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주한미군기지 이전 협상과정에 정부가 국민을 속이려다가 2조1천억원의 추가부담을 떠안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 "MOU 공개될 경우 국내 정치적으로 큰 골칫거리"**
노회찬 의원은 15일 용산기지 이전 협상과 관련한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FOTA)(2003년 7.22~23) 3차회의 속기록과 UA/IA(포괄협정) 일부 내용을 공개하고 이같이 주장했다.
속기록에 따르면, 차영구 당시 국방부 정책실장은 3차회의에서 "한국정부도 과거의 90년 합의서를 존중하고, 한국측이 이전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문제는 90년 MOA/MOU(기존합의서)를 국회로 가져가거나 국민들에게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국내법적인 완전성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았으며, 청구권 등 몇 개의 문제조항들이 공개될 경우 국내 정치적으로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라고 발언했다. 요컨대 한국측 협상팀도 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다른 한국측 협상자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북미국장도 "90년 합의서의 문제는 내용이 아니라 형식에 있다. 국내적으로 헌법과의 합치문제가 있다. 기존합의서의 핵심내용을 포괄협정에 반영하고, 세부적 내용의 부록을 만드는 것이다. 두 개의 문서는 동시에 진행되고, 포괄협정만 국회로 가게 된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이와 관련, "한국측이 3차 회의에서 MOA/MOU를 UA/IA로 바꾸는 것을 제안하자 미국측이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며칠 뒤에 받아들였다"며 "미국은 UA/IA에 기존 MOA/MOU보다 더 개악된 내용을 담아서 초안을 제시했다"며 미국측이 형식을 버리고 실리를 택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측이 협정의 형식을 바꾼 이유에 대해 노 의원은 "UA는 국회비준을 받지만, IA는 국회비준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노회찬 "UA/IA는 MOA/MOU보다 더 개악,건설비용 2조1천억 더 들어"**
노 의원은 "이렇게 만들어진 용산기지 최종협정안은 90년의 협정안(MOA/MOU)보다 더 개악된 협정안"이라며 최근 서명한 협정안(UA) 내용도 일부 공개했다.
<표1 90년 합의서(MOU/MOA) 및 현 합의서(UA/IA)비교시 개악된 내용>
우선 미국측이 한국측의 MOA/MOU의 UA/IA로의 변경을 받아들이며 바로 4차회의에서 제시한 UA초안에는 MOU에 포함돼 있는 '대체시설(replacement facilities)'을 '시설(facilitles)'로 수정할 것을 요구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졌다. 대체시설은 '기존시설 수준'을 뜻하는 것으로, 이를 '시설'로 개정해 줌에 따라 용산기지보다 더 좋고 더 많은 시설을 지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노 의원측 주장이다.
FOTA 5차회의 속기록(02.10.6~8)에도 미국측 협상대표인 롤리스 국방부 부차관보가 "replacement facilities를 facilities로 바꾼 것을 합의해 준데 대해 감사하다. 이 원칙을 이행문서 및 기타문서에서 일괄적으로 반영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힘에 따라 미국측의 요구가 전폭 수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노 의원은 이와 관련, "90년 협정안에 비해 현 UA는 시설 기준이 대폭 강화됐다는 점에서도 개악"이라고 주장했다. 90년 협정안에는 '현 시설수준 유지 및 저하금지원칙(MOA 4조 4항, 4조 7항)', '동등한 시설로 대체(MOU 3조 7항)'를 명기하고 있지만 현 UA에는 '유지 및 강화' 원칙을 밝히고 있어 상당한 추가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MOU에 포함돼 있지 않았던 C4I시설(정보통신지휘통제시설), 행정, 의료 시설을 UA 2조10항에 추가로 제공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노 의원은 "C4I는 주한미군이 비용을 부담해야 할 대표적인 항목으로서, C4I 기본 인프라를 제공함은 물론 (9백만 달러 범위 내에서) C4I 대체비용을 제공하도록 UA에 규정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시설수준 대폭강화, 추가시설 제공 등으로 최소 17.7억달러(2조1천2백40억원)의 건설비용이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한-미, 2005년부터 주한미군 임무기능 확대논의 시작키로"**
이밖에도 90년 협정안에 포함돼 있지 않던 '(한미상호방위조약에서 규정하는) 임무와 기능' 원칙이 UA에는 포함돼 있다는 점도 개악 가운데 하나라고 노 의원은 지적했다.
노의원은 "현 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주한미군의 임무와 기능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것이지만, FOTA 회의에서 미국은 지속적으로 주한미군의 임무와 기능을 '한반도 평화'에 국한시키지 않고 '지역역할'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주한미군의 지역역할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로 서로 합의했다"며 "내년도에 주한미군의 임무와 기능이 '지역역할'까지 확대될 경우 추가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한반도 평화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90년 국방부가 고시한 대체부지는 26만8천명인데 반해, UA 4조3항에는 52만평 이내로 규정해, 25.2만평이 증가했다. 노 의원은 "국방부 기준대로 평당 15만원으로 계산하면 3백78억원에 불과하지만, 평택 시민(농민)들에게 땅은 삶의 기반으로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MOU의 불평등 조약 내용도 여전히 현존"**
노 의원은 이어 "이처럼 개악된 내용을 비롯해 90년 협정안의 불평등 부분이 UA/IA에도 그대로 현존한다"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SOFA 합동위원회에 집행권한 백지위임 ▲이전비용 전액 한국부담 ▲위헌성 시비 여전 ▲비용통제장치 악화 ▲건축기준 등을 들었다.
특히 노 의원측은 한-미 양국이 90년에는 '공동 최종 승인(final approval authority)' 문구를 통해 비용통제장치를 마련했는데 이번 협정에서는 '상호 검증(validate)'이라는 문구와 소파합동위 절차에 따라 비용을 통제한다고 한 부분도 여전히 불평등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즉 이 부분에 사용된 'validate'라는 용어는 사실의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차원의 단어로 거부권을 가지고 있는 용어인 'approval'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비용 측면에서 한-미 양국간 이견이 있더라도 우리측에는 거부권이 없다는 주장이다.
<표2 90년 협정안 및 현 협정안에 공통적으로 포함된 불평등 내역>
***노회찬, "굴종적 협상과정이 국민에게 들통나지 않도록 비밀로 규정했나"**
노 의원 측에선 이날 공개한 속기록에 대해 "기본적으로 국회의원의 열람만 가능하기 때문에 중요한 내용을 필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가 열람한 UA를 비롯한 비밀문서에는 국가안보와 연관된 진정한 비밀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협상중이라는 미명하에, 굴종적인 협상과정이 국민들에게 들통 나지 않을 목적으로 '비밀'로 규정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UA의 내용 및 FOTA회의 내용을 공개하는 행위는 결코 국익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림으로써 국익에 도움됨을 스스로 확신하고 있다"며 "진정한 참여정부라면 가서명한 협정안(UA/IA)는 물론 협상과정까지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외교부, 노 의원 주장 모두 반박. 협정, 19일 이후 공개할 듯**
노 의원의 주장에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체시설이 대폭 강화됐다는 것은 수긍할 수 없다"며 "90년 협정안의 '현 시설수준 유지 및 저하금지원칙'과 현 UA의 '유지 및 강화'원칙은 똑같은 말"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저하금지'라는 용어보다는 '유지 및 강화'라는 용어가 보다 낫다고 판단했으며 협상과정에서 선의에서 나온 말이고 정치적, 선언적인 의미의 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노 의원측이 제시한 속기록 내용에 대해서도 "FOTA회의에는 공식적인 속기록이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이밖에도 노 의원실에서 "비용통제장치로 'validate'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우리에게 거부권이 없다는 의미"라는 주장에 대해 "validate라는 용어에는 분명히 거부권이 포함된 용어이며 이에 대해서는 미측에서도 인정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가 판단하기에 'validate'가 'agree'나 'approval'보다도 협상에서 더 낫다"고 주장하며 "approval에는 어느 한 쪽이 다른 쪽보다 우위에 있는 듯한 의미가 내포돼 있고 agree는 단순히 동의한다는 의미여서 'validate'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강변했다.
한편 정부는 이처럼 용산기지 이전협정에 대해 논란이 계속 일자 협정 문서를 오는 19일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은 뒤 곧바로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기지 이전협정은 13일 법제처 심사에 이어 14일 차관회의를 마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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