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총선 전에 개헌 논의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논란이 일자 "당 차원의 논의는 없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서, 최대표가 '분권형 개헌'을 놓고 치고빠지기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최 대표, "내년 1~2월에는 개인 차원에서 개헌 논의 가능"**
최 대표는 14일 오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년 1월경에 개헌이 가능하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내년 1,2월이면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라든지 국회제도 바꾸고 하는 것이 끝날 것인 만큼 그때 가서 (개헌문제를) 개인적인 차원에서 논의하는 것은 괜찮다”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그러나 “제일 좋은 것은 총선에서 우리가 이긴 후에, 국민들에게 다음 대선이 이대로 괜찮은지 물어보는 것”이라며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 분명한 것 밝히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고 이런 일을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개혁하는 것 외에 다른 얘기를 하는 것은 (정치인의) 도리가 아니다. 아무리 옳은 주장이라도 때와 상황에 맞지 않으면 오해를 뒤집어쓰게 된다"고 한걸음 발을 뺐다.
하지만 이같은 발언은 최 대표가 겉으로는 시기상의 이유를 들어 개헌론을 진화하는 척 하면서, 개인의 소신 발언을 통해 총선 전에 개헌론의 불씨를 지피려는 ‘이중 플레이’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은진수 수석부대변인은 최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최 대표의 진의를 확인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은 부대변인은 "최 대표는 지난 12일 당 중진의원 3명과 만난자리에서도 한 의원이 본인의 소신인 책임 총리제와 분권형 대통령제 요구를 언론에 발표하겠다고 하자 최 대표가 말렸다"며 최대표의‘개인 차원의 논의’라는 발언은 “의원들의 소신 발언을 내가 막을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고 최대표가 해명했다고 전했다.
계속해서 최 대표는 “개인 차원에서 말하는 것은 말릴 수 없지만, 당 공식적인 차원에서 논의하거나 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라고 총선 전 개헌 논의 가능성을 못 박았다고 은 부대변인은 전했다.
***한나라당, 분권형 개헌에 공감대 형성**
하지만 정치권에서 최대표 발언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다르다.
최 대표가 13일 저녁 KBS TV토론회에서도 “당내에서 많은 분들이 총선은 공영제를 통해 감시를 철저히 하면 돈안드는 선거가 가능하지만 대선은 아무리 해도 똑같은 일이 또 벌어지니 정치개혁 차원에서 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는게 어떠냐는 의견이 많다”고 개헌론에 대한 당내 공감대가 확산되어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홍준표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주요당직자 비대위 연석회의에서 “현재로서 개헌이 되기 위해선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비리가 드러나 더 이상 대통령을 못할 상황이 돼야 가능하다”며 “대통령이 먼저 개헌을 하겠다고 하고 개헌일정을 발표하면 중대선거구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 개헌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요컨대 최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단지 '시기'를 가늠하고 있을뿐, 노대통령의 권한 축소를 의미하는 분권형 개헌에 내심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게 정가의 일반적 관측이다.
***열린우리당 “개헌론은 여론 호도용”**
당연히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전에 열린 의총에서 개헌론은 ‘여론 호도용’이라고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김원기 공동 의장은 “대선자금의 엄청난 사실들이 날마다 폭로돼 국민들이 분개하고 있는데도 한나라당이 수사에 협조는 않고 개헌론을 들고 나왔다”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고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집단의 견해는 때가 있다"고 전제, "한나라당이 대선자금 비리로 본격적인 수사를 받고 있는 이 때에 분권형 대통령제란 엉뚱한 문제를 제기한다고 해도 국민의 관심이 부정부패에서 딴 데로 옮겨가지 않는다"며 "한나라당은 가당치 않은 허망한 생각을 버리고 차제에 정치권의 오랜 부패구조가 말끔히 청산될 수 있도록 협력하는 마음의 자세부터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계속해서 “민주당도 한나라당 주장에 동조하고 나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민주당에 대한 공세도 계속해, 민주당과의 차별화에 힘쓰는 모습을 보였다.
김근태 원내대표도 "한나라당이 불장난을 시작했다"며 "한동안은 파천황적인 정치개혁을 하자고 주장하다가 이번에 개헌론을 들고 나온 것은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국민의 열정을 딴 데로 돌리려는 카멜레온식 정치수법"이라고 한나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러는 사이 재정담당 실무자 두 사람과 최돈웅 의원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며 "마피아 조직원이 수훈을 세우고 조직보스의 보호를 받아 사라지는 모습"이라고 결국 한나라당의 개헌론은 대선자금에 대한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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