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개원한 17대 국회는 개원직후부터 청문회식의 국정조사로 한 바탕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여야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자금과 주한미군 철수에 따른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그 시기에는 다소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김덕룡 "공적자금 관리체제 근본 틀 검토"**
지난 27일 감사원은 부실 금융기관 구조조정 목적으로 지원된 공적자금 1조원 이상이 낭비됐다는 공적자금 특별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30일 기자간담회와 31일 상임운영위회의에서 잇달아 공적자금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31일 상임운영위회의에서 "공적자금 관련해 17대에 우선적으로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며 "필요하면 진상파악과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히면서 공적자금 관리 체제의 근본 틀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혁이 시급한 국민연금에 대해서 김 원내대표는 "정부가 땜질식 개정안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하고 국조 추진의사를 밝혔다. 김 대표는 "국민연금은 사회안전망이라는 절대적의미가 있는데, 이게 흔들려 불안해하고 있다"며 "일각에선 국민연금 없애버리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헌법소원도 제기한다고 하는데, 국회 활동을 통해 근본적인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천정배 "선(先)상임위활동 후(後)국정조사"**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3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적자금문제는 매우 중요한 국정현안으로 철저하게 진상을 가리고 문책할 사람이 있으면 문책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고 추진 자체에는 긍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국정조사 시기에 대해서 천 대표는 "개원 후 법사위가 감사원 대한 업무보고를 받고 여야간 협상을 통해 결정하겠다"고 '선(先)상임위활동 후(後)국정조사'를 주장했다.
***이종걸-남경필 '외교안보 국조 공감'**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에 따른 주한미군 감축 문제 등 외교 안보 분야에 대한 국정조사도 추진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31일 CBS뉴스레이다에 열린우리당 이종걸 수석부대표와 함께 출연해 ▲한미간의 외교 불안으로 인한 안보의 우려 ▲한미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사실 은폐 의혹 등을 지적하며 국정조사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이종걸 수석부대표는 "국정조사에 관해서는 어떤 것이든지 국정 질서에 관해 우리가 알고 검토해 봐야 되겠고, 무조건 안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추진 의사에는 공감대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 수석부대표는 "다만 안보라는 것은 국가 고유의 상황이고 이것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해야 하는데, 모든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알려지는 것이 적절치 않은 경우에는 일부 국정 질서 내에 있는 사람들이 그것을 한 테이블에서 공유하고, 풀어나가야 한다"며 "정부 내에서 비공개로 이뤄지는 방법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남 수석부대표는 "이라크 파병 문제를 비롯해 주한 미군 감축 문제, 한미동맹의 문제는 정책 입안자 몇 명의 관심이 아니다"라며 "한반도 평화와 민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것을 국민들 앞에 소상히 알리고 이해를 구해야 하고, 지금까지 벌어졌던 오류나 은폐 등을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청문회, 국정 수사를 통해 국민 앞에 낱낱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그는 "기밀 사항은 오히려 한나라당 입장에서도 더 밝히자고 안 할 것"이라고 이 부대표를 안심시켰다.
실체에 대한 규명보다는 여야간 정쟁의 장으로 활용됐던 국정조사가 17대 정치권에선 달라질지 주목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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