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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김용옥’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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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김용옥’을 비판한다

<김창룡의 미디어비평>

도올 김용옥이 정도의 저널리즘을 부정하며 신문지면을 정제되지 않은 감정배설의 쓰레기장으로 전락시키고 있다.‘사실과 논리’를 중시해야 할 저널리스트가 ‘과장과 감성’을 앞세워 취임 불과 1백일을 갓넘긴 노무현 대통령을 무자비하게 물어뜯고 있다. '도올 김용옥 기자의 시국진단‘이라는 타이틀로 소개된 ’盧대통령, 당신은 통치를 포기하려는가‘(문화일보 6월3일자)’라는 장문의 기사에서 나타난 도올의 기사는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먼저 이 글은 노대통령을 옹호하기 위해서나 도올 김용옥의 지식이나 시국관을 문제삼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의 기인같은 행적이나 박학다식한 면모는 그 나름대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일단 ‘수습기자’의 직함을 들고 언론계에 정식으로 진출했다면 그가 누구든 저널리즘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은 의무사항이다. 저널리즘의 기본은 사실에 충실하는 것이고 칼럼형 의견기사도 정당한 사실에 기초하여 논리를 전개하는 것이다. 여기서 조심해야 하는 것은 과장과 비약, 사실에 대한 독단적 해석, 감정에 치우친 표현 등이다.

그러나 도올은 신문사 기자로 데뷔하기 전, 자신에 대해 비판의 글을 쓴 기자에게 ‘일기장에나 써둠직한 수준이하의 기사로 자신을 공격한다’며 불쾌한 감정을 공중파 방송중에 공공연하게 주장했다. 그런 도올이 똑같은 방식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수준 이하의 기사로 비판하여 독자의 판단을 어지럽히고 있다. 노대통령이 비판받을 것이 있다면 당연히 비판받아야 하지만 그 비판은 타당한 근거와 논리적 표현, 정확한 사실제시 등을 필수요건으로 한다.

먼저 총평을 하자면, ‘노대통령, 당신은 통치를...’기사는 한마디로 기사가 아니다. 도올의 일기장이나 메모장에 그냥 남아있었어야 했다. 그의 주장이 모두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기자가 금기시 해야 할 과장과 비약, 자기감정에 함몰된 감성적 표현, 불과 50일전 노대통령 칭송가를 불렀던 자신이 격렬한 비난자로 돌변한 이유에 대한 설명부재 등의 이유 때문이다. 이런 류의 기사는 신문사 입장에서는 장사가 되겠지만 독자들에게는 혼란을 초래한다. 수습기자도 떼지 못한 도올에게 과분할 정도의 지면을 할애하며 특종의 기회까지 안겨주는 것이 과연 진정으로 독자를 위한 일인지 의문이다.

각론으로 하나씩 살펴보자. 이성과 논리를 부정하며 감성과 선동을 내세워 스스로 기사이기를 포기한 표현들.

“...당신은 통치를 포기하고 있다. 국가를 우습게 알고 국민을 우롱하며 진실성이 의심스러운 말로 위기만을 모면하고 있다.” “대통령 못해먹겠다구? 우리도 국민노릇 못해먹겠다.”

통치방식이 바뀌었거나 통치역량이 부족하면 그런 구체적 사실을 나열하면 된다. 취임 1백일만에 통치를 포기할 그런 대통령은 지구상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 국가를 우습게 알고 국민을 우롱하고 있는가. 불과 1백일 동안 국민은 과연 얼마나 우롱당했다고 이렇게 흥분하는가. 전두환 군사정권시절 한국언론이 집단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군사독재자를 ‘큰바위 얼굴’로 영웅화할 때 그때는 무엇을 하다가 지금 이런 주장을 늘어놓고 있는가. ‘대통령 못해먹겠다고 국민노릇 못해먹겠다’니. 기자가 기본적으로 앞뒤 문맥도 살피지않고 한 부분만 떼어내 자기편의대로 해석해서 과장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런 류의 감정적 표현은 글 전체에 내재돼 있다. 특히 다음 부분에 오면 기사가 아니라 격문을 능가한다.

“...순진을 가장한 미소 속에 당신의 양심이 썩어가고 있는 것이다...당신을 어찌 이 나라의 통치자라 말할 수 있으리오? 당신은 말하리라. 나는 통치자가 아니오. 그러면 나 도올은 말하리라. 당장 대통령을 때려치우시오!“

기자라고 함부로 글을 쓸 수는 없는 법이다. 수필이나 책에 등장하는 글이 아니라 일간 중앙지에 기사로 포장돼 이런 식의 글이 활자화 되는 것을 언론자유로 해석하는 것도 무리다. 자유란 책임과 절제를 전제로 한다. 스스로 언론의 비판을 받고 못 견뎌했던 경험을 공개했던 도올이 이제 기자로 바뀌어 ‘펜을 들었다’고 이렇게 공격하는 것은 그 대상이 누구든 저널리즘에서는 용납할 수 없다.

“나 도올은 수경스님과 문규현 신부와 함께 새만금 갯벌에서 죽으리라! 나는 그 속에 사는 억조 생명들과 함께 기쁘게 죽으리라! 전북도민들이여! 우리 세사람의 시신을 갯벌에 묻고 그 위에 그대들의 저주스러운 유위(有爲)를 건설하시오...”

이쯤 되면 협박이다. 기사를 통해 공개적인 협박을 하는 것이다. 동시에 이는 독자와의 약속을 하는 것임을 잊어도 안된다. 도올이 새만금 개벌에서 죽을지 여부는 세월이 증명해주겠지만 죽음을 자신의 주장의 수단으로 삼았다는 것은 치졸한 짓이다. 일반 기자에게는 죽음을 자기주장의 수단으로 삼는 행위가 불가능하지만 ‘대철학자’ 도올에게는 예외라고? 철학의 세계에서는 가능할지 모르나 ‘진리가 아닌 진실’을 추구하는 저널리즘의 세계에서는 허용될 수 없다.

“국정이 흔들리고 있다. 민생이 풍전등화와도 같은 벼랑길로 치닫고 있다...국가사직이 언어의 홍수속에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대위기가 코앞에 닥쳤는가? 새로운 정부구성과 있을 수 있는 사회혼란에 대해 지나치게 위기감을 조성하는 것은 아닌가. 민주화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회 다양한 이해집단간의 마찰과 갈등은 많은 선진국이 지금도 겪고 있는 사회현상의 하나다. 비판을 하려면 일단 1년 정도는 지켜보고난 뒤에 해야 한다. 그것도 싫다면 문제제기 정도에서 그쳐야 한다. 도올의 기사마저 ‘언어의 홍수’를 구성하는 잡글이 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특검문제와 새만금 문제를 한번 살펴보자. 도올의 주장대로 특검이 그렇게 잘못된 결정으로 예상했다면, 새만금 문제가 그토록 목숨과도 바꿀 정도였다면 왜 여태 침묵하고 있었나. 한국언론의 고질적인 뒷북치기를 도올도 벌써 배워 사용할 정도가 됐다는 것인가. 새만금 문제는 기자가 되기 전의 문제였기 때문에 양보할 수 있지만 특검문제는 기자로 활동할 때 벌어진 결정이었기 때문에 얼마든지 지면에 기사화 할 수 있었다. 그때는 무얼하고 이제와서 ‘입에 거품을 물며’ 과장된 어법으로 대형신문사의 ‘동네북’이 된 ‘노대통령 죽이기’이 합세하고 있는가.

끝으로, 도올은 4월 중순 노무현 정부 취임 50일에 국내 일간지로는 유일하게 단독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사실상 특종을 올렸다. 그때 도올은 노대통령을 향해 ‘그는 大道의 원칙적 인간’이라는 기획기사 시리즈물에서 “...내가 만난 노무현은 너무도 대상(大象)의 인간이었고, 대도(大道)의 인간이었다. 매우 프래그머틱한 관점에서 나의 질문에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는 너무도 진지했고 너무도 원칙적이었다...”이라며 극찬했다. 또한 ‘無爲실현 통한 無不治의 철학확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거듭 노대통령에 대해 깊은 애정과 지지를 표명했다.

“원칙대로 소신대로 굽히지말고 잘 해나가십시오. 노대통령을 사랑하고 지원하는 많은 보이지않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도 노대통령의 정치실험이 우리 민족사의 가치있는 한 전기라고 확신있고...”

노대통령의 정치실험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던 도올이 불과 50여일만에 이처럼 표변한 이유는 기사의 내용으로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저널리스트가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 한 대상을 두고 엇갈린 평가를 내릴 때다. 그것도 큰 변수가 없는 짧은 기간안에 한번은 ‘영웅’으로 한번은 ‘죄인’으로 그 평가가 극과 극을 오간다는 것은 자신의 글에 스스로 신뢰성이 없다는 것을 웅변하는 것이다.

도올이 기자생활을 얼마나 더 지속할지는 본인이 선택할 문제다. 그러나 한국언론계에 반저널리즘적 행태로 구정물을 남기고 갈지 새로운 이정표를 새기고 갈지는 전적으로 그의 행태와 기사내용에 달려있다. 길지 않을 그의 기자생활에서 ‘저널리즘의 기본’을 한번쯤 되돌아 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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