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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KBS에게 필요한 게 수신료인상인가"

<기자의눈> KBS의 수신료 인상 여론 떠보기를 보고

방송계의 영원한 뜨거운 감자로 불리는 KBS 수신료 인상 문제가 창립 30주년을 맞은 4일 새롭게 불거졌다.

KBS는 4일 한국방송공사 창립 30주년을 맞아 개최한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2003-2005년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며 "방송의 디지털 전환비용을 마련하고 재정의 40%(약 4천억원)를 차지하고 있는 수신료 비중을 60~70%로 올리기 위해 수신료 인상을 검토중"이라며 "인상 액수와 시기는 아직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행사를 주관한 KBS 홍보실은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2005년까지 수신료를 인상하겠다는 것이 KBS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수신료 인상 문제가 다시 도마위에 오른 것이다.

<사진>

***KBS의 여론 떠보기**

KBS 수신료 인상은 방송계의 뜨거운 감자로 불린다. 그 이유는 그동안 KBS가 부단히 "현재 칼라TV 수신료인 월 2천5백원은 지난 81년 4월 결정된 금액인만큼 현실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럴 때마다 "수신료 인상보다는 KBS의 개혁과 공영성 확보가 우선"이라는 시청자와 시민단체들의 반발에 항상 부딪혀 이를 관철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KBS 수신료는 1962년 국영텔레비전방송사업운영에 관한 임시조치법이 공포된 이래 1963년 1월 1일부터 흑백TV에 대해 월 1백원의 시청료가 징수됐으며, 흑백TV의 경우 81년 8백원으로 인상됐다가 84년부터 면제됐다. 그대신 KBS는 81년부터 칼라 TV에 대해 월 2천5백원씩 수신료를 받고 있다.

이번에도 KBS는 수신료 인상문제를 꺼냈다가, 신문에 비판적 뉘앙스로 보도되자 발빠르게 이를 덮는 행태를 보였다. 가뜩이나 지난번 대선과정 등에서의 눈치보기 보도 행태 등으로 KBS에 대한 이미지가 그다지 좋지 않은 마당에, 여론이 자칫 KBS 수신료거부운동 등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KBS측은 4일 동아일보가 5일자 가판 A1면을 통해 KBS가 수신료 인상을 검토중이며 2005년까지 현재의 2천5백원을 7천5백~8천원선으로 올리려 한다고 대서특필하는 등 언론이 비판적 보도를 하자 긴급 해명자료를 통해 "KBS는 수신료 현실화에 대한 시기나 액수 등을 논의하거나 검토한 바 없다"고 불끄기에 나섰다.

KBS는 "중기계획에 수신료 현실화를 통한 재원 구조의 개선을 포함시킨 것은 수신료 현실화에 대한 당위성과 희망을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KBS는 수신료 현실화가 국민 총의로 결정돼야 하는 사안이라는 점을 명백히 인식하고 있으며 이 현실화가 KBS 독자적으로 결정해서도 안된다는 점을 또한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수신료 인상문제는 불감청 고소원"**

KBS의 한 고위간부는 5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와 관련, "수신료 인상문제는 아직 검토단계에 있지 발표할 단계가 아닌데 갑자기 불거져 당황스럽다.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라고 수신료 인상문제는 지난 10여년간 계속 검토만 되고 여러 여건으로 인해 실행에는 옮기지 못한 문제다. 아직은 수신료 인상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KBS 내부에는 일단 덮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수신료 인상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KBS 정책기획부도 "KBS 수신료 인상문제는 늘 검토돼온 것이나 확정된 계획이 아니며 아직은 아무 것도 발표할 게 없다. 수신료 인상을 위해선 먼저 방송위원회나 국회와의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KBS 내부에서는 수신료 인상을 바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4대6인 수신료 대 광고수입 비중을 역전 혹은 8대2 정도로 만들어야 안정적인 공영방송으로서의 재원운영이 가능하며 시청률경쟁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10조원 정도로 추산되는 디지털전환비용 마련과 KBS 신사옥 건설을 위해서도 많은 재원이 필요하므로 수신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 중견간부는 "KBS 수신료가 낮게 책정돼 있다는 것은 모두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부분에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독일 공영방송의 경우처럼 광고수입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재정구조가 마련돼야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고 공영성도 강화시킬 수 있다"며 "그러나 문제는 KBS가 시청자들이 원하는 기대치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신료 인상을 들고 나올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우려가 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KBS, 과연 공영방송인가"**

시청자단체와 시민단체들이 KBS 수신료 인상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KBS가 보여주고 있는 '공영성'이 KBS보다 턱없이 부족한 재원을 갖고 운영되는 교육방송(EBS)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지난해 월드컵때의 KBS 1TV와 2TV의 한국전 동시중계는 시청자는 시청자대로 우롱하고, 애초 경기중계가 예정된 2TV에만 광고를 주기로 했던 광고주들을 기만한 처사라는 지적을 받았었다.

또한 민영방송인 SBS가 지상파방송시장에 가세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KBS 등 방송계의 선정성 경쟁은 지난 93년 전국 42개 시민단체들이 주도한 'TV를 끕시다'라는 캠페인의 동기가 됐으며, 그 결과 방송3사의 주시청시간대 시청률이 8%나 급락하기도 했다.

또 이에 앞서 87년 6월 항쟁의 한 동인이 되기도 했던, 지난 86년 KBS의 정치적 불공정 보도(땡전뉴스)로 인해 전개된 수신료거부운동은 아직도 KBS에 돌이킬 수 없는 오명으로 남아 있다.

여기에다가 박권상 사장이 4일 '방송 76년, 한국방송 30주년 기념사'를 통해 "지난해 KBS는 천억원이 넘는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5년간 누적 흑자는 2천6백97억원으로 이런 흑자는 그동안 중단없이 추진해 온 경영의 능률화, 조직의 슬림화 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라고 밝힌 대목도 수신료 인상을 거론하는 KBS의 입장을 옹색하게 만든다.

이미 연간 천억원대의 흑자를 보고 있는 KBS가 2TV 광고는 폐지할 의사가 없으면서 수신료만을 인상하겠다는 것은 '꿩먹고 알먹고'식의 심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KBS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수신료 인상이냐? 개혁이지"**

KBS는 언필칭 영국 BBC와 일본 NHK같은 권위있는 공영방송을 지향하고 있다.

실제로 KBS의 박권상 사장은 3대 스페셜, 즉 '환경스페셜' '역사스페셜' '일요스페셜'을 대표적인 공영프로그램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몇몇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BBC나 NHK의 그림자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일반여론이다. 특히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의 경우는 MBC 등과 비교할 때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 지적이다. 또한 흔히 거대공룡으로 비유되는 방만한 조직체계도 아직 손 볼 데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요컨대 "KBS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수신료 인상이냐? 개혁이지"라는 게 일반여론인 것이다.

수신료 인상 문제도 이같은 비판에 대한 자성과 자체개혁을 전제로 제기돼야만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신료인상을 검토중이라고 발표했다가 비판적 여론이 예상되자 덮기 바쁜 KBS의 모습에서 아직도 '한국방송'의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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