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한미군 1만2천5백 명을 내년말까지 감축하겠다고 통보한 데 대해 한나라당은 8일 오전 외교안보대책회의를 열고 한나라당의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소규모 정책 회의는 비공개로 하던 관례를 깨고 한나라당은 이날 회의를 처음부터 공개해 "주한미군 감축 같은 중대한 사항이 미국의 일방적 통보에 의해 이뤄졌다"며 안보 위기론을 주장하며 이를 대여압박용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분위기다.
***"감축 일정 재조정하고 협상과정 공개하라"**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미국 입장에 따른 급격한 감축에 따라 한반도 안보공백과 전력공백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감축일정의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감축협상에 국가 안위가 걸린 만큼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협상과정을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1만2천명 감축에 따른 단기적 대책이 전혀 나오고 있지 않다"며 "협상력 부재일 뿐 아니라 협상의 의지가 없다고도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송영선 의원은 "정부의 자주국방론과 주한미군 철수는 '북한의 위험이 없으니 이대로 가도 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논리"라며 "임종석 대변인이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해 남북화해와 협력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한미동맹관계가 이 정권에서 와르르 무너져 버린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이 들고 신뢰가 다 무너진 것 아니냐"며 "과연 우리 안보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정부의 대책과 주한미군 감축의 진상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주한미군 감축의 진상을 알리기 위해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당 "야당, 모든 문제를 정쟁으로 몰아가려 해"**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청문회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임종석 대변인은 8일 논평을 내고, "외교문제야말로 초당적으로 접근해야 할 국익의 보루인 만큼, 주한미군 감축은 청문회 대상이 아니다"라며 "모든 문제를 정쟁의 대상으로 몰아가려는 무책임한 야당의 태도가 17대 국회에서는 사라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임 대변인은 "최근의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일련의 움직임은 오래 전부터 준비되었던 미국의 해외방위력 재배치(GPR) 계획에 따라 추진되는 것으로 한국의 의도와는 아무 연관도 없다"며 "하지만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는 GPR 계획으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한미정부간 긴밀한 협의 속에서 한국의 입장이 존중되는 감축협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한미군 감축협상을 심각한 안보불안 상황으로 규정하고, 이를 마치 한미갈등의 결과처럼 왜곡하며 청문회 실시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의 태도는 사실이 아닐 뿐 아니라 국제정세의 변화를 읽지 못하는 하지하책(下之下策)이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주국방론이 실제로 가능한 것인가" **
한편 한나라당의 이날 대책회의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에서 언급한 자주국방론과 '6.6 현충일 축사'에서 언급한 '집단안보체제' 등 노 대통령의 안보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송영선 의원은 "노 대통령이 자주국방을 하겠다고 하면서 10년내을 24조원 사용하겠다는데, 단순히 계산해봐도 연간 7~10조원이 필요하다"며 "어떻게 24조원으로 자주국방을 하겠다는 것인지, 자주국방의 의미가 뭔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집단안보체제에 대해서도 "정부가 한미동맹체제를 강화시킬 의지가 있는지 개인적으로 상당한 의혹이 든다"며 "주변에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국가가 가장 값싸고 안전하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양자동맹"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단안보체제는 주변국과 비슷한 전력을 가지던가, 아니면 최소한 주변 강대국으로부터 안보에 대한 확실한 답을 받아낼 자신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며 "학계에서 말하는 집단안보체제는 국방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다자안보채널 같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 의원도 "국방연구소 등 국방부 산화 기관에서 24조원으로 자주국방을 하겠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한다"며 "자주국방에 대한 구체적 대책이 전혀 없고, 재원조달에 대한 구체적 대책도 없다"고 가세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자주국방론을 비판하면 외세 의존적인 당으로 비쳐질 수 있는데, 자주국방이 실제로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제기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집단안보체제에 대해서도 "어제 대통령과의 환담에서 정부가 전혀 준비나 대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인식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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