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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협회는 ‘편파 왜곡 보도'에도 상을 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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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기자협회는 ‘편파 왜곡 보도'에도 상을 주는가

<주장> 중앙일보 '지금은 노조시대'의 '이달의 기자상' 수상에 반대하며

한국기자협회가 중앙일보의 기획시리즈 <지금은 노조시대>를 5월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 선정한 데 대해 전국언론노조 양문석 정책전문위원이 반박글을 보내 왔다. 이 시리즈는 해당 노조로부터 언론중재위에 제소당하는 등 기사의 공신력과 객관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기자상 수상작으로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언론노조는 26일 11시30분 프레스센터 19층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장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파업 등 노동문제가 첨예한 사회문제가 떠오르면서 노동문제에 대한 언론의 공정한 보도가 요구되고 있다. 언론의 노동관련 보도를 점검하는 의미에서 이 글을 싣는다. 편집자

***기자협회는'편파 왜곡 보도'에도 상을 주는가**

'언론개혁 신문개혁을 외치며 빗속 거리에 서있는 언론노동자들에게 심사위원단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6월 25일 발행된 기자협회보 4면에 실린 "'이달의 기자상' 유감"은 중앙일보의 <지금은 노조시대>가 5월의 기자상 기획보도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데 대해 이렇게 통탄했다.

누가 중앙일보의 <지금은 노조시대>에게 상을 주었는가. 그것은 다름아닌 한국기자협회(회장 이상기)다. 기협 홈페이지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이달의 기자상이란?
한국기자협회는 지난 90년 9월부터 전국회원을 대상으로 신문ㆍ방송ㆍ통신에 게재된 기사 중 가장 좋은 기사를 가려내 매월 1회 수여하는 상입니다. 이달의 기자상은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기자 사회에 적극적ㆍ긍정적 자극을 제공하는 촉매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기사,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상, 기자 사회에 자극을 제공하고 촉매 역할을 담당하는 기사가 이달의 기자상이 갖는 의미라고 밝힌다. 이런 의미를 가진 기자협회의 '5월의 기자상 기획보도부문'에 선정된 중앙일보의 <지금은 노조시대>는 전국금속노조와 두산중공업 박방주 지회장으로부터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당해 5월 29일 반론보도문을 실어야 했다. 그리고 5월 9일 방영된 MBC '미디어비평'으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았다. 중앙일보측은 해괴한 논리로 MBC '미디어비평'을 재비판하기도 했다.

***지방노동청 2번 찾아간 것이'툭하면 정부 찾아가 매달려'로**

먼저, 중앙일보 5월 2일자 13면 기사에 대한 박방주 두산중공업 지회장의 '반론보도문'(중앙일보 5월 29일자 게재) 내용이다.

#첫째, "툭하면 정부 당국자를 찾아가 회사에 압력을 가해달라고 매달렸다"고 임원이 주장했다고 보도하고 있으나, 노조는 창원지방노동사무소와 부산지방노동청을 각 1회 방문해 '노동부 중재 하에 노사 합의가 이루어졌으므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다해 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있다.

둘째, 4월 21일 금속노조의 정기회의에 참석한 사실은 있으나 그 자리에서 3월 12일자 두산중공업 노사 합의와 관련한 사항을 논의한 바 없다.
.
셋째, 이전부터 회사에서 노조에 승용차를 제공하고 있으나 차량유지비는 노조에서 충당하고 있으며, 지회장은 같은 직급의 관리직과 동일한 수준의 수당을 받고 있고, 노조지회장이 된 이후 추가로 인상된 급여를 받은 사실이 없다.

본지가 시리즈로 게재하는 '지금은 노조시대'와 관련, 지난 5월 2일자 '투쟁이냐 교섭이냐'제하의 기사 중 "평화선언이라도 하고 회사 살리기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은 사실이 없고, "상급단체에서 징계한다고 해 할 수 없다"는 대답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박방주 두산중공업 지회장과 금속노조가 알려왔습니다.#

언론의 가장 기본은 사실(facts)확인이다. 한데 <지금은 노조시대>는 이런 사실확인이라는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던 기사이고, 그것도 상당히 악의적인 왜곡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준 이하의 기사이다. 창원지방노동사무소와 부산지방노동청에 각각 1번씩 찾았는데, 중앙일보는 이런 경우를 두고 '툭하면 정부 당국자를 찾아가 매달린다'고 하는 모양이다.

***'79% 찬성'을'별 관심 없다'로**

또한 금속노조의 반론은 다음과 같다.

#두산중공업 분규시 '무노동 무임금'원칙이 무너졌다고 보도한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 회사는 합법 파업 때 적용할 수 없는 무단결근 처리를 불법으로 한 바 있으며, 이에 대해 노사가 합의문에서 파업기간 중에 무단결근 처리로 인해 발생한 순 손실분의 50%를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지난해 6월 두산중공업 분규의 폭력사태 원인은 사측의 용역경비 동원으로 빚어진 우발적 사고였다.

한편 일선 조합원이 중앙교섭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고 보도했으나 지난 4월 30일 대의원대회에서 전 대의원의 79%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중앙교섭을 통과, 대다수의 노조원이 중앙교섭에 대해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것 또한 사실확인이 전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악의적으로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공격하기 위한 보도'였음을 드러내고 있다. 79%의 찬성이 '별 관심 없다'면 중앙일보가 '관심있다'로 보는 수치는 몇%인지 궁금하다.

***익명의 인용문중 사측에 유리한 내용이 84%**

5월 2일부터 7일일까지 진행된 <지금은 노조시대>만 분석하더라도 사실확인도 하지 않은 보도 그 이상으로 심각한 보도의 문제점을 나타낸다.

이 기간동안 91개의 인용문을 사용하였는데, 그 중 무려 67건 즉 73.6%가 실명을 제시하지 않은 익명의 인용문이다. 그리고 사측에 유리한 인용문이 50건 즉 54.9%인 반면 사측에 불리한 인용문은 7건 즉 7.7%에 불과하다. 그리고 더 심각한 것은 익명으로 처리된 인용문 중 무려 42건 즉 84%가 사측에 유리한 인용문이었고 사측에 불리한 익명의 인용문은 단 4건에 불과했다.

***기사의 공신력보다 취재원 보호가 더 중요하다?**

다음으로 MBC 미디어비평에 대한 중앙일보의 반론문 중 '해괴한 논리' 하나를 소개한다. MBC 미디어비평이 5월9일 '뉴스초점'으로 이 기획기사를 비판하자 중앙일보는 5월14일자 "MBC '미디어비평'에 할 말 있다"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친다.

#MBC는 지난 9일밤 방영된 미디어비평에서 본지가 2일부터 연재중인 '지금은 노조시대'를 문제삼았다. 근거없이 트집잡는 내용이 많았고 음모적 시각으로 본지의 명예를 훼손하기도 했다.…MBC는 본 시리즈의 "70%가 넘는 인용문이 익명으로 처리됐다"는 점을 들어 "기사의 공신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물론 MBC의 주장처럼 기사 중 인용문은 이름을 밝히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취재원 보호는 그보다 더 우선해야 할 기자의 의무다.#

길 가는 기자를 붙들고 기사의 공신력이 중요한지 취재원 보호가 더 중요한지를 물어보면 가볍게 대답하는 자는 기사의 공신력이 더 중요하다고 답할 것이다. 그리고 진지하게 대답하는 자는 기사의 공신력과 취재원 보호는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고 답할 것이다. 중앙일보는 이 둘을 가볍게 비교하면서, 기사의 공신력보다 취재원 보호가 더 중요하다는 '해괴한 논리'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상?**

이런 수준의 기사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상'을 수상했다. 도대체 기자협회는 무슨 근거로 이런 기사를 선정했단 말인가.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소설같은 기사를 쓴 기자에게 상을 주는 기자협회, 기사의 공신력보다 취재원 보호가 더 중요하다고 우기는 취재진이 과연이 이 상을 받는다. 이를 보고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지 기자협회에 묻고 싶다.

심사과정에서 보다 고상하고 권위있는 잣대는 사용할 수 없을지라도 최소한 기자협회의 기관지 정도는 심사위원들이 읽을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 상식이리라. 기자협회의 기관지 기자협회보 5월14일자에는 "중앙 '노조 시리즈' 노동계 반발", 5월21일자에는 "금속노조, 중앙 '노조시대' 정정보도 청구"라는 기사가 실려 있다. 한데 이마저 심사과정에서 참고가 되지 않았다면 이제 누가 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이며 '올해의 기자상'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상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까.

***방일영문화재단으로부터 1억원을 기증받은 기자협회**

기자협회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 직전 날인 12월18일에 조선일보 전 사주이름을 딴 '방일영문화재단'으로부터 1억원을 기증받아 '언론인 재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기자협회에게 무엇을 기대하겠느냐는 비아냥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없는 병증을 지닌 기자협회에게 이런 비판 또한 과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자협회는 그 동안 온갖 어려움을 뚫고 좋은 기사로 상 받은 수 많은 수상자들을 모욕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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