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한나라당 3룡(龍)이라 불리는 박근혜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움직임이 정가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가운데 박 대표와 이 시장이 최근 당내 의원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고 당내에 우군조직도 결성되는 등 뚜렷한 대권행보를 시작한 분위기며, 손학규 지사도 '실적쌓기'를 통한 대권행보를 꾸준히 하고 있다.
***이명박 시장, 한나라당 의원들과 접촉 다각화**
이명박 서울시장은 최근 당내 의원들과의 접촉을 부쩍 다각화하고 있다. 특히 이 시장의 이같은 행보는 헌재 판결후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 등이 이 시장을 격찬하며 "대안정당' 창당 등을 주장한 데 대해, 측근을 통해 "부담스럽다"며 거리를 둔 뒤 한나라당을 겨냥해 이루어지고 있는 행보여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시장은 18일 저녁 시내 모처에서 안택수, 김태환, 한선교 등 건교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 9명과 만찬을 갖고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국정감사가 끝나고 식사도 못했는데, 식사 한번 하려고 오래 전부터 약속된 자리"라고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다른 참석자는 "이 시장은 건교위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행정수도 이전 반대에 도움을 준 것에 대해 감사의사를 표했다"며 "곧 발표될 한나라당의 행정수도 대안에 관한 의견교환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참석자의 전언에 따르면, 대안으로 이 시장은 서울의 명문대학 이전을 골자로 하는 '교육도시' 등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져 관심을 끌고 있다.
다른 참석자는 "이 시장은 정부여당이 모색중인 편법적인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며 "수도이전과 관련한 용역비 등 건교위에서 다룰 예산 문제에 대한 의견교환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이 시장은 대권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면서도 "박근혜 대표, 손학규 경기도지사와 함께 한나라당의 외연을 넓히는 데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혀, 은연중에 대선출마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시장은 이에 앞서 지난 15일에는 행자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과 만찬회동을 가진 바 있고 이날 대화와 비슷한 내용을 나눈 것으로 전해져, 이 시장이 행정수도 이전 백지화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당내 세불리기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시장은 또한 지난 9월에는 한나라당 대구.경북 출신 의원들과 별도 회동을 갖는 등 그동안 물밑에서 꾸준히 세를 확장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박근혜, 스킨십 강화, 당내 우군조직도 결성돼**
박근혜 대표도 당내 리더십 강화를 위해 최근 부쩍 의원들과의 접촉, 즉 스킨십을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친화력이 없다. 스킨십이 약하다'는 지적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박 대표는 지난 14일 최고위원과 당3역 등 당직자들에게 삼성동 자택을 개방했다. 이는 대표취임 이후 두 번째 '오픈하우스'로, 첫 번째 오픈 하우스가 당 출입 기자들을 상대로 했던 점을 감안하면 당직자들에겐 사실상 처음 공식 오픈한 셈이다. 이어 17일에는 당 출입 지방기자들에게 자택을 개방했고, 이후에도 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픈하우스를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또 당내 최다선인 5선 강재섭, 이상득, 박희태 의원을 수요일마다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 참석시켜 최고위원-중진회의로 바꿨다. 이는 이상득 의원이 "당이 어려울 때는 과거에 당직을 맡았던 사람들에게 의견을 듣는 것도 좋다"고 한 제안을 박 대표가 수용, 공식 회의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도록 확대 발전시킨 것이다.
박 대표는 이와 더불어 최근 당내 여러 의원들을 오찬, 만찬의 형태로 두루 접촉하고 있다.
박 대표 스타일에서도 변화는 감지돼, 지난 18일 의원총회에서 박 대표는 모두발언 말미에 "제 말에 동의하시면 박수 한번 쳐주세요"라고 하는 등 당내에선 한층 '부드러워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 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당내 리더십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정설이다. 이 과정에서 강경파 의원들을 끌어안으려다 보니 당 지도부가 지나치게 강경-우경화 된다는 비판도 있지만, 4대입법 정국을 어떻게 끌어가는 지가 박 대표의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판단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에 박 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더불어 박 대표의 당내 우군조직도 가시화되고 있다. 하나는 박 대표와의 술자리에서 박 대표의 술을 대신 마셔주겠다는 일명 '흑기사 모임'이다. 당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곽성문 의원의 주도로 권경석, 유기준, 김정훈, 주호영, 주성영, 이명규, 장윤석, 김재원, 김충환, 김태환 의원과 진영 비서실장이 참여하고 있는 이 모임은 모두 남성 초선의원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모임을 제안한 곽성문 의원은 "정치적 의미는 전혀 없다"면서도 "박 대표의 약점이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우리가 술을 대신 마셔주면 회식자리를 보다 인간적으로 만들 수 있지 않겠나"라고 밝혀, 최근 박 대표의 행보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당내 '중도우파' 성향의 초선의원들 모임도 박 대표 지원조직으로 분류되고 있다. 김정훈 의원 주도로 김기현, 김명주, 김석준, 김영덕, 나경원, 박세환, 유정복, 정두언, 주성영, 주호영, 최구식 의원 등 스스로를 '중도우파'로 자임하고 있는 17명의 의원들은 지난 11일 모임을 갖고 '행동하는 중도우파'로 정치세력화하기로 했다. 김정훈 의원은 지난 12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을 만드는 것이 모임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 모임에는 '친박근혜'로 분류되는 원내부대표 등 당직 의원들도 이중 상당수 포함돼 있다.
***손학규, '정중동'속 '실적쌓기'**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상대적으로 '정중동'의 행보를 하고 있다.
손 지사는 정치권과의 거리를 두고 지사로서의 업적을 쌓아가는 차별화된 '정중동'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손 지사는 지난 15일 일본 LCD부품생산업체 6개사를 경기도에 유치하는 데 성공해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손 지사는 이를 위해 한국노총 경기도지역본부 이화수 의장과 함께 일본을 방문해 일본 회사들을 상대로 노사관계 안정 등을 약속하며 적극적인 외자유치 활동을 폈으며, 그 결과 4억5천8백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손 지사는 특히 이번 외자유치가 노동계와 함께 이뤄낸 것이라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현재 극한대립을 거듭하고 있는 노-정 관계를 겨냥한 의미 부여로 해석된다.
손지사는 그러면서도 19일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최고정책과정 총동창회 회원 조찬간담회에 참석해 18일 정무위를 통과한 공정거래법과 관련해 우리당을 맹성토하는가 하면, "박물관에 있는 이념을 끌어내 문제 삼는 것이 지금의 정치현실"이라고 최근 정치권의 보혁 갈등을 비판하기도 하는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치적 목소리도 내고 있다.
***강재섭, 강연정치 시동**
TK(대구경북) 지역의 잠재적 대권후보로 분류되는 5선의 강재섭 의원도 최근 미묘한 행보를 시작해 한나라당 안팎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강 의원은 지난 15일 경희대 언론홍보대학원 주최 강연회에 참석, '강연정치'에 나서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강 의원은 최근 여의도 국회 앞에 별도의 개인사무실을 마련하고 보좌진을 확대하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강 의원은 지난 17대 총선을 즈음해 '18대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바 있다. 17대 총선을 마지막으로 정계은퇴하겠다는 말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최근 강 의원의 행보는 '국회의원 생활을 끝내고 대권에 도전한다'는 관측이 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야당에도 '선수'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긍정적인 분석을 제시하는 사람도 있지만, 당내에선 최근 여러 차례 불거진 주류-비주류 사이의 갈등이 대권경쟁의 조기 과열과 맞물려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과, 이같은 조기 대권경쟁이 '선명성 경쟁'을 촉발시켜 여야간 경색을 한층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