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대화를 통해 대치 정국을 풀겠다"고 24일 야심차게 시작한 '민생경제 여야 원탁회의'가 첫날부터 양당간의 이견만 확인한 채 끝나 난항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우리 "뉴딜 관련법부터 처리" vs 한 "공정거래법 재논의 안하면 불가"**
두 시간이 넘는 동안 진행된 회의 뒤에 열린우리당 박영선 원내대변인과 한나라당 임태희 대변인이 브리핑한 내용은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결정 후속대책 및 지역균형발전 특위' 구성에 여야가 합의했다"는 것 하나뿐이었다.
이날 회의에서 열린우리당은 이른바 한국형 뉴딜정책의 핵심 법안인 기금관리기본법, 민간투자법,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우선 처리법안으로 제시했고, 한나라당은 국가건전재정법, 각종 감세관련 세법, 기업도시법, R&D특구법과 정무위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공정거래법은 이미 정무위를 통과한 만큼 재논의는 불가능하다"고 못박았고, 이에 한나라당은 "그렇다면 기금관리기본법을 우선순위에 두고 논의할 수 없다"고 팽팽히 맞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기금관리기본법이 원탁회의 의제에 올라간다 하더라도 양당간 협상의 여지는 좁아보인다. 기금관리법의 최대쟁점은 연기금 주식투자시 민간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 문제.
한나라당은 이와 관련, "연기금의 주체인 정부가 민간기업을 지배할 수 있다"며 재계와 한 목소리로 의결권 행사를 반대했다. 이에 우리당에서는 기업 인수합병이나 분할 같은 중요한 사항에만 제한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내 놨지만 이마저도 한나라당은 "미봉책"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여당이 '투자 활성화책'으로 추진하는 연기금의 사모펀드 투자 허용을 두고서도 한나라당은 "고수익을 위해 공공자금을 고위험상품에 투자할 수는 없다"며 반대했다.
다른 관련법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국민연금법의 경우 우리당은 연기금 의결권을 허용하는 방향의 법개정을 추진중인 반면, 한나라당은 이에 반대하며 국민연금의 지배구조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여야 합의가 수월할 것으로 기대됐던 기업도시법과 관련해서도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 이강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민간복합도시개발특별법'과는 별도로 '기업도시법(가칭)'을 제출할 예정이어서 조정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원탁회의안에 특위를 구성하자는 한나라당 제안에 대해서도 우리당이 "한나라당의 시간 지연 전술로 보여진다"며 반대입장을 밝혀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한나라당의 불참으로 파행되고 있는 운영위, 정무위, 예결특위의 정상화 문제도 다음 회의로 결론을 미뤘다.
한나라당은 카드사태 관련 국정조사도 촉구했지만 우리당은 "민생경제에 시급한 문제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날 합의했다고 밝힌 행정수도 이전 위헌결정과 관련한 특위 구성에 대해서도 위원장을 두고 양당간의 입장이 맞서고 있어 25일 본회의에 구성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두 시간여에 걸친 회의에서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공정거래법은 여당이 날치기한 것"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양당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당은 25일 오전에 다시 원탁회의를 열어 협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여야의 입장차가 확연해 난항이 예상된다.
***"산이 높으면 돌아가야" vs "산이 높으면 빨리빨리 올라가야"**
임태희 대변인이 회의직후 "만족할 만한 결과가 없어 뭘 가지고 브리핑을 해야 하나 고민했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첫 회의에서 이렇다할 성과는 없었지만 회의 오프닝에서 양당 원내대표는 거듭 합의정신을 강조했다.
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여야간 이견은 얼마든지 토론하고 합리적으로 존중할 수 있다"며 "경제활성화를 위해선 자기 입장을 굽히면서도 타협하자"고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 김덕룡 대표는 "천 대표의 좋은 복안을 많이 기대하고 있다"며 "쉬운 것부터 하나하나 풀어가자"고 화답했다.
두 원내대표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려 했음에도 다른 참석자들은 서로 뼈있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합의를 하면 꼭 지키도록 하자"고 말했고 이에 우리당 홍재형 정책위의장이 "이한구 의원 말에 가시가 돋혀 있다. 이제 빨리 좀 잘 풀어가자"고 말했다.
한나라당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부영 의장이 말했던 "산이 높으면 돌아가고 물이 깊으면 얕은 데로 가야한다"고 '합의'를 주장하자, 우리당 이목희 제5정조위원장은 "산이 높으면 빨리빨리 올라가야지"라고 받아넘겼다.
여야간 갈 길은 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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