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은행인 시티은행의 한국내 관계자가 내년도 경제성장률에 대해 정부 기대치인 5%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대의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해 주목된다.
***"내년이라고 소비가 살아나리라는 보장은 없다" **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경제분석팀장은 23일 국회 연구단체인 디지털경제연구회(대표 이강두, 이종구)에서 주최한 '2005년 한국경제 침체인가, 회생인가' 토론회에서 "현재의 수출 및 투자상황을 보았을 때 내년도에 소비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으면 5%성장은 커녕 3%성장도 힘들 수 있다는 '현실'을 빨리 파악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오 팀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년도의 민간소비 증가율을 3%로 잡았는데, 내년도라고 해서 소비가 꼭 살아나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 나의 솔직한 견해"라며 "한국과 비슷한 소비 부진 위주의 경기침체를 겪었던 영국 및 북유럽 국가의 90년대초 경험을 보면 소비가 회복되는 데 3, 4년이 소요됐다"고 주장했다.
오 팀장은 "물론 실제 경제 예측을 하는 입장에서 3년간의 소비 부진은 너무 비관적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적어도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여야 하는 정책당국자의 입장에서는 내년도 소비부진이 계속될 가능성을 계속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팀장은 소비진작을 가로막는 조치로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 ▲유류세 및 주택보유세 인상 등을 지적하며 "이런 조치만 환원해도 소비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세형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도 2%대의 성장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올해 30%가 넘었던 수출이 경제성장률을 대부분 견인해줬지만 내년도 수출증가는 한자리수에 머물 전망"이라며 "수출이 저조하고 투자, 소비조차 여전히 살아나지 못하면 사실상 3%대의 성장도 낙관적일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대의 불안요인은 환율"이라며 "미국은 공공연하게 달러약세 방치의사를 분명히 하는 흐름인데, 환율이 너무 급박하게 변동하지 않도록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소비는 바닥을 쳤다"**
반면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은 "내년에는 금년보다 0.5~1.0%포인트 성장률의 하락이 예상된다"고 지적, 올 경제성장률이 4%후반대대인 것을 볼 때, 내년 경제성장률이 4%초반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 의원은 "내수부문은 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건설경기 활성화를 포함한 재정확대정책과 투자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이같은 대대적 경기부양책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4%초반 성장도 쉽지 않을 것임을 시시했다.
이인실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도 "내년 경제전망을 4.5%로 잡은 것을 지금 고치지는 않겠다"고 참석자들 중 가장 낙관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 실장은 "숫자는 냈지만 매우 불투명하다"며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말해, 4%중반 성장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 실장은 "소비는 이미 바닥을 쳤다"며 "바닥에서 나락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고, 설비투자 조정압력도 높아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부터는 서서히 나아지는 상황으로 가게 되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정부 채무만 급증할 것" vs "재정지출이 경기안정화에는 기여" **
한편, 정부여당에서 추진하는 연기금의 사회간접자본과 주식투자를 허용하는 이른바 '한국판 뉴딜정책'을 두고도 토론자들은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우리 경제의 근본 문제점은 유효수요의 부족이 아니므로 뉴딜형 재정지출정책은 구조적 경제침체에 대한 원인 치료가 아니다"라며 "대규모의 수출확대가 내수를 진작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은 재정지출의 확대도 일시적인 총수요증가 외에는 뚜렷한 승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정부채무만 급증할 위험이 존재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오석태 팀장도 "재정지출을 늘리려면 정부 투자 확대보다는 감세나 사회복지 지출 확대를 통한 소비 증가 유도가 더 바람직하다"며 "재정 지출의 확대는 재정 적자와 이에 따른 국채 발행에 의해 투명하게 시행돼야 바람직하기 때문이고, '뉴딜'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실제로 내년 경제 성장률을 높이는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인실 실장은 "경제 안정화에 재정이 뒷받침을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98년 이후 경기활성화를 위해 계속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는데, 경기안정화 이상의 효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세입여건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있는 총알을 다 써버린 것"이라며 "세입에서 쓸 실탄이 없으니 고육지책으로 지금 연기금을 쓰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세금을 마냥 쓸 수는 없으니 이 부분에 장치를 둬야 한다"며 "재정의 경기안정화 기능도 중시하면서 동시에 건전성을 약화시키지 않도록 재정규율을 확립하는 방향으로 운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계안 의원은 "경제 선순환 체계의 구축, 공공서비스의 조기확대와 성장잠재력 확충, 내년 중반까지 착공 가능한 건설수요 발굴, 2006년 이후의 기업도시 건설을 통한 지역균형발전사업 도모" 등, 뉴딜정책의 장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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