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앞으로 다가온 '6.5 재보궐선거'가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초 열린우리당은 총선승리의 여세를 몰아 재보선에서도 승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었으나, 부산·경남에서의 한나라당의 아성과 전남에서의 민주당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막판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혼전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부산 우리당 "정당지지도 면에서는 아직 뒤져"**
중앙당 차원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부산시장 선거. 그러나 정작 후보 캠프에서는 “양 후보 모두 부시장 출신으로 차별성이 적어 지역 관심도가 낮다”는데 입을 모았다. 투표율이 저조할 경우 조직표가 세를 가르던 전례를 들어 판세는 한나라당 허남식 후보에게 다소 유리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허 후보 캠프 임창섭 팀장은 “7~8%포인트 정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낙승을 기대했고, 열린우리당 오거돈 후보 캠프 유종철 팀장도 “인물 적합도에서 앞서고 있으나 정당지지도 면에서 아직 뒤지고 있다”며 추격 양상임을 인정했다.
오 후보는 “지역발전을 위해서 중앙에 대한 교섭력이 높은 여당 후보가 돼야 된다”며 ‘여당 프리미엄’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허 후보 측에서는 “예산은 시장이 아니라 의원이 가져오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부산 18개 지역구 중 17석을 차지한 사실에 방점을 찍었다.
이처럼 접전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2일 모 신문이 검찰의 기관통보 문건을 통해 한나라당 허 후보가 동성여객㈜ 이광태 대표로부터 1천9백80만원을 수뢰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검찰문건을 확인한 결과 1천만원 상당에 대해서는 수수사실이 없다고 부인했고 9백80만원 부분에 대해서는 이 대표가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막판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허 후보측은 사실을 전면부인하며, 상대방의 흑색선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남 우리당 "김혁규 총리 임명 공식건의되면 역전 기회" **
“김혁규 전지사가 총리가 되고 말고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부산에 비해 경남지사 선거에는 김혁규 전지사의 총리 기용 여부가 관건이다.
“1~2% 안팎으로 따라 붙고 있다”고 내부 분석을 밝힌 열린우리당 장인태 후보 캠프 조창화 대변인은 “선거 하루 전인 4일에 열린우리당이 김혁규 총리지명을 강력히 요청할 것 같은데, 공식적으로 요청이 되면 누가 도지사를 맡아야 할 지를 판단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찬성이 41%, 반대가 30% 정도 나왔다”며 “한나라당 고정표가 33%라고 보면 경남도민 상당수가 찬성하는 것 아닌가”라고 기대를 거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 캠프측 관계자는 “지역에서 총리가 나온다는 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냐”면서 “반대한 사람과 찬성한 사람의 차이가 적은 것은 반대 여론이 그만큼 높다는 것 아니겠냐”고 다른 분석을 내놨다. 그는 “초반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리가 10%내외 앞서는 것으로 보도됐고, 선거전에 들어가면서 역동적 이미지와 정책과 비젼 등으로 초반의 강세가 확산되고 있다”며 김 전지사 총리 기용 여부와 관계없이 ‘압승’을 전망했다.
*** 전남, '호남홀대론'들고 민주당 후보 맹추격 **
전남과 제주지사 선거는 당초 열린우리당의 강세가 전망됐었다. 4.15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광주에서는 5석 전부를, 전남에서는 13석 중 7석을, 제주에서는 3석 모두를 가져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남에서는 선거전 초반만 해도 더블 포인트가 뒤처졌던 민주당의 박준영 후보가 열린우리당 민화식 후보를 바짝 따라붙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여권에서 추진 중인 ‘영남발전특위’와 김혁규 전경남지사 총리지명 건이 ‘영남 편애론’ 혹은 ‘호남 홀대론’으로 맞물리면서 박 후보의 추격세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민주당 박준영 후보 캠프의 조성권 비서관은 “인물로는 거뜬히 해낼 수 있는 분이 당세가 약해 고전했지만 지금은 추월했다고 본다”며 역전승을 자신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이 영남특위를 구성한다고 했다가 다시 논의하겠다는 것은 선거만 넘겨보자는 무책임한 발언으로 전남 주민들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며 ‘호남홀대론’을 선거전에 적극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이에 열린우리당 민화식 캠프의 조준식 언론팀장은 “저쪽에서 추격해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우리는 당선을 낙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지역 의원들끼리 모임 만들어 지역 발전을 논의할 수도 있는 것을 민주당에서 당리당략 차원에서 강조하고 있다”며 “‘호남홀대론’에 기대 지역주의를 조장하려는 것”이라고 역공을 폈다.
조 팀장은 “솔직히 저쪽 당에는 미안한 말이지만 민주당은 9석에 불과한 4당인데 여당이 당선돼야 지역사업을 힘 있게 추진하지 않겠나”며 ‘호남홀대론’에 맞서 ‘여당 프리미엄’을 적극 부각할 태세였다.
제주지사 선거는 한나라당 김태환 후보와 열린우리당 진철훈 후보가 팽팽히 맞붙고 있다. 정치적 중립지대라 불리는 제주도에 승기를 꽂기 위해 31일 열린우리당 전현직 당직자들이 총출동해 제주도에서 상임중앙위회의를 열었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2일로 예정됐던 유세를 4일로 변경해 막판 표몰이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양상이다.
*** 중앙당 '네거티브' 대리전 **
선거가 접전으로 치달을수록 중앙당 차원의 기싸움도 치열하다.
2일 한나라당 주요당직자 회의에서는 “열린우리당이 선거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성토가 줄을 이었다. 특히 김덕룡 원내대표는 “어제 제주도 갔더니 제주도에서 열린우리당이 상임중앙위회의 했다고 하고 오늘은 전남에서 한는데 한심스럽기 그지없다”며 “여당이 국가, 안보, 경제 문제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고 오로지 선거에만 집착한다”고 비난했다.
고흥길 사무부총장도 “선거에 전력투구 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이 지역주의 망령을 선거에 이용하고 있다”며 영남특위 설치 문제와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DJ 방문을 거론했다. 고 총장은 “영남에서 이 말, 호남에서 이 말하며 국민을 반쪽으로 갈라놓으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갔다.
이에 열린우리당 김현미 대변인이 “김덕룡 원내대표등 한나라당은 여당이 선거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연일 비난하고 있지만, 정작 여의도에서 사라진 분은 박근혜 대표”라며 논평을 통한 반격에 나섰다. 지난달 24일 신기남 의장이 ‘대(對) 한나라당 비난 논평 자제령’을 대변인단에 내린 바 있기에 이같은 열린우리당의 공세는 6.5 재보선을 앞두고 당내 팽배한 위기의식을 반영한다 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이 부산, 경남에서 전패할 경우 여권에서 김혁규 전지사 총리 지명을 강행할 명분이 약해지고, 여기에다가 우세를 장담했던 전북, 제주를 놓치게 될 경우 정동영 전의장의 사퇴후 의장직을 승계한 신기남 의장 체제에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 정가의 대체적 관측이어서 우리당 지도부들을 한층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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