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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미국 믿지 말고, 미국에서 떨어져라"

<찰머스 존슨 교수의 충고> "부시의 궁극 목표는 북한 정권 교체"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다자회담 추진은 시간을 벌기 위한 지연작전에 불과하며, 궁극적으로 부시 행정부는 영번 등 북한 핵시설에 대한 제한적 폭격, 나아가 무력에 의한 북한 정권교체를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의 저명한 동아시아 전문가인 찰머스 존슨 전 UCLA 교수는 17일(현지시간) 한 인터넷 홈페이지(www.tomdispatch.com)에 올린 글을 통해 이같이 분석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진정 한반도의 평화를 원한다면 지금처럼 미국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미국과 미국의 완강한 호전적 자세로부터 자신을 더욱더 분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슨 교수는 '위기에 처한 한반도(Korea, South and North, at Risk)'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통해 미국은 조만간 이라크 문제가 군사적으로 정리되면 모든 관심을 북한에 쏟을 것이며 아마도 영변에 대한 정밀 폭격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진정한 의도는 북한에도 이라크처럼 '정권 교체"를 이뤄 한반도를 지배하는 제국의 위상을 굳힌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존슨 교수는 "미국은 그냥 시간을 보내기만 하다가 적절한 시간이 됐다고 판단하면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 한국과의 협의 없이 단독 행동을 할 것이 확실하다"면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주한미군을 비무장지대에서 빼려고 그토록 노력한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이같은 부시행정부의 호전적 자세에 비추어 한국의 대북포용정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가능한한 미국과 멀리 떨어져야 한다면서 이라크 파병 등 지금처럼 미국을 추종하기만 한다면 온갖 위험을 초래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불행하게도 남한 주민들이 스스로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은 너무도 촉박하다. 어쩌면 한국은 향후 수개월동안 워싱턴과 협상하고 워싱턴을 달래느라 시간을 허비할지도 모른다. 기민한 외교와 신뢰구축 조치로 이번 위기를 피할 수 있다는 가망 없는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라며 노무현 정부의 과감한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특히 존슨 교수는 이라크전쟁을 통해 "미국 정치ㆍ군사지도자들의 말은 이제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났다면서 "현 시점에서 (한국은) 미국인들이 말하는 것을 단 하나라도 믿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존슨 교수는 현 위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한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보장받는 동시에 주한미군의 전면철수를 요구하라고 권고하면서 그렇게 될 경우 "남북한의 화해는 급속하게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의 호전성이 매우 과장돼 있으며, 한국군의 전력이 북한의 비핵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만큼 충분하기 때문에 주한미군이 전면 철수한다 해도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존슨 교수 글의 주요 내용.

***위기에 처한 한반도**

바그다드가 함락되던 4월 9일, 미 국방부와 노무현 정부는 주한미군의 미래에 대한 협상에 착수했다. 협상에 참가한 미국 대표는 가능한 빨리 미 제2사단 병력을 비무장지대(DMZ)에서 빼내야 한다는 것에 이상하리만큼 조급함을 보였다. 한 소식통은 "어제 나갔어야 했는데..."라는 토머스 파고 미 태평양군사령관의 말을 전했다. 이 말은 한국 정부 관리들과 국민들에게 두려움을 갖게 했다. 한국인들사이에 퍼진 우려감은 위험지대에서 그토록 갑작스럽게 미군을 재배치하는 것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준비의 일환이라고 북한이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불길하게도 미국은 "한국에서 필요할 경우"를 위해 B-1, B-52 전략폭격기를 괌에 보냈고, 군사훈련을 위해 한국에 배치했던 숫자 미상의 F-117 스텔스 전투기와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를 그대로 남겨둘 것이라고 발표했다. 레이더망을 피하며 날아가는 F-117s기는 영변 핵시설을 포함, 북한의 광범위한 목표물들을 타격하는 데 매우 적합할 것이다. 한국에 F-117s기가 마지막으로 배치됐던 것은 94년으로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정밀 폭격'을 준비하고 있었을 때였다. 94년의 핵위기는 전 미 대통령 지미 카터가 평양을 방문, 김정일과의 직접 협상을 시작함으로써 평화적으로 종결됐다.

예상대로 부시 행정부는 한반도에서의 사태 전개가 미사일방어망 구축을 필요로 하는 확실한 증거라는 입장을 취했다. 핵이 장착된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설령 미사일방어 시스템이 북한의 핵무기를 요격하는 데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 방사능 낙진이 남한이나 일본, 오키나와 등지에 떨어지면 핵폭탄이 직접 떨어지는 경우보다 재앙이 덜할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미국이 초래한 이같은 위기의 심각한 결과는 전 세계적인 핵확산이 가속도를 붙일 것이라는 점이다. 작은 나라들은 지금 미국의 제국주의적 의지를 저지할 유일한 길은 핵 능력을 확보하는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이런 관점으로 봤을 때, 이라크의 문제는 그들이 어떤 대량살상무기(WMD)도 갖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조만간 이라크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미군이 다소 줄어들면 미 국방부가 모든 관심을 북한으로 돌려 영변 핵시설에 대한 "정밀 폭격"을 준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시 행정부는 김정일과의 직접협상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왔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의 진정한 의도는 북한에도 이라크처럼 "정권 교체"를 이뤄 한반도를 지배하는 제국의 위상을 굳힌다는 것이다. 동시에 부시 행정부는 중국, 일본, 러시아, 남한 등 인접국 모두가 북한에게 일종의 항복을 요구하는 다자간 협상을 주장해왔다. 이들 동맹국들은 최근 몇주동안 북한에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최근 북한에 대한 석유 공급을 중단했다.

미국이 북한 문제를 이 지역 국가들에게 맡기겠다고 말하는 것은 이라크 문제를 유엔 안보리 맡기겠다고 하는 것만큼이나 기만적인 시도이다. 미국은 그냥 시간을 보내기만 하다가 적절한 시간이 됐다고 판단하면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 한국과의 협의 없이 단독 행동을 할 것이 확실하다.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미군을 비무장지대에서 빼려고 그토록 노력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북한이 군사적인 대응을 한다면, 주한미군을 북한의 손쉬운 표적으로 만들 생각이 럼즈펠드에게는 전혀 없다.

불행하게도 실제로 손쉬운 표적이 될 사람들은 서울에 살고 있는 1천1백만명의 한국인들이다. 영변이 파괴되더라도 비무장지대로부터 50마일도 안 되는 서울을 파괴할 충분한 재래식무기(그리고 아마 은밀한 장소에 숨겨진 핵무기도)가 김정일에게는 있다. 이런 불안한 상황을 제거키 위해 노무현 대통령은 그의 전임자 김대중과 마찬가지로 북한에 대한 개방을 의미하는 "햇볕정책"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나는 이 정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노 대통령이 미국과 미국의 완강한 호전적 자세로부터 자신을 더욱더 분리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가능한 한 빨리. 그러나 최근 수 주일동안 한국의 신정부는 워싱턴을 달래기에 여념이 없었다. 노 정부는 부시 행정부에 대해 한국은 주한미군이 휴전선 부근에 계속 주둔하기를 원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심지어 '연합군'의 일원으로 이라크에 7백명의 비전투병력을 보내기까지 했다.

만일 노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전면 철수를 요구한다면,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해 올 경우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한다는 조약과 함께, 남북한의 화해는 매우 급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나는 믿는다. 또한 이러한 전략을 시도함으로써 초래될 위험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본다. 남한의 군사력은 북한의 비핵전력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이 미국에게만 매달린다면 온갖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나는 북한의 호전성이 대단히 과장돼 있다고 믿는다. 오늘날 북한은 실패한 공산주의 정권이며 주민들 대부분은 기아선상에서 허덕이고 있다. '흑백논리'적 세계관을 갖고 있는 부시 행정부에게 사담 후세인이나 김정일을 단순히 '나쁜 놈(evil doers)'으로, 나아가 역사에서 제거돼야 할 인물로 규정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게다가 김정일은 때때로 정신병자로, 또는 조폭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부시와 김정일이 최소한 한가지 면에서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둘다 국가지도자직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는 부시와 백악관에서 가진 인터뷰를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나는 김정일을 혐오해!'라고 부시는 외쳤다. '나는 이 자식에게 본능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는데 그 이유는 그가 자기 국민들을 굶기고 있기 때문이지... 어쩌면 이것은 나의 종교 때문일지 몰라, 나의 종교. 어쨌거나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열정적이 되지. 사람들은 내게 너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하지. 재정적 부담이 너무도 엄청나다는 거지. 우리가 이 자식을 축출하려면 말이야. 알게 뭐야, 나는 그런 말들 믿지 않아. 사람은 자유를 믿고 원하며 인간조건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부류들로 나뉘어지지."(<Bush at War> 340쪽)

불행하게도 이처럼 근본주의적이며 비정치적인 믿음들로 말미암아 부시 행정부는 김정일과 그 측근들의 능력을 아주 심각하게 과소평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째서 김정일이 북한 주민들로부터 증오와 공포의 대상인 동시에 존경을 받고 있는지, 또한 불만세력이나 굶고 있는 주민들도 김정일 정권을 위해 기꺼이 나서 싸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경우 북한 주민들이, 특히 고도로 훈련되고 중무장된 북한군대가 조국을 위해 외적과 맞서 싸우지 - 그것도 아주 강력하게-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북한 역사와 북한 문화에 대한 무지의 소치이다. 이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남한 주민이다. 이들은 반도 복쪽의 주민들과 똑같은 식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남한 주민들이 스스로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은 너무도 촉박하다. 어쩌면 한국은 향후 수개월동안 워싱턴과 협상하고 워싱턴을 달래느라 시간을 허비할지도 모른다. 기민한 외교와 신뢰구축 조치로 이번 위기를 피할 수 있다는 가망 없는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북한은 그동안 단속적으로, 그리고 엄청난 공포 속에서 동토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시도를 해왔다. 그 길은 지난 20년간 중국이 성공적으로 걸어온 길과 대체로 같다. 김대중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처럼, 미국과 한국은 전쟁광이 될 것이 아니라 너그러운 승자가 돼야 한다.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의 어떤 국가도 한반도에서 내전이 재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전쟁광 부시 일당은 '정밀유도 미사일'을 들먹이고, 무고한 희생자를 최대한 줄이겠다고 약속하며, 미국의 최정예 군사력을 뽐내는 것과 함께 미군의 폭격에서 살아남은 북한 주민들이 미국과 한국을 해방자로 맞아들일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예방전쟁에 대한 한국인들의 두려움을 잠재우려 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미국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만일 한국인이 자신의 생명과 그동안 쌓아올린 물질적 부를 소중하게 여긴다면, 당연히 현 시점에서는 미국인들이 말하는 것을 단 하나라도 믿어서는 안 된다. 이라크전쟁이 남긴 분명한 유산 중 하나는 미국 정치ㆍ군사지도자들의 말은 이제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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