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헌법수호, 많은 사람이 의심"

"DJP연합한 여권은 유신과 친일을 거론할 자격 없어"

청와대와 한나라당 사이의 정체성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 한나라당에 대해 노 대통령이 "헌법에 담긴 사상이 내 사상"이라고 답하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27일 "헌법수호 원칙은 당연하지만, 그 원칙을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고 있다"고 재반격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도 과거 DJP연합(김대중 전대통령과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의 공조)을 거론하며 "여권에서 유신을 말할 자격이 되나"라고 가세했다.

***박근혜, "대통령 헌법수호 원칙 많은 사람들이 의심"**

휴가중인 박근혜 대표는 27일 전여옥 대변인을 통해 "대통령이 헌법을 수호한다는 원칙은 당연한 것"이라며 "하지만 그 원칙을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노 대통령은 지금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때인지 나라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면서 "지난 1년간 현 정권의 많은 실정이 드러났고 가장 큰 문제는 (국가)정체성에 대해 국민들에게 불안을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우리의 질문에 대한 핵심은 비켜간 채 묻지도 않은 변명만을 홈페이지에 올렸다"며 "소수당이지만 정책으로 얘기하려는 야당이 있다는 것을 노 대통령은 큰 행운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상생이 아닌 상쟁으로 가려는 것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자잘한 시비를 가리자는 것이 아니며 노 대통령은 (현 정부의) 정체성에 대해 옳으면 옳다, 아니면 아니다라고 핵심을 내놓아야 한다"며 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거듭 촉구했다.

***"여권이 유신을 말할 자격이 있나"**

이날 당 지도부는 DJP연합 등을 거론하며 "여권에서 유신과 친일을 거론할 자격이 있나"라고 반격했다.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유신세력의 큰 축이었던 김종필, 박태준씨가 총리에 임명되도록 앞장 선 분들, 유신세력이 당수로 있는 당을 교섭단체로 만들어 주기 위해 초유의 의원 꿔주기를 했던 분들, 국회법 개정안 날치기를 위해 몸싸움을 했던 분들이 지금 여권의 중심세력"이라며 "개혁세력이라는 참여정부의 과거와 현재의 기준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남 부대표는 "박정희 전대통령의 기념관을 국고보조금으로 건립하려 할 때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반대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그러던 사람들이 갑자기 민주투사로 바뀐 것이냐. 자기에게 유리하면 대승적 결단이고 그렇지 않으면 반민주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유신헌법으로 고시공부한 것이 부끄럽다면 부끄러운 일'이라고 윤태영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밝힌 것에 대해 "이 말은 노 대통령 스스로가 유신의 파트너였고 협조자였다는 것을 고백한 것"이라며 "노 대통령과 여당의 논리대로라면 그 시절에 왜 초야에 묻혀 농사를 짓지 않은 것이냐"고 꼬집었다.

김형오 사무총장도 "여권은 연좌제 부활 시도를 그만둬야 한다"고 여권을 비판한 뒤 "우리가 대통령에게 원한 것은 두루뭉술한 답변이 아니라 의문사위, 북한 경비정의 NLL침공 등에 대한 구체적 사안에 대한 답변이었다"고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