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옥인동이 소란스럽다. 한나라당 이회장 전 총재의 자택인 옥인동 앞에는 지난 7일 이 전총재의 최측근인 서정우 변호사가 긴급체포되면서 엄청난 규모의 불법 대선자금 내역이 속속 드러나자, 이 전총재 측근들이 속속 집결하고 보도진이 몰려드는 등 이 전총재의 대응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회창, 지난 두달간 지옥같은 생활"**
이 전총재를 만나고 나온 측근들은 한결같이 이 전총재의 현재 심정이 침통하다고 전했다.
주진우 의원은 "지난 8일 총선 불출마 뜻을 전하려고 전화했더니 이 전총재의 목소리가 침울했고, 눈물까지 묻어나더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소장도 "이 전총재가 최돈웅 의원 사건 이후로 두 달간 지옥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전총재는 측근들과 빈번히 접촉하면서 '반격'까지 생각하고 있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9일에도 측근인 이종구 전 특보와 이 전총재의 핵심브레인이었던 유승민 전 여의도연구소장 등 핵심측근들이 잇따라 옥인동 자택을 방문해 이 전총재와 대책을 중점 논의했다.
***이회창, '반격' 검토하면서 장고 돌입**
이들은 이날 이 전총재의 대응방식 및 입장표명 시기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때 일각에서는 이 전총재가 금주 안에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지만, 측근들은 내주께에 중간발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검찰 수사 발표를 지켜본 뒤 입장표명의 방법과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해 이 전총재가 당분간 검찰수사 및 여론추이를 지켜볼 것임을 시사했다.
유 전 소장은 9일 이 전총재 방문 직후 조선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이 전총재가) 다 던지고 총재께서 (감옥에) 들어가서 '대통령 당신은 정말 깨끗한 선거를 했는가'라고 단도직입적으로 각을 세우는 것이 맞는지, 모든 것을 감내하며 죽는 것이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해, 이 전총재와 측근들이 노무현대통령에 대한 '반격'까지도 검토했음을 시사했다.
유 전 소장은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재차 반격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우리가 딱 결정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아직 없다"고 말해 아직 구체적 대응방식은 확정짓지 못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하게 되면 한번에 한다"며 "검찰에서 다른 소리 할 수 없게, '거짓말이 나오지 못할 정도로 단 한번에 한다"고 밝혀, 검찰수사가 나오면 입장 표명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종구 전 특보도 "현재의 검찰 수사가 순수하지 않고 정권의 의도가 반영돼 있다는 판단"이라며 "금년내 수사를 매듭짓지 않고 내년 총선때까지 끌고 갈 것이기 때문에 이 총재가 지금 나서는 것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만드는 시작"이라고 밝혀 이 전 총재의 조속한 입장표명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유승민 "일 터지면 자기들 살 구멍부터 찾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가 '장고'에 들어갈수록 더욱 곤혹스러워지는 쪽은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은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어떻게든 불법 대선자금 문제를 털고 갔으면 좋겠다는 입장이고, 이에 당내에선 이회창 전총재가 빨리 나서 책임져야 한다는 '이회창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대선때 일선에 있지 않았던 최병렬 현지도부는 이같은 바람이 크다.
그러나 이 전총재의 측근과 서청원 전 대표 등 구주류는 이같은 당내 분위기와 당 지도부의 미온적 대응에 대한 불만이 크다.
유승민 전 소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내의 '이회창 책임론'과 관련,"그런 말 하는 사람들은 과연 그 돈 한푼도 쓴 적 없겠냐"며 "일 터지면 자기들 살 구멍부터 찾는 것이 한나라당"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이 '대선자금 대 측근비리'가 아니라, '대선자금 대 대선자금'의 문제로 풀어가야 했다며 당 지도부의 대응방식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이 자기 입으로 수십억 얼마하고 실토했는데도, 그걸 물고 늘어지지 않고 왜 이렇게 끌고 오는지 모르겠다"며 "여론이 검찰 잘하고 있다니까 그것 하나 공격 못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한나라당, 당내 지도부간 갈등 양상**
서청원 전대표 등 구주류의 불만도 대단해, 정가에서는 구주류와 신주류간 갈등과 대립 양상이 분당사태로까지 치닫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서청원 전 대표는 9일 의원총회에서 "썬앤문 사건이 4월에 불거졌는데 이제 와 95억에 대해서는 수사 안하고 2억으로 우리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고 가는 것에 대해서 분노를 느낀다"며 검찰수사를 비판한 뒤, 불공정한 검찰 수사에 미숙하게 대응하고 있는 당 지도부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서 의원은 "정치개혁이란 이름에 의해 우리는 매번 끌려갔고, 결국은 이렇게 됐다"며 "이런 것은 야당이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해, 당 지도부에 대여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말 것을 주문했다.
서 의원은 "당이 이 시점에서 단합해서 가야 하는데, 50% 물갈이나 누구는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불과 몇 명이 이 당을 재단하려 하고 사당화하려고 하면 안된다"고 노골적으로 최병렬대표를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당을 '새로운 비상체제'로 꾸려가야 한다"며 사실상 당 해체후 재창당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대표는 "도대체 누가 당 해체를 얘기하느냐. 재창당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당해체론자는 반당(反黨)분자인만큼 그런 사람을 공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강력히 맞받아, 앞으로 불법 대선자금 문제를 둘러싸고 한나라당이 심각한 내홍에 휩싸일 것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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