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지구기후변화협약 총회에 참석 중인 곽결호 환경부장관이 17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 총회장에서 한국측대표 연설을 했다. 그런데 그의 실제 영어 연설과 기자들에게 배포된 한국어판 보도자료에는 중대한 차이가 있었다.
한국의 교토의정서 참여에 관한 부분이었다. 먼저 한국어판 보도자료에는 "따라서 특정년도를 기준으로 배출 총량을 감축하는 교토의정서 방식에는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며 교토의정서 방식으로는 많은 개도국들의 참여를 유도하기도 힘들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돼 있었다.
곽 장관은 은 출국 전부터 “한국은 특정년도를 기준으로 하는 배출 총량을 감축하는 교토의정서에는 참여할 수 없음”을 국내언론에 밝혀왔고, 이같은 입장이 한국어판 보도자료에도 분명히 표현된 셈이다.
그런데 총회장에서 곽 장관의 영어연설을 듣는 가운데 해당부분을 찾던 필자는 영문연설에는 교토의정서 부분이
빠져있음을 발견했다. 한국어판 원고에는 "두 번째로 개도국의 감축 장애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로 시작하여 한국을 비롯한 개도국은 특정 년도를 기준으로 한 배출 총량 감축 방식(교토의정서)는 참여할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반면, 영어 원고에는 개도국에 관한 (환경 관련) 기술 이전에 대해("Second, let me turn to technology transfer") 말하고 있었다.
해당 부분의 영어 및 한국어 원고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국어판 보도자료:
"두 번째로 개도국의 감축 참여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개도국들은 발전 도상에 있으며 사회ㆍ경제적 여건상 경제 성장이 안정되어 있는 선진국과는 다른 상황에 있습니다. 특히, 선발 개도국은 짧은 기간 동안 경제성장을 이룩한 국가로서 사업 구조상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 의존하고 있고 아직 경제성장 도상에 있어 앞으로 상당 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특정년도를 기준으로 배출 총량을 감축하는 교토의정서 방식에는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며 교토의정서 방식으로는 많은 개도국들의 참여를 유도하기도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많은 개도국들의 감축의무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자국의 경제ㆍ사회적 여건에 맞추어 자발적이고 비구속적인 방식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해 나가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먼저 활발히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어 연설:
"Second, let me turn to technology transfer.
The issue was highlighted at the Round Table session of COP9. As was indicated at the time, sharing of enviromentally sound technology and knowhow between developed and developing countries will serve as a pivotal tool for dealing with climate change at the global level.
Technology transfer will take place...(이하 생략)"
<사진1> 곽결호 장관의 한국어 연설 원고. 교토의정서 불참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김영길
<사진2> 영어 연설 원고. 개도국에 대한 기술 이전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김영길
결과론적으로 가급적 많은 조약당사국들의 교토의정서 이행을 원하는 총회장 분위기로 보아 한국의 교토의정서 참여에 관한 언급을 회피한 것은 잘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한국언론에는 교토의정서 반대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고 정작 본회의 연설에는 분쟁소지가 있는 부분을 슬그머니 뺀 것은 아무래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환경정책에도 국내용, 국제용이 다르다는 말인가. 더구나 이에 대한 해명이나 경위설명이 없었다는 점에서
한국이 쌀협상 등 민감한 국제협상에서 늘 이중적 태도를 취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당시 총회장 한국대표부스에는 국내언론사들이 함께 있었지만 누구도 이 부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거의가 환경부 측이 준 보도자료만을 열심히 타전하고 있었다.
정부는 교토의정서 참여에 대한 한국의 입장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국내는 물론 국외에도 분명히 밝혀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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