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 정무위의 재경부 국정감사에서 여야의원들은 카드사태와 국민은행 김정태행장 축출과 관련한 '관치금융' 논란으로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카드 사태와 관련해선 의원들은 여야 구분없이 '카드사 대주주들의 도덕적 해이'와 '감독 당국의 관리ㆍ대처 부실'을 질타했지만, 국민은행 사태에 대해선 한나라당이 "관치금융"이라고 공세를 편 반면 열린우리당은 "적법한 제재"라고 금융당국을 감쌌다.
그러나 카드 사태 관련해 진념 전 재경부장관과 이헌출, 이종석 전 LG카드 사장 등 핵심증인이 불출석했고, 국민은행 사태 역시 김정태 국민은행장과 안경태 삼일회계법인 대표이사 등이 해외출장 등을 이유로 불출석해 맥빠진 국감이 됐다.
*** "구본무 회장 등이 1조원 챙겼다"에 LG "사실무근"**
이날 정무위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강유식 LG구조조정본부장은 "구본무 회장과 그 특수관계인이 카드사 주식 매각으로 1조원의 차익을 챙긴 것이 맞는가"라는 열린우리당 전병헌 의원의 질의에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에 전 의원이 "위증을 하면 형사고발을 당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지만, 강 본부장은 "알고 있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전 의원은 "LG카드 정상화 추진 과정에서 LG그룹 대주주들의 2003년 중 융자부담이 미달하는 등 대주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데 대해서도, 강 본부장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윤증현 "LG카드 조사가 왜 이렇게 오래 걸려야 하는지 나도 의문"**
한나라당은 LG카드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계경 의원은 "구본무 회장 등이 주식매도 혐의로 고발된 지 10개월이나 됐는데도 조사가 어떻게 됐는지 아무 결과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윤증현 금감위원장은 "조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현재 단계에서 조사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이에 이한구 의원은 "다른 사안에 대해선 신속하게 조사를 하는 금감원이 LG카드에 대해서 이렇게 조사가 오래 걸리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사안이 복잡한 것이냐.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린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윤 원장은 이에 "나도 이 부분의 조사에 왜 이렇게 오래 걸려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히며 실무자에게 답변을 하도록 했다. 이에 답변을 맡은 금감원 조사국 관계자는 "LG카드의 경우 사안이 사안인 만큼 조사 역량을 최대한 집중하고 있지만 조사의 단서인 민원이 제기될 때 정확한 정보가 없었다"라고 얼버무렸다.
그러자 이 의원은 "2003년 12월에 이미 조사가 많이 됐을 것으로 아는데, 카드 사태에 대주주가 빠진 것을 파악하는 것은 일도 아닌데 몇 개월이나 끄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언제까지 정부가 카드사 부실의 최종대부자 역할을 할 것인가"**
이헌재 경제부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재정경제부를 상대로 벌인 재경위 국감에서도 LG 카드 사태와 관련한 정부의 대응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열린우리당 문석호 의원은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을 치르면서 확립하려 했던 가장 중요한 원칙은 효율적인 기업은 살아남고 비효율적인 기업은 퇴출돼야 한다는 적자 생존의 원리였는데 지난 1년 반동안 신용카드 부실사태 처리 과정을 보면 정부는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도 못한 채 비싸게 배운 원칙만 실종시켰다"며 정부를 강력 질타했다.
특히 문 의원은 카드사의 유동성 위기에 정부가 개입해 투신사 보유 카드채 만기를 연장하고 은행-증권-보험이 5조원 조성해 투신사 환매자금 긴급지원토록 조치한 것과 산업은행을 통해 LG 카드를 위탁 경영토록 한 것을 '시장원리 훼손'의 사례로 들며, "언제까지 정부가 카드사 부실의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해야 하냐"고 따져 물었다.
문 의원은 재경부가 LG 카드를 떠맡은 산업은행에 손실발생에 대한 보전을 약속하고 2004년 상반기에 1조원 국유재산을 현물 출자한 데 대해서는 "국회 심의 없이 산업은행에 대한 현물출자로 LG 카드와 관련한 산업은행의 손실을 지원하는 것은 관치금융의 표본"이라며 "국가재정법 제정시 현물출자를 포함한 세입과 세출은 모두 예산에 계상토록 해 정부 현물출자에 대한 국회 사전심의 절차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김양수 의원 역시 "정부가 산업은행에 손실보전 공문을 보낸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고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라며 "정부의 카드 정책 실패를 덮을 목적으로 LG 카드를 부도내지 않기 위해 국민의 돈을 갖다 썼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국민은행 분식회계, 우리, "적법한 제재" vs 한나라, "관치금융" **
국민은행 분식회계와 관련해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은 "삼일회계법인의 국민은행 보고에 따르면 '추진방안의 회계처리는 기업회계기준에 위배될 수 있으나 지분법 평가손익과 대손충당금 전입액 및 법인세 절감액 등을 고려시 감사의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는 의견'이라고 밝혀 국민은행과 회계법인이 위법의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명백한 위법인줄 알면서도 묵과한 채 부당회계처리를 통해 고액의 법인세를 회피하는 것은 공정한 시장경쟁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향후 이같은 사례가 재발해도 이번과 같은 중징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관치금융 논란에 대해서도 "위법을 알면서도 감독과 함께 제재를 하지 않는다면 이것이야말로 직무유기"라며 "'신관치주장'은 정략적 정치공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은 '국민은행 회계기준 위반 10대 의혹(혹은 쟁점) 분석'이라는 질의자료에서 "국민카드에서 대손충당금을 전입(계상)하지 않은 것이 과연 회계기준위반이라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상당히 크다"라며 "설사 회계기준위반으로 보더라도 고의 내지 중과실의 무거운 위반이라고 단정할 수밖에 없었는가. 양형상 고려할 여지는 없었나"라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감리위원회가 많은 논란끝에 '중과실3단계'와 '과실3단계'의 복수안을 증권선물위원회에 올렸음에도 증선위가 '명백한 회계위반에 의한 중과실3단계'라는 결정을 내린 데 대해 "감리위원회의 징계 여부와 수위에 대한 많은 논란이 증선위 의결에 반영되지 않은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일부 금융기관이 자사 이기주의에 빠져 금융시장 안정을 돌보지 않는다(이헌재 부총리)', '이제 관치금융의 전성시대가 왔다. LG카드 처리에 약간 투덜댄 은행장을 몇 달 지나서 몰아낸 것은 세계 어느나라에도 없는 일(김태동 금통위원)'등의 발언을 지적하며 "김정태 행장의 괴씸죄가 논란이 되면서 97년말 외환위기때 재벌체제와 함께 주범으로 꼽혔던 관치금융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든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양수 의원도 재경위 국감에서 "당시 부총리는 LG 카드 출자 분담을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을 직접 만나 설득했으나 김 행장은 이를 거부했고 이에 금감원은 이에 신관치 논란을 묵살하고 김 행장에 대한 문책적 경고 처분을 최종 확정, 리딩 뱅크의 김 행장을 끝내 금융권에서 축출한 것 아니냐"며 "이 역시 관치 금융의 전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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