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로 단식 4일째를 맞은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여전히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단식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최 대표의 단식과는 별개로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특검 재의결을 당론으로 내세운 조순형 민주당 대표가 선출된 것을 계기로, 내주 국회에 등원해 특검법을 재의하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어 내주중 국회 정상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12월1일 대화 가동**
박관용 국회의장 초청 형식으로 내주초인 오는 12월1일 4당총무가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또한 새로 민주당을 책임맡은 조순형 대표도 이날 상견례차 4당을 방문, 각당 대표와 만날 예정이다.
정가에서는 이같은 연쇄접촉을 계기로 내주중 한나라당이 특검 재의에 동의하면서 국회가 정상화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많다. 이런 관측을 가능케 한 것은 민주당 새 대표로 꼽힌 조순형 대표가 대표 경선과정에 특검 재의결을 당론으로 정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60석의 의석을 갖고 있는 제2당인 민주당이 찬성 당론을 확정하기만 한다면 일부의 이탈 표가 있더라도 재의결은 무난할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계산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행정수도 이전이 부결되면서 사이가 뒤틀어진 자민련과 물밑협상을 통해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다시 다룬다는 카드를 내세워, 자민련이 재의결에 당론으로 동참해줄 것으로 요구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회마비가 계속될 경우 내년도 예산안과 1천2백건에 육박하는 법안 처리가 불가능해지면서 모든 비판이 자당에게 쏟아질 것을 우려, 내심 국회 정상화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양상이다.
***재의결이 한나라 주된 기류**
한나라당의 홍사덕 원내총무는 이에 앞서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의 장에서 벌어진 일은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자민련의 당론을 알고 싶다”고 밝혀 자민련의 협조가 이뤄질 경우 재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바 있다.
지난 26일 의총에서부터 지도부의 강경노선을 강하게 비난해온 소장파들도 재의결에 적극적이다. 원희룡 의원은 의총에서 “대통령을 보고 정치하지 말고, 국민을 보고 정치해야 한다”며 “재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소장파 의원들은 당내 분란으로 비쳐지는 것을 우려해 대외적으로 목소리를 아끼고 있지만, 하루빨리 재의를 받아들여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의원도 지난 27일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민주당과의 공조가 확실하다면 재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한 바 있다. 이는 강경파로 분류되는 의원들조차 상당수 재의에 대한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해, 재의 요구가 당내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이재오 사무총장 정도가 강경 투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 총장도 당내에서 재의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음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 총장은 28일 저녁에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표가 단식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언제까지 국회에 불참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진 의원들이 있다”며 “이들이 타당과 협상해서 재의에 붙이자는 요구를 하는 것이 사실이다”며 재의가 주류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시인했다.
***최병렬 대표 단식은 계속될듯**
하지만 한나라당이 재의에 응하더라도 이와 별개로 최병렬 대표의 단식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 대표는 지난 26일 단식에 돌입하며 “단지 거부권 철회만을 목표로 단식하는 것이 아니다”며 “국정의 일대 쇄신을 요구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재의 추진으로 인한 특검법 통과만으로는 단식 중단의 명분이 약하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최 대표 단식이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에 대한 견제성격도 강하게 띄고 있어, 검찰 수사중간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다. 최대표는 현재 주요 대기업과 한나라당 비밀계좌, 이회창 종친회 등에 대해 광범위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이 한나라당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결과를 발표할 경우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최대표가 검찰 수사결과를 희석시키기 위해서라도 상당 기간 단식을 계속하지 않겠느냐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아울러 최대표는 이번 단식을 통해 그동안 크게 흔들려온 당내 리더십을 강화하는 한편, 검찰 수사결과 발표시 예견되는 당내 분란 가능성을 최소화한다는 목적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단식을 쉽게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국 한나라당은 국회 등원을 통한 특검법 재의 추진과 최병렬 대표의 단식을 병행하는 것으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로 상실한 정국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게 아니냐는 게 정가의 지배적 분석이다. 하지만 이같은 한나라당 계산이 얼마나 적중할지는 검찰의 수사결과에 달려있는만큼 내주에 핵심 기업인 소환조사를 분기점으로 수사의 큰 틀이 잡힐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발표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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