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은 24일 의원총회에서 성명을 낭독,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비자금이 당으로 유입되었음을 공식 시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병렬 대표는 검찰의 계좌추적을 용납하지 못하겠다며 강력반발하고 나서, 여론의 빈축을 사고 있다.
***최돈웅, "부인할 수 없는 증거 나와 시인"**
최 의원은 먼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에 "당 재정위원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SK문제가 생겼다"며 비자금을 개인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대선자금은 정치적인 사안이라 생각해 이 문제에 대해 끝까지 함구하려 노력했으나, 검찰에서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나와 3차 소환에서 시인했다"라고 밝혔다. 증거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온갖 억측 보도가 나가고 있다"면서 "SK에서 받은 자금 전액을 당에 전달했다고 밝힐 수밖에 없는 입장이고 4차 소환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미리 밝히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순봉, "하루에 2천만원 필요했다"**
하순봉 의원은 성명을 발표하고 "때로는 당직을 맡으면 기업인이나 여러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부탁하지 않아도 도와준다는 사람도 있고, 영수증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당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려면 하루에 2천만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선거 때 여러 사람이 돈을 쓰기 때문에 전체 규모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일부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대선 자금 공개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다.
그는 이어 "선거가 끝나면 이긴 사람은 진 사람에게 위로와 격려를 하는 것이고 그것이 우리 헌정사 50년 동안의 관례"라며 "잘못이 있다면 3백만 한나라당 전 당원의 잘못"이라며 노무현 정부가 더이상 이를 문제삼지 말기를 희망했다.
그러면서도 하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선거가 끝난 뒤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자금을 10만원 수표까지 수사했다"며 "야당이 덩치만 컸지 무슨 힘이 있냐"고 정부가 야당탄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평한 수사를 강조하면서 "최도술 11억, 이상수 25억, 한나라 1백억 이렇게 묶어서 재신임 정국으로 몰아붙이는 것이다"며"이는 권력과 칼을 쥔 노의 전략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 대책과 관련해서도 "지도부에 일임해야 한다"며 "정정당당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홍사덕 "승자가 패자에게 시비 걸어선 안돼"**
홍사덕 원내총무는 의원총회 개회 발언에서 "역대 대통령 선거 끝난 다음 승자가 패자에게 법의 이름으로 돈 문제를 시비건 적 없다"며 "여야 간에 선관위에 신고하는 것 이외에 불가피하게 쓰는 자금이 있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불거졌던 최도술이나 이원호의 50억 등 여당측의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단 한번에 수사도 없이 가는 것은 유감"이라며 "공정하지 않은 법의 집행은 폭력이고 전형적인 야당 탄압이다"라고 검찰을 압박했다.
***최병렬, "검찰 계좌추적 용납 못해"**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도 하 의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하 의원의 말에 모든 해결 방안이 다 있다"고 말해 대선자금을 공개할 생각이 없고, 다른 당에 대한 수사도 촉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최 대표는 계좌추적과 관련해서도 검찰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SK수사가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서는 선의라고 생각하지만, 계좌추적은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야당 선거자금 전체에 대해 추적하는 것으로 보고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이것은 명백한 야당탄압"이라고 주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SK사건에 대해서는 당당히 조사받을 것이지만, 당 계좌추적을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소장파의 대선자금 공개 요구와 관련,"당내에서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민주주의 과정의 진통이라고"전제한 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여러 목소리가 나가서는 안된다"며 "의견이 있다면 당대표인 나에게 직접 얘기해 달라"고 의원들의 신중한 처사를 주문했다.
최 대표는 26일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서 할 얘기가 "단단히 준비되어 있다"며 이번 수사에 대해 대통령에게 강한 항의를 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고 "다음 주 부터 당은 비상체제로 돌입한다"고 말해 이번 사건에 대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검찰, 원칙대로 계좌추적**
하지만 이같은 최대표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수부(안대희 검사장)는 24일 한나라당의 선대위 핵심인사들과 재정국 간부들이 깊숙이 관여한 정황을 포착, 소환 대상 선별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계좌추적 작업을 추진키로 했다.
검찰은 최 의원이 100억원을 수수하기 한달 전인 작년 10월께 중앙당 차원의 후원금 모금 계획이 섰고, 최 의원은 그 계획에 따라 SK를 포함, 20∼30곳에 전화를 걸어 후원금 지원 협조를 요청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대선때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당 재정관계를 총괄했던 김영일 의원과 이재현 당시 재정국장에 대해 우선 소환조사를 벌이기로 방침을 굳히고 소환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이날 최 의원을 비공개로 재소환, 김영일 의원 등 대선 당시 선대위 지도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 지 등을 집중 추궁하는 한편 대선 시기 당 재정국 계좌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제한적 계좌추적에 실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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