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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무현대통령 대북정책 신랄히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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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북한, 노무현대통령 대북정책 신랄히 비판

조선신보 '한미정상회담을 보는 북측의 실망과 우려'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간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굴욕외교인가, 국익을 고려한 현실적 선택인가에 대한 논란이 국내외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여러 평가가 있겠으나 노 대통령의 방미가 한미관계보다는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은 대체로 일치한다.

노 대통령의 방미가 남북관계에 미칠 부정적인 파장은 20일 평양에서 열린 제5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창련 북측 단장이 "남측이 핵문제요, 추가적인 조치요 하면서 대결방향으로 나간다면 남북관계는 영(零)이 될 것이다. 남쪽에서 헤아릴 수 없는 재난을 당하게 될 것"이라며 엄포성 발언을 한데서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지난 15일 발표된 한미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 대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됐던 북측이 공식 논평 등을 통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가 처음으로 노 대통령의 방미에 대해 섭섭함이 담긴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북측의 엄포성 경고발언의 수위나 남북경협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북측 대표단의 성의있는 접근자세는 과거 대결을 불사하겠다던 북측의 태도와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과연 북측이 한미정상회담을 보는 시각은 어떤 것이며 노무현 정부에 대한 북측의 우려와 실망은 어떤 것일까.

***조선신보 "노 대통령은 한반도위기 고조시킬 미국측 힘의 논리 반박 못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대해 북측의 입장을 충실하게 대변하고 있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20일 '노무현-부시 회담을 보는 시각'이란 '데스크의 눈' 논평기사를 통해 "조선(북한)에 있어서 이번 회담은 핵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입장, 베이징회담에서 맞대던 상대방의 속심을 가늠하는 계기로 됐을 것"이라며 "공동성명은 미국이 조선에 대한 압박을 의연히 유효한 정책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신문은 "일부에는 노무현 정권 출범 후 오해와 갈등을 빚어온 미국과 남조선이 핵문제와 관련하여 '평화적 해결의 원칙'에 합의한 것은 일정한 전진으로 된다는 평가가 있다"며 그러나 "이번 회담의 결과를 '평화'와 '전쟁'의 이분법으로 보는 관점은 미국과 남조선의 입장 차이와 로무현 정권 출범 후 첫 수뇌회담이었다는 점을 주목하는 나머지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조선과 미국은 핵문제해결을 위한 회담을 이미 베이징에서 가졌다. 마침내 마련된 대화의 흐름을 어떻게 타결에로 이끌어 나갈 것인가, 이제는 평화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조치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주장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싱톤에서 발표된 공동성명은 베이징회담에서의 '중국의 역할'을 '환영'했을 뿐 대화당사자인 미국의 차후대응에 대한 언급은 회피했다"는 지적이다.

조선신보는 이어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현 정부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을 삼가해왔던 것과는 달리 "이번 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조선반도의 위기를 격화시킬 수 있는 미국의 힘의 논리를 반박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조심스런 비판의 수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노무현 정부에 대한 섭섭함과 불신이 묻어나온다.

조선신보는 이같은 비판의 배경으로 "원인의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의 책임회피를 못 본 체 한데 있다. 조선의 일방적인 '선핵포기'에 과녁을 집중한다면 남조선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대조선압력에 보조를 맞춘다는 결론밖에 나올 것이 없다"며 "베이징회담 직후 평양에서 진행된 상급회담(장관급회담)에서 북과 남은 '조선반도에 대한 쌍방의 입장을 충분히 협의하고 이 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을 천명한 바 있다. 노무현-부시회담의 결과는 북남사이의 합의내용과 어긋나는 것이었다"는 점을 들었다.

조선신보는 결론으로 "미국은 조선이 제안한 '새롭고 대범한 해결방도'에 대한 명백한 대답을 하여야 한다. 과녁은 거기에 집중돼야 한다"면서 "문제의 핵심을 뒤에 미루거나 몰래 바꾸는 접근법은 미국에 그 무슨 '추가적 조치'를 구체화할 수 있는 시간과 명분을 제공하게 되며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고 강조했다.

전반적인 논조에서 남북관계를 핵문제와 연계시킨 노무현 정부에 대한 섭섭함을 표출하면서도 아직은 일말의 기대감이 남아 있다는 점을 은연중 드러내고 있다. 대신 미국측에 대해서는 북측이 제안한 '새롭고 대담한 해결방도'에 대해 시간을 끌거나 남측을 이용한 우회적 압박전술 등을 사용하지 말고 한시라도 빨리 대화테이블에 나오라고 촉구하고 있다.

***조심스런 북측의 남측 비판과 북미대화 강조**

이같은 분석은 조선신보가 20일 노 대통령의 방미결과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보다 한국내의 언론보도와 전문가 발언을 인용하며 '남조선 각계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방문결과에 실망과 우려'라고 보도한데서도 입증된다. 조선신보는 연합뉴스 등 국내 언론과 전문가 발언을 인용한 관련기사에서 "(한미정상)회담의 결과 발표된 공동성명이 조선반도에서의 위협이 증대한 경우의 '추가적 조치'와 핵문제의 전개상황과 북남사이의 교류협력 연계를 명시한데 대하여 남조선에서는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 간 대통령의 외교가 그 기대에 어긋나는 것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신보는 이에 앞서 지난 17일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16일 미 NBC방송에 출연해 "미국은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선과 직접 대화해야 하며 불가침조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한 발언내용을 스트레이트 기사로 보도하기도 했다. 리처드슨의 발언은 국내 언론들이 거의 보도하지 않은 내용으로 북한이 지금 어디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를 방증한다.

지난 1월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차석대사와 회담을 갖기도 했던 리처드슨 주지사는 이날 방송에서 "우리의 한가지 선택방안은 외교, 접촉이라고 믿는다"면서 "미국은 북한과 직접적으로 대화해야 하며 북이 핵확산, 무기판매, (플루토늄) 재처리를 중단하는 대가로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는데 동의해야 한다. 그런 뒤에 식량, 에너지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한반도 위기의 당사자인 한국 입장에선 한미관계와 남북관계의 중요성중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굴욕외교라는 비판까지 듣고 있는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로 한미관계의 촛불은 재점화됐을지 모르나 남북관계의 촛불은 꺼져가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이 필요하고 우리나라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한미관계 아니면 남북관계라는 이분법적 접근과 사고방식이 아니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균형감각'이다.

다음은 조선신보 20일자 '데스크의 눈' 전문이다.(띄어쓰기를 제외한 조선신보의 맞춤법을 그대로 게재한다.)

***'데스크의 눈: 로무현-부쉬회담을 보는 시각'**

워싱톤에서 로무현-부쉬회담이 진행되였다. 조선에 있어서 이번 회담은 핵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립장, 베이징회담에서 맞대던 상대방의 속심을 가늠하는 계기로 되였을 것이다.

***조선측의 제안을 외면**

회담의 결과 발표된 공동성명은 《평화적인 수단》을 통한 《북핵프로그램의 제거》를 주장하는 한편 조선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 증대될 경우에 《추가적 조치의 검토》가 이루어지게 된다는 것을 명시하였다. 또한 북남사이의 교류와 협력을 《핵문제의 전개상황을 보아 가며 추진》해 나갈 것을 확인하였다.

공동성명은 미국이 조선에 대한 압박을 의연히 유효한 정책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동안 부쉬행정부 고위인사들속에서 나온 발언으로 미루어 보면 《추가적 조치》의 내용으로서 해상봉쇄와 경제제재조치, 선제공격까지도 상정될 수 있다. 북남교류, 협력을 핵문제와 련계한다는 대목도 조선에 대한 또 하나의 압력공간을 확보해 보려는 기도가 력력하다.

일부에는 로무현정권출범후 오해와 갈등을 빚어 온 미국과 남조선이 핵문제와 관련하여 《평화적 해결의 원칙》에 합의한 것은 일정한 전진으로 된다는 평가가 있다. 이번 회담의 결과를 《평화》와 《전쟁》의 이분법으로 보는 관점은 미국과 남조선의 립장차이와 로무현정권출범후 첫 수뇌회담이였다는 점을 주목하는 나머지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다. 조선과 미국은 핵문제해결을 위한 회담을 이미 베이징에서 가졌다. 마침내 마련된 대화의 흐름을 어떻게 타결에로 이끌어 나갈 것인가, 이제는 평화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조치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싱톤에서 발표된 공동성명은 베이징회담에서의 《중국의 역할》을《환영》했을 뿐 대화당사자인 미국의 차후대응에 대한 언급은 회피하였다.

베이징회담에서 조선측은 조미쌍방의 우려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새롭고 대범한 해결방도》를 제안하였다. 회담에서 《선핵포기》주장을 되풀이할 뿐 새로운 제안을 내놓지 못한 미국으로서는 어떤 형태로든 상대방의 제안에 대한 견해와 립장을 밝혀야 할 처지에 있다.

로무현-부쉬회담을 앞두고 회견을 가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조선이 베이징회담을 《위협과 협박을 시도하는데 리용》했다며 미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선택방안들을 테블우에서 배제하지 않는다.》고 강조하였다. 조선에 대한 군사적 공격의 가능성을 공공연히 거론한 셈인데 회담장에서 핵문제 해결의 방도를 실질적으로 내놓은 대화상대방을 《협박자》로 몰아 붙이는 미국의 론리는 조미대결을 더욱 격화시킬 뿐이다.

조선의 립장에서 보면 《협박자》는 미국이다. 《강력한 물리적 억제력》을 보유할 수밖에 없다는 조선의 선언은 베이징회담에서 내놓은 제안을 미국이 외면하여 압살정책을 추구할 경우의 《대응책》을 제시한 것이다. 한편 미국은 회담장에서 돌아서자마자 조선을 힘으로 억누르기 위한 국제공조의 수립에 주력하고 있다. 조선은 미국이 베이징회담을 저들의 압력공간으로 리용했다는 판단을 내릴지도 모른다.

***묵인된 미국의 책임회피**

이번 회담에서 로무현 대통령은 조선반도의 위기를 격화시킬 수 있는 미국의 힘의 론리를 반박하지 못했다.

원인의 하나는 로무현 대통령이 미국의 책임회피를 못 본 체 한데 있다. 조선의 일방적인 《선핵포기》에 과녁을 집중한다면 남조선의 립장에서는 미국의 대조선압력에 보조를 맞춘다는 결론밖에 나올 것이 없다.

베이징회담 직후 평양에서 진행된 상급회담에서 북과 남은 《조선반도에 대한 쌍방의 립장을 충분히 협의하고 이 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을 천명한 바 있다. 로무현-부쉬회담의 결과는 북남사이의 합의내용과 어긋나는 것이였다.

워싱톤에서 발표된 공동성명에 평화적 해결이란 표현은 있으나 《협상》의 두 글자는 없다. 수뇌회담이란 원래 원칙적이고 상징적인 합의를 하기 마련이라며 긴 안목으로 볼 때 두 대통령의 신뢰회복이 앞으로 핵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북측의 립장에서 보면 아전인수의 변명술로 비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베이징회담 이후 미국의 심상치 않은 언동은 《유일초대국》의 선의에 기대를 거는 그러한 락관론이 오히려 돌이킬 수 없는 후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미국은 조선이 제안한 《새롭고 대범한 해결방도》에 대한 명백한 대답을 하여야 한다. 과녁은 거기에 집중되여야 한다. 문제의 핵심을 뒤에 미루거나 몰래 바꾸는 접근법은 미국에 그 무슨 《추가적 조치》를 구체화할 수 있는 시간과 명분을 제공하게 되며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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