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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의 '재수없으면 걸린다' 의식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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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나라의 '재수없으면 걸린다' 의식이 문제"

[공청회] 여야-각계, 친일진상규명법 격론

20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가 개최한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개정안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열린우리당측에선 한나라당 개정안 중 조사위원회를 학술원 산하에 두도록 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비판했고 한나라당측에선 조사위원의 자격으로 '친북-용공 행위제 배제' 조항을 삭제한 것과 조사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 부분을 문제삼았다.

***우리, "학술원은 법적 권한 없어"**

이날 참석자들은 위원회의 소속과 구성 요건에 대해서 첨예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열린우리당 측에선 "민간기구에서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다"며 '학술원 산하에 진상규명위원회를 둔다'는 한나라당 개정안을 집중 공격했다. 조사위원회의 소속과 관련해 열린우리당 개정안은 "대통령 산하 기구"로 규정했고 한나라당 개정안은 "학술원 산하의 민간기구"로 규정했다.

전 민변 회장인 최병모 변호사는 "근본적으로 학술원은 그 자체가 친일문제를 연구하거나 과거청산문제를 관장하는 기관이 아니다"라고 국가기구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학술원은 학술발전에 현저한 공적이 있는 과학자를 우대, 지원하고 학술연구와 그 지원사업을 행함으로서 학술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제1조)이며, 주요한 기능은 학술진흥에 관한 정책자문 및 건의, 학술연구와 그 지원, 국내외 학술의 교류 및 학술행사 개최, 학술원상 수여, 기타 학술 진흥에 관한 사항(제2조)'이라는 대한민국학술원법 조문을 지적하며 "이러한 학술원 산하에 친일진상규명위원회를 두고 학술원장으로 하여금 위원을 임명하게 한다는 발상은 실로 넌센스"라고 주장했다.

박찬승 충남대 국사학과 교수도 "한나라당의 개정안에서 가장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진상규명위원회를 학술원 산하로 둔다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진상규명위원회는 현행 법률상으로도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조사대상자'를 선정하는 작업을 하게 돼 있는데, 이 선정작업은 학술적인 작업이 아니라 정치적 혹은 법률적 행위에 속한다"라며 "특정인을 '반민족행위자'로 규정하는 것은 국가기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학술발전과 과거청산은 그 근본이 다르다"며 "과거 청산 문제를 학술원에서도 논문을 통해 다룰 수는 있지만, 그것은 어떤 정치적ㆍ사회적 권위도 확보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한나라, "김희선 의원 사건만 봐도 민간기구에서 해야"**

그러나 한나라당 측 참석자들은 조사위원의 자격으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열린우리당 개정안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의 가계를 거론하며 국가 권력보다 역사학자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은 "개정안을 낸 한 의원의 가계를 정리하는데도 견해가 다르지 않냐"며 "한 행위를 규명하는데만 해도 얼마나 절차가 복잡하냐. 따라서 국가 권력이 개입하기보다는 객관성ㆍ전문성ㆍ중립성있는 역사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옳지 않은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기춘 의원은 "지금도 김희선 의원의 족보가 매일 신문에 나는데, 나라 전체가 남의 족보를 뒤지고 자기 족보도 뒤지고, 일본까지 가서 일제 헌병과 부역자 명단을 챙기는 참담한 국가파괴 행위가 불길처럼 대한민국을 휩쓸 것"이라며 "코드만 맞춰 위원을 임명하고 반대세력의 약점을 캐내 정치적으로 이용해보겠다는 불순한 의도"라고 대통령이 조사위원을 임명하는 조항을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이 사람 조상은 일본에 붙었다', '저 사람 삼촌은 광복이후 남로당에 가서 목을 쳐죽었다'는 끔찍하고 소름끼치는 얘기들이 공영방송을 통해 생중계 될 것"이라며 "아버지가 아들에게조차 말 못하는 식민지적 가족사를 대한민국 정부가 예산을 쏟아 부어, 아무것도 모르는 손자ㆍ손녀들에 알려지게 되는 것이 대한민국의 번영과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주장했다.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는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사람이라는 것은 매우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있는 기준"이라며 "열린우리당 개정안에는 사실상 위원회의 자격요건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제 교수는 "대통령의 코드인사 문제가 또 다시 거론돼 사회적 갈등의 소재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비록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으나 여대야소의 국회 구성과 정국운영이 맞물리는 상황 하에서 대통령 소속 집권 여당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리라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세욱 교수도 "위원의 자격 요건을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만을 얻어 임명하게 한 것은 야당의 위원회 구성권 참여를 배제한 것으로 정당정치 이념에 위배된다"며 "이는 대통령과 여당이 특정 정당의 총재나 언론기관을 탄압하고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공격했다.

***박찬숙, "자료가 있는 사람만 재수 없게 걸려"에, 최병모 "재수없다는 역사인식이 문제"**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은 "프랑스의 혁명과정을 로베스피에르가 단두대로 반대파의 목을 잘랐다"며 "권력기관은 정의보다는 힘의 원칙이 지배한다고 생각하는데, 후세들에게 올바른 역사의 정보를 주기 위해선 중립적 학자가 법의 위임을 받아서 하는 것이 어떠냐"고 주장했다.

이에 박찬승 교수는 "국가보훈처에서 독립유공자를 심사하는데 학자들로 구성된 심사위원은 전원 합의제에 의해 유공자를 선정한다"며 "이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이의 제기를 안하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6.25전쟁에서 북한 공산주의자들에게 목숨을 건지기 위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봉사ㆍ부역을 했다"며 "그 때 정말 깨끗한 사람이 누가 있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의원은 "깽패들이 자기 애인을 겁탈했을 때 기어코 복수해 처단하는 미국 영화를 봤는데, 한국의 경우는 깡패에게 꼼짝 못하고, 어쩔 수 없이 희생당한 자기 가족에게 야단치는 그런 경우 아닌가"라며 "피할 수 없는 강도들에 짓밟힌 수난사를 60년이 지난 마당에 파헤쳐 일제에는 꼼짝하지 못하고, 그 수난 당한 국민을 수사해서 죄를 묻고 망신을 주는 이런 일을 인권적 차원에서 어떻게 봐야 되나. 최 변호사가 인권변호사였으니 묻는다"라고 질의했다.

최 변호사는 "예가 적절치 않다. 개인적인 과거의 실책에 의해 개인을 비난하거나 증오의 대상으로 삼기 위해 진상 조사하는 것이 아니고, 개인에 대한 것을 국가ㆍ민족ㆍ국민에 적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밝히고, 이어 "직업을 가져 적극적으로 일제 부역에 앞장서고 민족을 배반했던 사람들을 밝히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 변호사는 "친일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점은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생각하는데, 그 점에서 김 의원은 다른 생각을 하는 지도 모르겠다"고 꼬집히기도 했다.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은 "자료가 유실돼 증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살아남고, 자료가 남아 있는 사람만 재수없게 걸려도 문제가 안된다는 말이냐"고 최병모 변호사에게 질의하자 최 변호사는 "과거의 친일 행위에 대해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는 역사인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바로 반격했다.

최 변호사는 "10명이 강도짓을 했는데, 2명의 자료가 없다고 해서 8명을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며 "어떤 사람이 규명이 안됐다고 해서 규명이 되는 사람까지 포기하는 것은 법률의 속성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조사위원 자격 : "간첩ㆍ빨치산 임용은 천박한 정치적 의도" vs "자가당착. 색깔론"**

한편, 한나라당측 참석자들은 정치적 중립성을 내세우며 '민간기구화' 주장을 하는 동시에 조사위원의 자격과 관련해 '친일-친북 행위자 배제'라는 조항을 삭제한 것을 집중 공격했다.

현행 친일진상규명특별법 제5조 3항은 친일진상규명위원회 위원 자격을 규정하면서 "본인의 부모 및 조부모가 일본제국주의의 국권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14일까지 친일반민족행위를 하지 않았고, 1950년 6월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 친공반민족행위를 하지 않았음을 소명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개정안에선 이 조항을 '위헌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삭제했고, 한나라당은 존치시켰다.

정세욱 명지대 명예교수는 "5조 3항의 삭제는 간첩ㆍ빨치산 전력자라도 전력을 소명함이 없이 위원으로 임명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이어 "사이비 학자 및 어용시민단체회원 또는 간첩ㆍ빨치산 전력자 등 불순세력의 인사가 임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천박한 정치적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의심받을 것"이라며 "간첩 등 정체불명의 인사가 위원으로 임용돼 친일청산문제가 용공적으로 왜곡되거나 북한의 대남전략에 악용될 위험성이 있고 어용 사이비 시민단체 등의 참여의 길을 열고 편법임용을 통해 공직사회는 물론 국론분열과 사회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교수의 이 같은 주장은 열린우리당과 민노당 측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민노당 이영순 의원은 "간첩사건이나 빨치산 전력자, 또는 불손 세력이라고 하는 것은 역대 독재정권이 자신의 정권을 운용하기위해 국보법으로 조작한 희생자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희생자를 불순 세력으로 규정하고 위원자격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비난했다.

김민철 실장도 "5조3항의 규정은 명백히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연좌제에 해당한다"며 "부모나 조부모의 행위에 대한 법적ㆍ정치적 책임은 당사자의 몫이지 그 후손이 책임져야 할 짐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그토록 비난하고 있는 연좌제 주장을 여기서 요구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친일청산문제가 용공적으로 왜곡되거나 북한의 대남전략에 악용되는 것을 막는다'는 주장을 하는데, 친북행위 문제를 넣는 것은 전혀 관계없는 사항을 끌어 들여 문제의 본질을 희석시키려는 전형적인 색깔론"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모든 위원회의 위원 선정에 색깔 규정을 넣자고 주장하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나"라고 반박했다.

***동행명령권 : "사법체계 위반" vs "진상규명 취지위한 상식"**

위원회의 권한에 있어서는 열린우리당 개정안에 명시돼 있는 동행명령권이 논란이 됐다. 열린우리당 개정안 17조 5항에는 "위원장은 제1항 제2호의 규정에 따른 출석요구에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아니하는 자에 대하여 지정한 장소까지 동행할 것을 명하는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불복할 경우 형사처벌(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나라당 측에서 이 조항에 대해 "사법체계에 맞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기춘 의원은 '옷로비 특검'을 맡았던 최병모 변호사에게 "특별검사로 많은 활약한 당시 중요한 참고인이 특검의 출석요구에 불응한다고 해서 기소하고 처벌한 경우가 있었나"라고 질의해 최 변호사의 "출석불응 자체를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는 답변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제성호 교수는 "법관이 아닌 위원장이 동행명령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사법권 침해 등 법치주의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친일조사를 내세워 동행명령권을 오ㆍ남용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주장했다.

제 교수는 "이 조항은 헌법 제12조에 명시된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고, 영장주의 제도에 반하는 입법으로 판단된다"며 동행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처벌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도 "현행 형사소송법은 참고인의 수사기관 출석거부권을 보장하고 있고, 법원도 동행명령이나 소환에 응하지 않는 참고인에게는 과태료를 과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개정안은 과도한 처벌규정이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승환 변호사도 "여당 개정안이 정하는 조사위원회는 조사기관이라기 보다는 수사기관에 가깝다"며 "형사소송법이 수사기관의 권한 행사에 엄격한 요건을 두어 국민의 권리침해 위헌성을 방지하고 있으나, 개정안은 동행명령권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 위헌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동행명령권의 행사에 사법부의 영장심사권을 두는 것을 제안했다.

열린우리당 측에선 "그 정도 권한도 없으면 조사의 실효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노현송 의원은 "현 사법제도의 영장주의하에서 개정법에 있는 동행명령권은 위원장에게 주어진 행정명령권의 성질"이라며 "행정명령이 부당하고 위법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이나 행정소송법 등으로 얼마든지 구제할 수 있다. 인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도 충분히 보장이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최병모 변호사는 "친일진상문제는 준사법적 권한과 재판절차에 준하는 문제"라며 "현재 살아있는 친일자에게 재판도 할 수 있어야 되는데 50년이 넘도록 행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진상 규명을 하자면 사법적-준사법적 절차를 거쳐야 되지만 세월이 너무 흘렀고 자료도 유실돼 이와 같이 단순한 진상규명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 지금 것은 최소한의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김민철 실장은 "동행명령장 제도는 유사한 국가위원회가 권한 제약으로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반성에서부터 마련된 것"이라며 "그러나 친일 문제가 있어 발부 대상은 혐의가 상당한 당사자이면서 조사에 불응하는 자, 증거를 은닉하거나 위조한 자, 대질심문이 필요할 때 등 극소수 경우에 그칠 전망"이라고 반박했다.

김 실장은 "이 조항은 진상규명이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한 상징적인 항목"이라며 "남용이 우려된다면 발부 대상을 규정하면 되지, 이를 두고 법질서를 무너뜨린다는 주장은 과도한 비판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사 대상 "연좌제 부활" vs "행위 규정은 한계 있어"**

조사대상에 대해서는 '당연범'이냐 '행위로 판단하느냐'가 쟁점이 됐다. 열린우리당 안에 따르면 당시 5급 이상 직책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당연범으로 친일반민족행위자가 되고 그 이하 직급에 대해선 행위에 대한 판단을 하는 반면, 한나라당 안은 소위 이상의 군인과 전 경찰-헌병 중에서 행위가 현저한 자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된다.

한나라당 측 참석자들은 '당연범' 규정에 대해 "연좌제의 부활"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승환 변호사는 "근대 법치주의는 국가가 정한 법률에 의해 특정 행위자의 특정 행위에 대한 '행위책임'을 물을 뿐이지, 그의 행위 책임을 초과해 특정 행위자를 전체적으로 또는 전인격적으로 '어떠한 종류의 인간이다'라고 법률의 이름으로 규정하지 않는다"고 열린우리당 개정안을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살인죄로 사형이 집행된 행위자도 그의 살인 행위로 인해 사형의 형벌이 선고되고 집행될 뿐, 국가가 그를 '악인 명부 또는 지옥에 갈 사람의 명부'에 법률로서 등재하지 않는다"며 "그가 '살인자 또는 악인'으로 취급되는 것은 세상에 대한 평가일 뿐인데, 국가는 국민 개개인 누구에게라도 역사적 평가 또는 도덕적 평가를 독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성호 교수는 열린우리당 개정안의 조사 대상 불명확성을 지적했다. 개정안 17조 1항에서 조사 대상을 신청인과 그 밖의 관계인, 관계기관, 관계 시설로 규정한 것을 문제삼은 것. 제 교수는 "조사대상을 불특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불명확 내지 애매모호하게 규정돼 있는 바, 진상규명위원회가 사실상 원하는 것은 거의 무엇이든지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 교수는 "친일 조사대상자가 거의 대부분 현재 사망한 자들이기 때문에 '관계인'이라는 규정은 필연적으로 사망자의 후손을 조사대상자로 선정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연좌제의 부활"이라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개정안을 지지하는 패널로 참석한 박찬승 충남대 교수는 "한나라당 개정안에서 군의 경우 소위로 넓힌 것은 장교 가운데 침략행위에 적극 협력한 자가 되기 때문에 바람직하고, 헌병분대장 이상 또는 경찰 간부를 헌병 또는 경찰로 넓힌 것도 바람직하다"며 "직급 외에 행위도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나라당 개정안에 일부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1930년대 전국 경찰 가운데 한국인이 7천명을 넘고 있었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며 "일제 치하 전 시기를 따지면 수만 명에 달하는 헌병과 경찰의 사례는 모두 조사할 수는 없다"고 현실적 어려움도 지적했다.

김민철 실장은 "지위에 따른 책임을 물은 것은 행위로만 책임을 물을 경우 발생하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며 "예를 들어 고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직접 고문에 가담한 자를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고민을 기획ㆍ명령한 것 이외에도 묵인ㆍ방조한 상급 간부에 대해서도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열린우리당 개정안이 특정 정치인을 의식해 경찰 해당자를 축소했다는 주장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몰이해가 아니면 정치적 선동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경부 이하 조선인 경찰 가운데 고등계 형사와 밀정 등은 직무 또는 행위상 반민족행위자에 포함된다. 그러나 업무상 다양한 민사기능을 가진 경찰을 일률적으로 반민족행위자로 규정할 수 없다. 다만 조사외 심의 후 그 죄질에 따라 반민족행위자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경시라는 규정은 지위범으로 반민족행위자에 포함된다는 뜻이지 하급 경찰에 대한 면죄부 조항이 아님은 물론"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열린우리당 신기남 전의장의 아버지가 일제하 헌병 오장(하사관급)으로 밝혀진 것과 열린우리당 개정안이 헌병에 대해 계급을 상향 조정해 조사대상을 축소했다는 지적을 받은 것과 관련해 "헌병 오장은 고등계 형사나 밀정과 마찬가지로 직무상 반민족행위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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