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분양원가 공개를 두고 혼선을 벌인 와중에 한나라당에서 "분양원가 공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다소 의외였다.
공공부문에 한한 분양원가 공개가 한나라당의 17대 총선 공약이긴 하지만,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하는 측에서 내세우는 논리가 '건설경기 위축'인 만큼 성장위주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한나라당과는 어울리지 않는 정책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당정협의에서 분양원가를 공개하겠다는 공약을 사실상 백지화했다고 밝힌 다음날인 지난 2일, 한나라당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이한구 정책위부의장의 날선 질책이 쏟아졌다. 열린우리당 공약 파기를 대여 공세로 이용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이 부의장은 이날 원가공개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대며 원가공개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원가 공개로 경영 합리화 이뤄 내야"**
이 부의장은 4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분양원가 공개는 서민 아파트 값의 거품을 빼고 개발이익을 환수하겠다는 것"이라며 "공공부문 주택과 공공택지에 한해서 분양원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의장은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각 개별 원가가 건설업체의 노력으로 결정됐는지, 부실하게 결정됐는지 알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건설업체의 경영을 합리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부의장은 "공공부문의 원가 공개는 민간업체의 분양가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며 "민간업체의 높은 마진은 부실경영과 과도한 홍보비 때문인데, 공공부문의 원가와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높은 마진을 책정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 부의장은 민간 업체에 대해서도 일부는 원가 공개를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민간에 싸게 분양해주는 토지에 대해서는 민간에서도 공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의장은 원가를 공개하면 건설경기가 위축된다는 주장에 대해서 "공공주택은 주택보급률에 따라 (공급이) 결정되기 때문에 성장 경기와는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원가연동제는 정부가 분양가를 마음대로 결정하겠다는 것"**
이 부의장은 원가연동제에 대해서도 "한마디로 말이 안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주택공사는 건교부가 시키는 대로 하는 곳 아닌가"며 "연동제로 줄일 수 있다면 지금 줄여라"고 말했다. 그는 "30%가 낮아질 것이라는 주장을 일부 언론도 받아썼는데 참 한심하다"고 덧붙였다.
이 부의장은 "이론상 원가연동제는 마진을 일정 부분 줄이겠다는 것인데, 원가는 부실경영 때문에 올라간 것"이라며 "그런데 원가나 마진을 공개하지 않은 채 연동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분양가를 마음대로 결정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다음은 4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30여분간 진행된 이한구 정책위부의장과의 인터뷰 전문
***이한구 의원 인터뷰**
프레시안 : 한나라당의 분양원가 공개에 관한 총선 공약이 정확하게 어떤 내용인가.
이한구 : 공공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해 서민 아파트 값의 거품을 빼고 개발이익을 환수하겠다는 것이다. 공급개발택지의 분양원가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해 공급과정 곳곳에 숨어 있는 거품을 과감하게 제거할 것이다. 공공개발 택지는 지금처럼 추첨방식이 아니라 공개경쟁입찰방식으로 건설회사에 분양함으로써 개발이익을 철저히 환수하겠다.
프레시안 :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하는 측에서 내세우는 논리는 건설 경기 위축이다. 성장을 기조로 하는 한나라당의 정책에서 분양원가 공개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이한구 : 건설경기 위축과는 별 관계가 없다. 우리는 공공주택에 한해서 분양원가를 공개하자는 것이다. 공공주택은 주택 보급률에 따라 (공급이) 결정되기 때문에 성장 위축과는 별 관계가 없다. 민간 부문에 원가를 공개하라고 하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분양원가 공개는 소비자운동본부와 서울여대 송보경 교수와 함께 3년 전부터 주장해 왔다. 당시 반대를 무릅쓰고 이 같은 주장을 한 이유는 전문가들에게 원가를 알게 해줘야 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시민단체가 원가를 알게 되면 전문가들을 동원해 개별 원가 하나하나를 최대한 노력해서 책정한 것인지, 부실한 경영이 있는지 알게 된다. 부실한 경영을 시정시키면 원가도 내려가고 분양가도 내려간다.
프레시안 : 공공부문의 원가공개가 민간업체의 분양가 하락을 유도할 수 있나.
이한구 : 공공부문의 원가가 공개되면 민간 업체도 영향을 받게 된다. 민간부문에서 짓는 것은 디자인도 다르고, 재질도 다르기 때문에 같은 취급을 할 수는 없다. 민간 업체의 아파트 분양가가 높은 이유는 ▲원가를 아무도 모르니 각종 부실이 생긴다는 점 ▲소위 '떳다방(경쟁이 치열한 아파트 같은 경우 분양가로 사들인 뒤 웃돈을 받고 되파는 투기업자들)'이나 과다한 홍보비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거품이다.
그런데 공공부문의 원가를 공개하면 상대적으로 "저것을 만들려면 얼마 정도가 있어야 된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된다. 이렇게 되면 민간도 견실하게 경영을 할 수 있다. 분양원가 공개는 업체의 경영을 합리화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또한, 정부가 민간업체에 토지를 싸게 분양해주고 있다. 민간에서도 싸게 받은 부분은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민간이 따로 사는 원자재 등까지 공개할 수는 없다. 이런 부분은 민간 자율에 맡겨야 한다.
프레시안 :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은 "건실하지 않은 업체의 경우 원가를 공개한다고 해도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한구 : 민간에서는 업체가 마진을 결정하기 때문에 분양가 인하를 보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주택공사나 토지공사가 부실 경영을 하고 있는데 원가를 공개하면 부실경영을 하는 부분들이 드러나게 된다. 따라서 부실이 줄어들게 되면 원가가 내려간다. 원가가 내려가는데 어떻게 가격이 안내려 가겠나. 주공에서 그렇게 원가가 나오면 민간도 비슷할 것 아닌가.
분양가가 인하된다고 자신할 수 있는 이유가 예전에 서울시에서 아파트를 공급하는 업체인 서울 도시개발공사에서 고건 총리 시절에 원가를 공개한 적이 있었다. 당시 송보경 교수와 소비자운동단체에서 원가 공개 내용을 보니 2~30%정도 줄일 수 있겠다고 판단했었다.
프레시안 : 연동제는 분양가 인하의 효과가 없는 것인가.
이한구 : 표준건축비라는 것이 있다. 정부가 자기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것이 표준건축비이다. 그런데 아파트마다 가격이 모두 다르니 표준 건축비를 일괄되게 정하는 것도 문제인데, 정부가 표준건축비를 낮게 책정하면 건설사들이 "이 돈으로 어떻게 짓냐"고 반발할 것이고, 정부가 넉넉하게 책정하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공공부문에서 자주 부실시공이 나는 이유가 이 표준건축비 때문인데, 정부가 실정에 맞지 않게 낮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어 부실공사가 나는 것이다.
강 장관의 말은 말이 안된다. 내가 그 자리에 있으면 혼을 내줬을 것이다. 연동제로 줄일 수 있다면 지금 줄이면 되는 것이다. 지금 주택공사는 건교부가 시키는 대로 하는 곳 아닌가. 30%를 줄일 수 있다면 지금 줄이면 된다. 일부 언론도 이 내용을 그대로 받아썼더라. 한심하다. 또, 이론상 원가연동제는 마진을 일정 부분 줄이겠다는 것인데, 원가는 부실경영 때문에 올라간 것이다. 그런데 원가나 마진을 공개하지 않은 채 연동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마음대로 분양가를 결정하겠다는 것 아닌가.
결론은 공공업체 원가를 공개해서 민간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하자는 것이다. 민간에서도 돈을 쓸데없는 곳에 쓰지 말게 하자는 것이다. 업체들은 경영합리화를 하자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겠지만 대다수가 이득을 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민간은 디자인이나 재질 등을 다양화해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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