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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각에서 사퇴할 수밖에 없는 이유"

블레어의 오랜 친구 쿡 원내총무 전격 사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 공격 최후통첩을 내리고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에 동조하자, 영국 내각 각료들이 블레어에게 경고했던 사퇴를 시작했다. 블레어 총리의 오랜 친구이자 외무장관 출신인 로빈 쿡 여당 하원 원내총무(58)가 17일(현지시간) 원내총무직에서 사임한 것이다.

쿡 원내총무는 17일 블레어 총리가 소집한 긴급 각료회의 바로 직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블레어 총리는 애초 이 회의에서 이라크 전쟁에 대한 내각의 지지와 협조를 구할 계획이었다. 블레어 총리의 내각 각료중에서 최초로 사임하는 쿡 원내총무는 사퇴를 선언하며 발표한 성명에서, 영국의 도덕성을 묻는 신랄한 질문을 블레어 총리에게 던졌다.

쿡은 지난 97년부터 2001년까지 블레어 정권의 외무장관을 지냈으며 유럽연합 지지자로 유럽 내에서도 존경을 받아온 인물이다. 영국에서는 쿡의 사퇴에 앞서 클레어 쇼트 개발지원장관이 사퇴의사를 밝히는 등 다수 각료가 블레어와 결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쿡의 사퇴는 지금 미국이 주도하고 영국, 스페인이 추종하는 이라크전의 반(反)도덕성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로 많은이들을 숙연케 하고 있다.

다음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18일 보도한 쿡 원내총무의 사임성명 주요 내용.

***"내가 내각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

나는 노동당 외교정책의 근본 원칙이 허물어졌다고 믿기 때문에 내각에서 물러난다. 만일 우리가 국제사회는 규칙과 제도에 기반한 것임을 인정한다면 국제사회가 비록 우리에게 불편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지라도 이를 간단히 무시할 순 없는 것이다.

나는 국제적인 합의와 국내여론의 지지없는 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 나는 총리와 외무장관이 2차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모습에 박수를 보냈으나 결국 모든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우리는 이제 와서 2차결의안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위선을 보일 수는 없다.

최근 프랑스는 가장 신랄한 비판의 대상이 됐지만 사찰기간 연장을 원한 것은 프랑스만이 아니다. 독일도 우리에게 반대했다. 러시아도 반대했다. 더욱이 영국은 어떤 순간에도 2차결의안 통과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안보리 이사국들의 표를 확보한 적이 없다. 만일 우리가 군사공격에 대한 국제사회의 적대감정이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우리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무자비한 현실은 영국이 지도력을 갖고 있는 회원국으로서 참여해온 어떤 국제기구의 동의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전쟁에 참여하도록 요청받았다는 것이다. 나토도 유럽연합도 유엔 안보리도 동의하지 않은 것이다. 이같은 외교적 고립은 결과적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다. 1년전만 해도 영국은 미국과 함께 내가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폭넓고 다양한 연합군의 일원으로 테러와의 전쟁에 참여했었다. 역사는 외교적 오산이 이렇게 빨리 힘있는 연합체의 붕괴로 이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국은 강대국이 아니다. 영국의 이해관계는 일방주의적 행동이 아니라 다원주의적 합의와 규칙에 의해 지배되는 세계 질서에 의해 최고로 보호받는다. 그러나 오늘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국제적 동반자관계는 약해졌다. 유럽연합은 분열됐고 유엔 안보리는 궁지에 몰렸다. 이것들이 아직 총 한방도 쏘지 않은 상태의 전쟁이 낳은 심
각한 결과물이다.

전쟁의 문턱은 항상 높아야 한다. 우리중 누구도 당면한 이라크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민간인들이 사망할지 예측할 수 없다. 역설적인 것은 이라크의 군사력이 지난 91년 걸프전의 반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약하기 때문에, 비도덕적인 전쟁일 수 있으면서 동시에 이 전쟁이 빠른 시일내에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담 후세인이 약하며 동시에 선제공격이 대상이 돼야 할 정도로 위협적이라는 바탕을 깔고 군사전략을 짤 수 없다. 이라크는 아마도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가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생물학 무기와 화학무기 공장도 사실 1980년대 미국이, 그후 영국 정부가 지어준 것이다.

20년전 우리가 도와줬던 군사적 능력을 무장해제시키기 위한 군사공격이 지금 왜 그렇게 시급한 것인가? 왜 사담 후세인이 유엔 무기사찰단에 의해 무기프로그램에 대한 자신의 야망을 포기하려고 하는 이번주에 전쟁을 시작해야 하는가?

나는 이라크가 12년동안 무장해제를 하지 않았으며 우리의 인내는 고갈됐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경우 점령지역에서 철수하라는 30년이 넘은 유엔결의 242호를 지키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이스라엘이 따르지 않는 완고한 거절에 대해 이라크와 똑같은 인내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내게 최근 몇주간 가장 혼란스러웠던 것은 만일 지난 2000년 미국 플로리다 대통령선거에서 앨 고어가 당선됐었다면 영국은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라는 의심이다.

나는 영국 국민들의 일반적 여론은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사담 후세인이 잔인한 독재자라는 것에 의심을 품고 있지는 않지만 그가 영국에 분명하고도 현존하는 위협이라는 점에는 설득당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무기사찰단에 더 많은 시간을 주기를 원한다.

무엇보다도 영국 국민들은 우리가 폭넓은 국제사회의 지지없이, 그리고 전통적인 우방국들의 적대감속에서 군사적 모험을 단행해야 한다는 점을 꺼리고 있다. 이는 영국 정치에서 하원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논평가들의 단골 주제다. 의회가 국제사회의 지지도, 국내 여론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영국 군대의 파병을 중지시키는 것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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