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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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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인종차별

김시원의 뉴질랜드 이민일기 <21>

10년 전 우리가 이민오고 그 다음 두 해 동안 뉴질랜드에 이민이 쏟아져 들어왔다, 한국 뿐 아니라 대만 홍콩에서도. 1997년 홍콩의 중국 이양을 앞두고 불안함을 느끼는 홍콩 사람들이 오클랜드의 한 쪽 부분을 거의 차지할 정도로 한 두 해 사이에 아시아인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적이 있다. 그러면서 당연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어느 고등학교에서 키위 아이들과 한국 아이들이 패싸움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그 때 마오리 아이들이 같은 유색인종인 한국 아이들 편을 들지 않고 키위 아이들 편을 들더라는 말도 들었다.

우리 아이가 운전할 나이(15살)가 되어 중고차를 하나 사야 할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 1천불에서 2천불 사이의 차를 사야 한다고 우기면서 설명한 이유가 있다. 아이들이 동양인들은 무조건 부자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자기는 그렇지 않다고 해도 아이들이 믿지 않는다고 한다, 자기 친한 친구들을 빼놓고는. 친구들은 우리 집에 늘 들락거리니까 우리 집이 부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만일 자기가 그 이상 가는 차를 타면 아이들이 자기가 거짓말한다고 생각할 거라는 게 우리 아이의 이유였다.

우리가 처음 왔을 때 3년된 중고차를 샀는데, 우리 동네에서 거의 새 차에 가까왔다. 그런 환경 속에서 이민온 동양 사람들이 벤츠와 BMW를 몰고 다니고 비자 카드 골드를 내밀며 영주권자에게도 혜택을 주는 사회복지금을 타는 일에 이곳 사람들이 기분나빠한다는 말이 들렸다. 같은 동급생이 자기 아버지 차보다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이 나라 아이들은 곱게 봐 주지를 못했다.

이런 분위기를 한 국회의원이 부추기며 이용했고 그 국회의원은 인기를 얻어 대표비례제를 택한 그 다음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는 기회를 잡았다. 그 때 나는 이러다 호주의 백호주의처럼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 하는 염려를 속으로 했다. 이런 게 남의 나라 사는 댓가로 치르는 불안감이구나 하면서. 한 편으로는 이런 느낌을 경상도 사람, 전라도 사람이 느끼는 불안감과 비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 분위기도 일년이 못 가 사라져버렸지만 그 때에도 실제로 인종차별을 당한다고 심각하게 느낀 적이 내 개인적으로는 없다. 주변에서 인종차별한다고 듣는 이야기도 생각하기 나름으로 이곳에서 다시 대학교를 다닌 남편이 들려준 이야기 하나, 어떤 교수를 한국 학생들은 인종차별주의자라고 하는데, 한국 학생들을 무시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인사를 해도 잘 받지를 않고. 그러나 남편은 그 교수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성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겉으로는 사람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단 잘 알게 되면 무척 친절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기하고는 아주 잘 지낸다고 하면서.

우리가 서양 사람은 다 활달하다고 생각하는 게 착각이었음을 교회 가족 캠프에서도 느꼈다. 인간관계에 대한 세미나를 하고 자기 성격을 평가하는 테스트를 했는데, 절반 이상이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자기 스스로도 그렇게들 느끼고. 그 결과를 보고 세미나 강사 하는 말, 그 캠프 참석자만 그런 것이 아니고 뉴질랜드인 절반 이상이 내성적인 성격이라나. 그래서 그런지 서양에서는 길에서도 누구나 보면 하이 한다고 들었던 것과는 너무 다르게 내가 먼저 하이 하는 경우가 꽤 된다. 그러니까 이 나라에도 활달한 사람, 내성적인 사람, 잘난체 하는 사람, 수줍어하는 사람, 친절한 사람, 못되게 구는 사람, 우리나라에 있는 사람들의 모든 성격을 이곳에서도 다 만날 수 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

내가 공정하게 대우를 받는지, 그래서 나도 남들을 공정하게 대우하는지, 공정하게 생각하는지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가끔 기분 나쁜 일이 있더라도 사람 사는 곳은 다 같다고 생각할 수 있고 내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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