로부터 한나라당이 등원키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랬어요?"라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문 의장은 "그럴꺼면서 왜 그렇게 버텼을까, 이상한 사람들이네"라며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이어 바로 우리당 김부겸, 한나라당 임태희 수석부대표가 만나 상임위 정수와 6월국회 의사일정을 합의하는 신속함을 보였다.
양당은 정무위, 행자위, 문광위는 전체 정수를 1석씩 늘려 야당 의원들을 배치하고, 교육위, 농림위는 1석씩 줄여 우리당 의원 자리를 뺀다는데 합의했다. 국방위, 건교위는 전체 정수 조정은 없었지만 우리당 의원 자리를 1석씩 빼는 대신 한나라당 자리가 1석씩 늘었다.
이로써 여당이 야당보다 많았던 문광위, 국방위는 여야가 동수를 이루게 됐고 동수였던 건교위는 야당이 한 석 더 많아졌다. 예결특위는 우리당의 숫자를 1석 줄이고 한나라당의 수를 1석 늘려 비교섭단체를 포함한 야당의 숫자가 더 많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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