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열린우리당 김원기 의장과 김근태 원내대표가 단식 3일째인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를 위로 방문했다. 하지만 이날 만남에서 김 의장은 “단식을 풀고 대화를 하자”고 말했고 최 대표는 “대통령이 거부권 철회를 먼저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여전히 서로의 입장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김원기 “단식 풀고 대화하자”**
단식 사흘째인 이날 최 대표의 말소리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최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나라가 이렇게 되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어차피 3분의 2 넘어서 통과된 것을 비토없이 통과시켜야지”라며 종전 주장을 되풀이 했다.
김 의장은 이에“제일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며 “우선 최 대표가 단식을 푸시고, 대화하면서 해나가야 한다”고 단식 중단을 권유했다. 그는 “우리하고도 대화하고, 대통령과도 대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진지하게 상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제일 쉽고 좋은 방법은 대통령이 거부를 철회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에게 전해달라”고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최병렬 “대통령에게 철회하도록 요구해달라”**
김근태 대표는 “어제(27일) 재신임 국민투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오늘 의총에서 논의가 있었다”며 “이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전향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취지로 홍 총무와도 대화를 할 생각”이라고 말해 대화 의지를 밝혔다. 김 대표는 “국민이 제일 바라는 것은 정치개혁”이라고 말하자, 최 대표는 끄덕거리며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 대표는 “빨리 대통령에게 철회하도록 해달라”고 재차 요구했고, 이에 김원기 의장은 “동시 방향적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김 의장은 “예전에 김대중 전대통령이 국가보안법으로 기소되어 수사를 받을 때도, 여야가 대화를 했었다”며 “제1당 지도자가 단식 철회하고 대화하도록 주변 사람들이 좀 말려 달라”며 자리에 있던 홍사덕 총무와 이강두 정책위의장 등에게 말했다.
***홍사덕, 김근태 만나 타협 가능성 시사**
김근태 원내대표는 최 대표를 만난 직후 홍사덕 총무와 별도로 만나 환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홍 총무는 “언제라도 빠른 시일 내에 청와대로 가서 대통령을 만나 달라”며 김 대표에게 부탁했고, 이에 김 대표는 “우리는 정치적 여당에 지나지 않아 대통령을 잘 만나지 못한다”고 농담으로 답했다.
홍 총무는 “대통령이 최근 왕성하게 유머감각이 살아나는 것이 상황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것 아닌가”며 “이런 상황에서 저런 유머를 할 수 있냐며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난 25일 노무현 대통령의 ‘개와 고양이’ 발언을 문제 삼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대통령에게 얘기를 한번 해보겠다”고 답하면서도 “오늘 의총에서 의원들의 권유로 이 자리에 무거운 마음으로 왔다. 돌파구를 제시해야 되는데 바로 만들 수도 없다”고 타협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우리 입장에서는 국회 과반수가 넘은 한나라당이 해결을 위해 조건 없이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홍 선배가 역할을 해주면 우리도 그에 걸맞는 반응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타협의 의지를 나타냈다.
이에 홍 총무는 “인식에 대한 미세한 변화라도 기대할 수 있어 너무 고맙다”고 화답하면서도 “단풍나무 잎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뿌리가 흔들리면 뿌리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홍사덕 “정치의 장에서 벌어난 일은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최병렬 대표가 단식을 통해 대통령의 거부권 철회를 요구하는 와중에 한나라당 한편에서는 재의를 수용하고 통과시키자는 방안도 제기돼 주목된다.
이날 오전에 홍사덕 총무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민주당은 새 지도부가 들어서더라도 기존의 당론이 승계될 것”이라며 “다만 거부권 행사가 국회 본능과 삼권분립을 훼손한 것이 아닌가에 대한 자민련의 입장을 절실히 알고 싶다”고 밝혔다.
홍 총무는 “지난 특검 처리할 때는 총무의 합의와 의원 개개인의 설득 등, 정치력으로 했다”고 하며 “이번에도 자민련의 입장을 알아야 정치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시급하고 절실하게 자민련의 입장을 알고 싶다”고 거듭 밝혔다.
한나라당이 대통령의 거부권 철회를 주장하는 가운데, 이날 홍 총무의 ‘정치적 해결’ 발언은 재의 통과 가능성이 보인다면 재의를 수용하고 야 3당 공조를 통해 특검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특히 홍 총무가 이날 자민련에 대해 집중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것은, 이날 대표경선을 치루는 민주당에서 '재결의 통과'를 당론으로 내걸고 있는 조순형 의원이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자민련의 협조만 얻어내면 재결의가 무난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홍 총무도 재의 수용을 시사하는 것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정치의 장에서 벌어난 일은 정치로 해결해야 한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한 뒤 “특검철회를 요구하는데, 4개 정당에서 3개 정당이 거부권 행사가 부당하다고 하면, 대통령은 당연히 거부권을 철회해야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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