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방지위원회 산하에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고비처)의 기소권 부여 여부를 둘러싸고 여당과 야당, 법무부 사이에 이견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고비처에 기소권을 부여하지 않을 경우 그 기능이 저하되고 검찰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기소권 부여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한나라당은 정부의 현재 고비처 안이 조사대상이 광범위하고 대통령 직속의 부패방지위원회 소속으로 돼 있는 점이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며 사실상 제2의 '사직동'팀이라고 기소권 부여 반대는 물론 조사대상 축소와 독립성의 완전보장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보장을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사실상 고비처의 기소권 부여에 반대 입장을 밝히며 야당 입장에 근접한 주장을 펼쳐 주목된다.
***당정, 고비처 파견검사제 긍정 검토**
열린우리당은 7일 오전 부패방지위원회와의 당정협의에서 직접적인 기소권을 부여하는 대신에 검사를 고비처 소속 직원으로 파견하는 '파견검사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즉 고비처에 직접적으로 기소권을 부여해 발생할 수 있는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위배'라는 비판은 피하면서 고비처의 권한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안영근 제1정조위원장은 "정부안에대한 법사위원의 주의견은 기소권을 주지 않을 경우 고비처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고 검찰의 영향권 아래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며 "부방위에서는 기소권을 부여하지 않기로 정부안을 마련해 온만큼 당의 입장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부방위에서 파견검사제도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파견검사는 단지 조사한 것을 검찰에 연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직위나 규모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비처의 수사대상이 되는 고위공직자의 범위에는 법관 및 검사가 포함돼 있다. 따라서 파견검사제가 도입될 경우 수사대상이 기소권을 가져 고비처의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나라, "고비처는 또 다른 사직동팀"**
한나라당은 고비처의 기소권 부여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현재 정부안의 조사 대상이 지나치게 넓고, 기구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고비처는 또 다른 사직동팀"이라고 7일 열린 법사위에서 강금실 법무부장관을 향해 맹공을 펼쳤다.
한나라당은 대통령 측근 비리 등을 수사하기 위한 고비처 신설을 총선 공약으로 제시해 고비처 신설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비처 수사 대상을 대통령 측근으로 제한 ▲고비처의 완전한 독립성 보장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은 "부방위 산하에 고비처를 두고 그곳에 검찰을 두는 것은 과거 청와대가 검찰을 파견 근무시킨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김대중 정부 시절 소위 사직동팀의 권력 횡포가 극심해 이후 없어졌는데, 조금만 잘못하면 고비처가 확대된 사직동팀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 우려가 있는 것은 사전에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검찰국장 출신으로 검찰인사 파동 때 검찰을 떠났던 장윤석 의원은 "특정 집단을 수사 대상으로 독점적으로 설정하고 통상적인 수사기관인 검찰 외에 대통령 직속으로 수사기관을 설치한다는 것은 특정집단을 향한 표적수사 기관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나라당은 고비처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은 검찰 내부의 분위기를 지적하고 고비처의 신설이 검찰을 통제하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강 장관은 "아직 고비처의 안이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며 피해나갔다.
주호영 의원은 "대선자금 수사를 둘러싸고 대검 중수부가 대통령의 측근에 대해 너무 가혹한 수사를 해서 청와대가 검찰의 통제를 잘 못한다는 지적이 있고, 그래서 검찰을 견제할 의도로 고비처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재경 의원은 "부방위는 고비처 설치 이유에 대해 기소권과 수사권을 검찰이 독점해 이를 견제해야 되겠다"며 "대검 중수부를 축소해야 된다는 주장과 고비처의 신설이 관련이 없느냐"고 몰아 붙였다.
***강금실, "고비처 수사ㆍ기소권 분리 바람직"**
강 장관은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의에 "부방위의 안이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답변하기 어렵다"고 답하며 피해갔지만 고비처에 기소권을 부여하는 데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혀 기소권 부여를 주장하는 여당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강 장관은 "권력을 최대한 상호 견제하고 분리하는 원칙이 중요하다"며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시키고 기관 사이에 견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검찰에 대한 견제를 한다고 해서 별도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는 독점기구를 신설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권한을 분리시키는 기구를 만드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에 강 장관은 "검찰은 내부적으로 고비처 신설에 있어 법리상 문제가 없는지 검토해 의견을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통령 산하의 부방위 소속으로 고비처가 신설되는 것이 사실살 제2의 사직동팀이 될 수 있다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장엔 "사직동팀과 비교해서 검토해 본 적은 없다"며 "고비처에 대한 접근은 (대통령) 권한 행사의 연장선상의 관점에서 볼 것이 아니라, 부방위의 부패방지기능 강화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강 장관은 "고비처 신설은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여당의 총선 공약이었다"고 강조하고 "한나라당의 총선 공약이었던 것으로도 알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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